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든 기득권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적어도 세속적 의미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안전과 보수를 희구한다. 그래서 이들의 일반적인 특성은 보수주의다.

여수시에 대대적인 인사가 있었다. 새로움의 시작이다. 이에 시민들은 이번에 새로이 자리를 옮긴 6명의 국장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국장이라는 자리는 실질적인 도시 정책을 입안하는 중추적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의 경우 사업을 진행할 때, 예산액을 먼저 정해 놓고 그 예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진도시의 경우, 그 도시에서 추진하는 대규모의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시민들의 여론을 중시한다. 시민들에게 추진 배경과 이유를 설명한 뒤, 사업안을 먼저 만들어, 그것을 토대로 시민들의 여론을 듣고, 그 여론을 반영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도심에 광장 하나를 만들려고 하면 공모를 통해 여러 개의 안을 시민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묻는다. “어느 안이 좋습니까?” 그러면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시민들은 그 도시의 전통과 역사에 맞게끔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한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진행은 비록 더디 갈지라도, 도시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혼자서 “내가 이렇게 하겠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은 이런데 시민들 생각은 어떻습니까?”하고 묻는 모습에서 도시의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도시들에는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이 계획되어,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항상 예측 가능한 사업들이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갈길 바쁘다는 구실로 너무나 바삐 진행되는 우리 도시의 사업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도시도 이러한 여론의 숙성 과정을 거쳐 사업이 진행되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위에서 지시하면 우리 공무원들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위험한 생각이다. 지시하는 지도자는 수시로 바뀌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밤새워가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생하면서 시민들에게, 시민단체에게, 또 언론사에게 비판 받을 이유는 없다. 공무원들은 공무원들대로 마음고생을 하고, 이것을 비판하는 주체들은 주체들 나름대로 힘든 과정을 거친다.

“우리 시에서 이 사업을 하고자 하는데 시민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봐 주기를 당부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법적 절차를 따르기 위한 요식행위로 행하는 단 한 번의 공청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결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결론인지 시민들을 상대로 설득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그 결론을 시민들 앞으로 조용히 던져 놓으면 되는 일이다.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모든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로 인해 끝없는 의혹이 제기되고,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모습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시민이나, 시민단체나, 언론사는 “무조건 반대”라고 외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오늘날 우리시가 여러 가지 사업으로 이렇게 시끄러운 이유는 진정성 있는 이 한마디가 빠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요?”

시민들은 사업추진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고, 사업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업을 왜 하느냐?”며 핏대(?)를 세우는 것이다. 그것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여수시가 의혹이 가는 수많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들을 설득해 보려고 시도했다는 소식을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현섭 시장과 새로이 자리를 옮긴 국장들에게 도시정책의 결정과정에 변화와 개혁을 정중히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부패와 부조리가 현재의 틀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이러한 그릇된 일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변화는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변한다면 우리는 도와줄 각오가 되어 있다. “이런 일을 해보겠습니다”하고 시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면, 시민들은 그 작은 친절함 하나에도 행복해 할 만큼 순박하다.

지도자는 많은 힘을 가지고 직원위에, 또 시민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범이며, 자신이 가진 권력을 시민들 앞에 조용히 내려놓는 겸손함이 그래서 필요하다.

상명하복을 요체로 하는 ‘강압적 리더십’보다, ‘섬김의 리더십’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땅의 지도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변화의 모습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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