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수 사회적기업가 쓰리디쿡 김민준 대표

“3D프린팅 분야 무궁무진…전문교육기관 시급”

“3D프린팅은 제조업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금형을 제작해 주물을 찍어내고 이를 용접하거나 수치제어기계로 재료를 가공해 제품을 만들어냈다면, 3D프린팅은 컴퓨터에 입력된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금속 가루들의 재료를 층층이 쌓아 자외선이나 레이저로 재료를 굳혀 제품을 만듭니다. 설계된 디자인 데이터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항공, 건축, 의료, 우주 등의 분야로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여수 ㈜쓰리디쿡(3DCOOK) 김민준(38) 대표의 말이다.

▲ 사회적기업가 ㈜쓰리디쿡(3DCOOK) 김민준 대표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은 3D프린팅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정부 주도로 적극 육성 중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3D프린팅과 모델링을 학교 커리큘럼에 시범 도입했으며, 특히 중국은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산업을 전환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3D프린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정부 차원의 3D프린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전담기관을 지정키로 했다. 표준화와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이달 초 3D프린팅 활성화를 위한 ‘삼차원조형산업 진흥 및 이용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3D프린팅 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관련 기술이나 산업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한 편이지만 이미 제조, 금형, 항공, 창업아이템, 시제품, 발명교실, 공예, 관광기념품, 자동차, 의류 등의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수족, 인체 골격·두개골 등 의료 분야는 3D프린팅이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3D프린팅은 이제 피부 조직, 장기 재생까지 다양한 바이오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우주선에 쓰이는 필수 부품부터 음식, 화성에 집을 짓는 데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나사(NASA)는 지난해 볼트나 너트를 풀거나 조일 때 사용하는 공구를 지구에서 데이터로 전송해 우주에서 3D프린팅 하는데 성공했다.

발 빠른 지자체는 이미 3D프린팅 관광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 울산 등은 3D프린팅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전주 한옥마을의 관광 상품인 ‘한옥등’은 한옥모양의 휴대용 램프로, 원하는 사진을 조명에 넣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 전주 한옥마을의 관광 상품인 ‘한옥등’은 3D프린터로 만든 한옥모양의 휴대용 램프로, 원하는 사진을 조명에 넣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마이포토램프)

전주 한옥마을 근처의 남부시장 내 ‘청년몰’에는 젊은 층의 소비 수요에 맞춘 공예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20~30대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 감각과 손재주를 겸비한 청년들이 가죽 지갑, 금속공예 주얼리 등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공방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소비시장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하고 더불어 희소성을 겸비한 나만을 위한 제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량생산에 적합한 3D프린팅 시장의 성장세도 이러한 추세를 대변한다.

이에 향후 3D프린팅은 기존 산업 제조공정을 고도화할 기술로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과 소자본 창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향후 3D프린팅 산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되면 설계디자인 등 인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에 비해 전문 인력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단법인 3D프린팅산업협회 호남권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준 대표는 “이처럼 3D프린팅은 무궁무진해 청년들이 도전하고 개척해야 할 분야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3D프린팅으로 직접 만들어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민준 대표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3D프린터에 대해 설명하며 제품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수는 물론 전남지역의 3D프린팅의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김 대표는 “현재 정부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3D프린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우수한 교육기관에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광주에 국비 지원의 3D프린팅 교육기관 1곳을 제외하곤 전남에는 1곳도 없는 실정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시장의 경우 성장이 더딘 만큼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교육 등의 기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3D프린팅 인력을 길러내는 공인된 전문교육기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기술 개발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민·관·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 지원이나 컨설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산업을 넘어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 미국 등은 3D프린팅과 모델링을 학교 커리큘럼에 시범 도입하고 있는데 3D프린팅이 창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 능력을 계발하는 데 효과적 도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공동 과제를 직접 3D프린터로 해결하는 교육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제품을 직접 모델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운 후 3D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제품을 만들다보니 우리 지역의 학생들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쓰리디쿡에는 전문가용 3D모델링 프로그램 설계와 3D전문 디자이너 육성, 시제품 제작, 재료 판매, 방과 후 수업과정 교육, 창업 교육, 3D프린팅 체험 등 다양한 과정이 마련돼 있다.

▲ 3D프린터로 만든 우주선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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