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가 아직 1년여가 남아 있지만 지금 물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거전이 치열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건 냉장고나 TV 같은 가전제품 얘기일 뿐입니다. 지역의 정치인을 뽑는 선거의 경우 임기 4년이 아니라 통치력에 따라 도시의 10년, 20년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헝클어진 도시시스템, 기울어진 경제기반을 되짚고 일으켜 세우는 데는 망가뜨린 세월보다 더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 불행히도 여야가 없는 ‘1당 독재’의 지역입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시장과 시의원은 고개만 까딱까딱하는 당선사례 연습만 하면 된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역의 선거판에 인물도 없고, 정책도 없습니다. 하긴 우리가 언제 인물보고 시장을 뽑았습니까. 우리가 언제 인물보고 시의원을 뽑았습니까.
그저 민주당 공천이 예선이고, 본선인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 도시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조용히 여쭙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왔는데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정치를 아무렇게나 해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거뜬히 재선된다는 치졸한 생각이 팽배합니다. 그래도 되는 것인지를 지금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존의 시장이나 시의원들은 현직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직간접적인 얼굴 알리기를 하고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유권자대로 정보가 없으니 답답하고, 후보자들은 후보자대로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으니 답답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능력은 부족해도 돈이 있는 후보자들이 선거판에 돈을 쏟아 부어 당선이 됩니다. 아무리 선거법이 엄격해졌다고 하지만 쏟아 부은 돈의 양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아직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당선된 사람들은 당선이 되면 선거운동에 투자한 본전을 뽑느라 임기 4년이 바쁩니다.
그뿐 아닙니다. 다음 선거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임기 중 마련하느라 또 분주한 임기를 보내게 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허튼 짓을 하는 만큼 시민들의 근심은 깊어집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들이 벌어집니다. 시민들은 “저 공사를 왜할까?”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그 공사들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행정부에서 잘못하면 시의회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견제를 해야 하는데 여수시 의회도 다수의원들이 거수기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것을 대부분의 시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나 도시발전보다는 개인의 영달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재선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고, 힘든 서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입니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은 필수입니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영리한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고 유리한 것만을 확대해서 선전하는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치인의 정확한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 지역 언론입니다.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신문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닌 것입니다.

40면이 넘는 중앙지들 속에 특별한 일이 없고서는 여수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의 책상 위에는 중앙언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습관처럼 된 것입니다.
중앙언론은 지역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광고주가 있고, 자신들이 위치하고 있는 수도권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정치는 지역신문의 몫입니다. 지역의 민주주의 또한 지역신문의 몫입니다. 지역신문이 해주지 않으면 지역의 일을 중앙일간지가 해주겠습니까. 중앙방송이 해주겠습니까.
지역신문이 신문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 국민들이 중앙지는 보지 않아도 지역신문을 꼬박꼬박 챙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머지않아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네거리마다 춤을 추는 선거 운동원들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온갖 이력과 업적들로 도배 되어, 마치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것 같은 헛공약들로 채워져 있는 후보자들의 유인물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이상한 사람들이 지역의 정치인으로 당선되어 임기동안 시민들을 볼모로 거들먹거리고 다닐 것입니다.
선진국과 같이 지역신문도 이제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치보도를 해야 합니다. 정치보도는 첨예한 이해관계로 많은 항의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예훼손 등 법적인 소송 위협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의 부당한 항의와 압력에 굴복하는 지역신문이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을 리는 없습니다. 정확한 진실 보도라면 항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권력자들에게 대항하는 길만이 지역정치를 깨끗하게 하고, 그것이 곧 지역신문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동부매일은 힘들어도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우리 신문이 이제 1만부를 넘어 2만부를 발행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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