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도시가 활력을 잃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모든 도시들이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그 도시들의 사례를 보면서 여수시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겠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은 몇 년 전만 해도 숭악한(?) 깡촌이었다. 그러한 시골 면이 지금 개벽을 하고 있다. 이곳 마을에 삼성전자 LCD 공장이 들어선 이후 일어난 변화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이 일대에 총 1조4천675억원을 투입해 자족형 기업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이 일대는 1단계로 8,6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되고, 2단계로 173,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57,800세대의 주택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원래 이곳 탕정면은 포도농사에 의지해서 먹고 사는 시골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삼성전자 LCD 공장이 들어선 이후 상상하기 힘든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2월,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근로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39층에 이르는 대단위 초고층아파트 3,781세대를 건설해 직원들을 입주시켰다. 이렇게 되니 충남도와 아산시는 직원들과 시민들의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 작년에 이 부근에 ‘충남외국어고등학교’를 개교시켰고, 올 3월에는 30학급 1,050명 규모의 탕정중학교도 개교시켰다.

또 6개 학급, 150명에 그쳤던 시골마을의 탕정초등학교는 30개 학급의 교실이 새로 증축돼, 올해부터 1,26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로 변신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업차원에서 이들 학교에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이기도 하지만,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지역 교육시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아산시 인구는 2000년 말에 18만여 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25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8년여 동안 무려 6만 2천여명의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그것뿐 아니다. 올해 이 도시는 2만 5천여명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인구 18만이던 도시가 이제 30만명을 가진 도시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가 충만하다.

아산시와 탕정면에 따르면 이렇게 새로 이주해 온 전입자의 98%가 50세 미만이며,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불과 2%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만 대폭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도시전체가 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는 또 다른 증거다.

여기 전북 군산시의 예도 있다. 군산시는 IMF 이후 2006년까지 해마다 2,000~3,000명의 인구가 도시를 빠져 나갔다. 2002년에는 4,594명이나 줄어들어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도시가 쇠락해가는 2006년에 문동신 군산시장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다시 오고 싶은 군산’을 선언하며 행정의 체질을 ‘성과와 효율’중심으로 재편했다. 행정조직은 기업유치와 교육, 관광에 초점을 맞춰 개편하고, 공직자에 대한 혁신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변하지 않고는 도시가 변할 수 없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그 결과 군산시는 3년여 만에 현대중공업(조선), 두산인프라코어, 동양제철화학 등 384개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투자액만 4조 8770억원에 이른다. 신규 일자리는 3만여개 이상이 만들어져 인구유입과 함께 시민들의 삶이 한결 나아졌다.

특히 현대중공업을 유치할 때는 기업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시장이 60여 차례나 기업을 방문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업총수가 그 노력에 감동해 군산시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애초 계획했던 투자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군산시는 지방이 사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군산시는 조선소 등의 기업유치를 위해 공무원들이 도둑질 빼고는 모든 걸 다했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니 기업들이 찾아오고, 대기업을 유치하자 중소기업들도 따라왔다고 했다. 지금 군산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줄었던 인구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이에 군산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주해 온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교육환경 개선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자주재원 10%를 교육예산으로 확보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고,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군산시내 고등학교로 진학할 경우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도시에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많고,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해결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군산시를 찾아 올 것이라는 것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이들 도시만 이렇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관광 불모지였던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통해서 ‘관광 함평’의 신기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좋은 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이석형 함평군수는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함평을 살리기 위해 나비축제라는 ‘엉뚱한’ 사업을 기획했다. 모든 사람의 우려와 함께 시작된 나비축제는 첫해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한해 20만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나비축제 이후 300만명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세계 나비·곤충엑스포’를 열어 입장료만으로도 100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나비축제가 성공하면서 ‘나비= 청정 함평’이라는 등식이 생겨났다. 이 군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계절 관광에 눈길을 돌렸다. 여름에는 낙조로 유명한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갯벌생태체험행사를 열었다. 가을에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을 열어 명품 가을축제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열린 국향대전에는 33만 여명이 다녀갔고, 그 입장료로 7억 5,900만원을 벌었다. 그저 풀밖에 없는 깡촌을 대한민국의 대표브랜드 고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 모두가 지도자의 역량이고, 지도자의 의지가 도시발전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쯤해서 월드컵보다 경제효과가 뛰어나다는 세계박람회를 앞둔 우리 도시의 모습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여수 개항 이래 최고의 기회를 맞이한 우리 도시의 모습은, 지금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는지, 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이 모습을 위해 30만 시민들은 그렇게 목 놓아 세계박람회를 외쳤는지 그것을 조용히 묻고 싶은 것이다. 희망에 들뜬 여수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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