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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였다. 내 전용 수영장은 두 군데가 있었다. 한 곳은 지금 박람회장이 들어선 여수 신항이었고, 다른 한 곳은 오동도 우측에 구등대라 불리는 자갈밭이었다. 지금은 이 두 곳 모두 흔적도 없다. 수심이 20m가 넘는 신항의 수영장은 지금 박람회장이 들어서 버렸고, 오동도옆 구등대의 자갈밭은 지금 매립이 되어 흔적조차 없다.나는 여름이 되면 이 두 곳의 바다를 번갈아 가면서 흑염소처럼 까맣게 썬텐을 했다. 여름방학의 하루해가 밝으면 우리는 날마다 바다로 나가는 것이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온 종일 물속에서 놀았다. 문제는 점심이었다. 신항의 바다로 갈 때는 문제가 없었다. 물안경을 쓰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우렁쉥이며 홍합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그것을 삶아 먹는 것으로 점심은 충분했기 때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2012.11.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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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에 못을 박아 쥐고 논둑으로 달렸다. 학교 숙제인 생물채집을 해야 할 일도 아닌데, 볕살 뜨거운 여름 오후 나는 논둑을 향해 달렸다. 흔히들 ‘봄 탄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그날 못을 박은 막대기를 들고 정신없이 논둑으로 달려간 것은 ‘여름 타는’ 것이 아닌, 나도 알 수 없는 광기였다. 초등학교 3∙4학년 때로 기억된다. 여름 한낮의 뜨거운 무논에서 헤엄쳐 나와 논둑에 앉아 쉬고 있는 개구리들을 못이 박힌 막대기로 닥치는 대로 등을 찍었다. 개구리들에게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못에 등을 찔린 이것들은 사지를 뻗은 채 떨고 있었다. 이렇게 내리친 개구리는 열 마리도 더 되었다. 그날 밤 나는 호롱불 밑에서 작문 숙제를 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그날의 작문 제목은 ‘개구리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10.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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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참 좋은 단어인데 전두환이 민주정의당을 창당하면서부터, 정의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 이후 우리사회에 정의가 제대로 실현된 기억이 별로 없다. 정의가 아직 명예회복을 못했다는 뜻이다.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란, 우리 뒷집 아저씨같이 힘이 없는 사람도, 자신의 정당한 몫을 공평하게 분배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가 올바로 분배되는 사회. 그래서 누구라도 권력에 눌리지 않고, 누구라도 자기 자리에서 기를 펴고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2012.10.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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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났다. 시민들은 묻는다. “박람회 이후, 박람회장은 어찌된답니까?” 이 질문에 누구 한 사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어제 어느 호텔 사장을 만났다. 객실이 텅텅 비어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어떻게 견디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어디 이 호텔만 그럴까. 수많은 호텔들이 같은 처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묻고 싶다. 박람회가 끝나면, 여수가 세계 속의 여수로 천지개벽 할 것이라고 얘기했던 사람들은, 왜 지금 말이 없는가?국가도 도시도 온통 대통령 선거에 매몰되어 박람회는 안중에도 없다. 어제도 그제도 박람회장을 갔지만 쇠줄로 칭칭 감아 놓은 박람회장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시설도, 정책도, 사람도, 비전도, 모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2012.10.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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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 여수사람이면 한번쯤이면 들어봤을 말이다. 자랑스러울 것 같으면서 왠지 부담스러운 말이다. 항구도시의 특성상 고깃배가 한 번 들고 날 때마다 부두는 북적거렸고, 많은 돈이 오고 갔다. 은행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은 50~60년대에, 언제 배가 들어올지 몰라 장롱 깊숙이 돈 다발이 묻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이 말의 어원으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여수를 밀수도시와 관련시킨 것이다. 60년대 여수는 밀수도시로 유명세(?)를 탔다. TV보다 라디오가 대세인 시절에 MBC 라디오에서는 일일 실화극 법창야화 ‘안개 낀 여수항’을 방송했다. 밀수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여수를 무대로 드라마가 진행됐다. 당시 여수시민들은 모욕적인 드라마라고 반발하기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10.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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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대개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속병이지 겉으로 드러나 볼모양 없이 입이 한쪽으로 비뚤어져 올라가는 병은 드물지요. 내가 어렸을 적 시골 장날 구경하러 장터에 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가끔씩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했지만, 이것이 나한테 염치없이 달라붙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지요. 평소에 돌아서서 남의 험담을 종종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하느님이 나를 불러 좋게 타이를 일이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어 가뜩이나 외로운 늘그막을 더욱 처량하게 만들고 있네요. 나는 ‘구안와사’를 만나 두 달이 넘도록 여태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고 있어요.이 증세가 왼쪽 잇몸의 무감각에서부터 시작하면서 나는 처음 1주일 동안을 매일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있었는데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09.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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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수에서는 한국동서발전(주)의 호남화력과 보성건설이 인수한 (주)한양이 2조원을 넘게 투자하여 100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우선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여수에 투자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발전소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석탄화력발전소라는 것이 문제겠다.여수는 두 기업 모두가 군침을 흘릴 만큼 천혜의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우선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바로 옆에 전기의 최대수요처인 여수국가산단이 있어, 산 넘고 물 건너서 수많은 송전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도시다.또 광양만이라는 깊은 바다가 있어 연료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화물선 접안이 용이하고, 주변이 공업지역이라 어민 대책도 타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발행인
2012.09.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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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가 3개월 남짓 남았는데 아직 후보 간의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내가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후보자의 정책도 공약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없다.그래서 이번 선거도 자칫 12월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후진적 선거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여권에서는 일찍 박근혜를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지금도 여전히 못내못내 하고 있고, 민주당은 흥행도 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경선 중이다.딱한 노릇이다.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한 까닭은 거기에 역동성과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이 없는 뻔한 싸움 같아서 국민들은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별 이변이 없으면 문재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문재인과 안철수는 최종 경선에서 다시 붙어야 하겠다. 왜냐면, 12월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발행인
2012.09.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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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희 역사연구자/칼럼리스트‘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93일의 화려한 축제는 끝났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나고 여수시민이면 누구나 나름의 자평을 했을 것이다. 세계박람회 유치에서 준비과정 그리고 93일간의 축제기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기록화가 되었으면 한다. 특정세력에 의해 가공되지 않고 사초(史草)로서 또렷하게 기록되었으면 한다.박람회가 끝나자 여수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람회 관람객 8백만 돌파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라는 신념으로 도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여수시민들이 일구어 낸 기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공을 여수시민에게 돌렸다. 중앙과 지역 언론에서도 ‘관람객 820만 명 돌파’를 제목으로 성공적인 박람회였다고 주요하게 기사화했다. 한편 800만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09.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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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장. 그곳은 썰렁했다. 바람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웠다. 어제, 박람회장을 다녀온 소감이다.아직도 우리는 이곳 박람회장의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곳은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았다.이곳은 쓸쓸한 해변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많던 사람은 간 곳이 없고, 화려한 조명도 환호도 사라지고 오직 적막만이 그곳에 뒹굴고 있었다.태풍 뒤끝이라서 그런가. 곳곳이 쓰레기 더미였고 건물들은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여기저기 대형 크레인이 서있고, 폐기물 처리차량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2조원을 넘게 들여서 지은 건물들인데, 그리고, 사후활용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저 철거하는 손길들이 바빴다. 뭐가 그리
지난 내부칼럼
박완규 발행인
2012.09.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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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눈이 마주쳤다고, 성질나는데 옆에 있었다고, 대문 열어 놨다고, 혼자 죽기 싫다고,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세상이다.세상은 이러는데,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연일 싸움질이다. 싸움에 바쁜 그들은 입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다. 방송들은 그 싸움질을 중계하기에 바쁘고.그러나 세상은 누군가의 본으로 바꿔지는 것이지, 가당찮은 주둥이로 바꿔지는 세상이 아니다.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입으로 세상을 사는 것 같다. 너는 이것이 나쁘고, 너는 저것이 나쁘고, 나는 나쁜 것이 전혀 없고. 그런 사람처럼 오늘을 살아간다. 모두가 네 탓하기에 바쁘다. 어디에도 내 탓은 없다.뉴스마다 자극적인 기사가 넘쳐난다. 이념갈등은 치열하고, 경제는 어렵다하고, 사회에는 커터 칼이 난무하고, 성폭력이 난무한
지난 내부칼럼
동부매일
2012.08.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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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애가 꼬막손으로 미래의 꿈을 주무르며 빨아먹는 사랑의 밥인가 하면, ‘젓’은 나이가 든 어른들이 밥숟가락에 얹거나 걸쳐서 먹는, 짜고 고소한 감동의 반찬이다.이와 같이 ‘젖’과 ‘젓’은 맞춤법과 뜻과 정서가 각각 다른데도 우리는 일상의 글에서 우리말을 조심성 없이 붓 가는 대로 마구 써버리니 글의 문의파악에 잠깐이나마 혼동이 일어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젖’이나 ‘젓’이나 둘 다 눈을 지그시 감고 먹는 얼굴표정은 비슷하지만, 각각 맛의 깊이와 색깔이 다르니 하는 말이다.속담사전에 보면 “젓갈가게에 중이라.”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젓갈을 얻어먹는다.” “절이 망하려니까 새우젓 장수가 들어온다.”는 등 젓갈에 관계되는 속담이 더러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절에 사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08.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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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간의 대장정. 한여름 밤을 후끈 달궜던 여수세계박람회가 폐막했습니다. 이제 박람회 기간 동안 여수를 방문했던 820만 명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낀 대로 여수를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는 감동으로, 누구에게는 고생으로.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여수를 다녀갔음에도 큰 사고 없이 엑스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먼저, 뙤약볕에서 묵묵히 자원봉사를 해 주신 우리의 자원봉사자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분들 모두를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누가 뭐래도 당신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박람회가 가능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다음은 여수시민입니다
지난 내부칼럼
동부매일
2012.08.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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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참 좋아졌습니다. 어제 여수를 빠져나가면서 석창교차로를 지나 8차선의 쭉쭉 뻗은 도로를 보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한 도시가 가진 힘의 원천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만들고 키우는 것이 도시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 인재가 지역을 떠나도 속수무책인 실정입니다.지방에는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우수한 인재들은, 지방을 떠나 서울로 가서 공부하게 되면, 그곳에 눌러앉고 싶은 것이 누구라도 인지상정입니다.고향에 내려가 보아도 직장이 없고, 외국에 나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더라도 고향의 후배들을 가르칠만한 마땅한 대학이 있는 것도
지난 내부칼럼
동부매일
2012.08.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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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93일간의 대장정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그 동안 우리지역에서는 10년 이상을 준비한 박람회로 인하여 다른 의제나 논의는 쉽지 않았다. 여수는 지금껏 모든 것이 박람회로 귀결되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시시비비도 가르지 않고 성공적 박람회 개최라는 블랙홀에 빠져 있었다.박람회이후 그동안 숨죽였던 이런저런 문제점과 의견이 분출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박람회 후유증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낌새(?)로 인하여 여수시에서는 ‘세계 4대 미항’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별로 좋은 발상은 아닌듯 하다. 더 이상 과장광고나 시민을 우롱하는 선전 구호에 여수시 행
외부칼럼
동부매일
2012.07.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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