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장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 출마를 선언했거나, 이미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사람들만 꼽아도 10여명은 족히 됩니다. 그래서 이 도시는 시장 감으로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력한 주자 대부분이 오직 민주당 공천을 목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민주당 공천 = 당선’이라는 공식이 상당부분 적용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장후보들이 ‘민주당 경선’이라는 치열한 전투(?)에 참여해,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고 모두 전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수시장 후보가 민주당 1명, 한나라당 1명으로 압축될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현재까지 후보가 10여명이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할 것입니다.

이 현상을 보면서 며칠 전, 어느 원로분과 밤늦게까지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대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박 대표, 우리도시에 시장 감이 몇 명이나 되는 줄 아시오?”
“모르겠습니다”
“여수에서 스스로 시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천 명은 될 것이오”
“그렇게 많을라구요”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주위에 어지간한 사람 붙잡고 ‘시장, 맡겨주면 할 수 있냐?’고 한번 물어 보시오. 누구라도 시장노릇 다 할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오”
그 원로의 말은 시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우리 시민들이 너무 완벽한 자격요건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 됩니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보다, 차라리 착한 마음으로 이 도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가치로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선거를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합니다. 잘 치를 경우도 후유증이 만만찮은 것이 선거입니다. 내년 여수의 자치단체장 선거의 전개상황을 얼핏 보면 세 가지 방향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현재까지 뚜렷한 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상입니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경선후보 난립의 혼돈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묻습니다. “누가 했으면 좋겠냐?” 아마도 이글을 읽는 대부분의 시민들 또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입니다.
이렇게 부동표가 많은 지금의 판세를 뒤집어 말하면,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집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둘째, 민주당 경선 이후 진행 될 본선거가 상당히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시민들의 뜻이 아닌 오직 민주당 공천만이 선거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정책대결의 선거가 아닌, 소위 ‘정치공학’의 선거가 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시민들에게 전혀 소망스럽지 못합니다. 유력한 후보군들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모두 사라지고 나면, 여수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예선이 곧 본선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 국회의원과 대의원들에게 신망을 받지 못한 경우나, 중앙당에 뚜렷한 연줄을 대지 못하여 민주당 공천이 힘들다고 판단한 누군가는 어느 순간에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산술적 계산으로 누군가 민주당을 탈당하게 될 경우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춘 후보라야 합니다. 그것은 나름의 자본력과 조직력입니다. 이미 그러한 기미가 보이는 후보가 두어 명 짚이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실명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할 것입니다. 미루어 짐작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아직까지 뚜렷하게 시민들 가슴에 와 닿는 후보가 없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인물과 정책선거가 실종된 연고주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의 인생관, 민족관, 국가관, 정치철학, 비전제시능력, 도덕성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이 대세에 휩쓸려 시장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쯤해서 시민들에게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후보의 인생관, 민족관, 국가관, 정치철학의 한 조각이라도 알고 투표하신 분이 계시면 손들어 보시라!”고.

이 현실은 실상 우스운 게 아니라 서글픈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우리는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동네 출신이니까, 우리 동문이니까, 같은 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민주당 공천을 받았으니까,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떤 자리에 있었으니까,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까, 누가 도와달라고 하니까...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인들은 인생관, 민족관, 국가관, 정치철학,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 없이도 지역에서 떵떵거리는 정치인으로 행세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라는 자리는 ‘군주적’ ‘제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막강한 권한은 이미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드러날 대로 드러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금의 선거전을 바라보면서, 지금부터 유권자들 끼리만이라도 건강한 토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는 숲속에 살고 있건만 그 나무가 높지 않은 것을 염려하여 다시 또 높은 가지 끝에 깃들인다. 물고기는 물속에 숨어 있건만 그래도 물이 깊지 않은 것을 염려하여 더욱 깊숙한 바닥의 구멍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잡히게 되는 까닭은 모두 먹이를 탐내기 때문이다” 정치판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구입니다.

‘후진성을 가진 관리와 오뉴월 생선은 상하기가 쉽다. 다만 관리가 썩으면 돈이 생기고, 생선이 썩으면 구데기가 우글댄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인연으로 인물을 뽑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인물 됨됨이에 대해 시민 모두의 치열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언론이 계속해서 그 토론거리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도시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들의 미래까지담보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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