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수의 원로 몇 분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어느 원로분이 음악도 없는 자리에서 가슴으로 부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여수항 경치’라는 노래입니다.
3/4 박자 왈츠곡으로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가들이 스코틀랜드 민요인〈작별(Auld Lang Syne)〉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불렀던 그 곡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노래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여수사람들이 술자리를 마무리 할 때나, 이 도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목청껏 불렀던 노래가 바로 ‘여수항 경치’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즉석에서 가사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가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 북쪽에는 종고산이 솟아있고요 ♬
♬ 남쪽에는 장군도 놓여있구나 ♬
♬ 거울 같은 바다위엔 고기 잡는 배 ♬
♬ 돛을 달고 왔다갔다 오동도바다 ♬
♬ 아~ 아름답구나 여수항 경치 ♬
♬ 아~ 아름답구나 여수항 경치 ♬

3절까지 있는 노래인데 오늘은 1절만 가르쳐주었습니다. 종고산, 장군도, 거울 같은 바다, 고기 잡는 배, 오동도, 아름답구나, 여수항 경치... 여수를 참 예쁘게도 풀어놓았습니다. 여수의 남자들이 술 한 잔 하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없는 애향심도 절로 생겨날 것 같은 그런 노래입니다. 우리도 자리를 정리하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감동이란 것이 달리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애향심이라는 것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내가 태어난 우리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 노래 보급운동이라도 해야 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느 원로 분은 ‘여수가 많이 답답하다’며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놓기도 했습니다. 평소 말을 아끼는 분의 말이라 무게가 더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도시가 추구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어 놓았습니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는데, 이 말뜻은 곧 뜻이 없으면 길도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장기적으로 40~50년 앞을 내다보고 작성되어야 합니다.
중기적으로 10~15년 앞을 확정지을 수 있어야 하고, 3~4년마다 그 계획에 최소한의 수정이 이루어져야 그것을 도시계획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이 도시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청취와 피드백 과정은 필수입니다. 이 말뜻은 곧 시민들도 모르게 도시의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흥적인 사업들은 하나같이 도시를 망치는 원흉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업들은 논의의 과정에서 충분히 숙성되지 못하고, 즉흥적인 발상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히 틀린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약 460억원이 소요되는 이순신광장 사업을 하나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사업 또한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사업입니다.
처음에 시민들에게 홍보되기를 진남관 바로 앞까지 수로를 파서 배들이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창한 용역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 거창한 계획들은 사라지고, 활성화 된 중심상가 일부를 털어내고 그 일대에 광장 하나 만드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시민들의 이해도 구하지 않고 진행되는 사업들을 보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난망한 일입니다. 그 사업들을 보면서 시민들에게 애향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들은 이제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민초들의 행복을 위한 사업에 전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형사업은 계획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계획 내용을 시민들에게 사전에 공개하여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인터넷 등으로 충분한 피드백 과정을 거쳐 사업이 계획되고 수립되어야 마땅합니다.

선진도시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립니다. 10년이 넘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우리의 주거환경이 나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여수가 미래도시로서 경쟁력과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은 시민참여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에 의한, 시민들을 위한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의 도시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년, 30년 앞의 그림은 무엇입니까? 지금부터라도 시민들과 함께 그 꿈을 만들어 가고, 그 꿈을 공유하는 것에서 부터 도시의 미래계획은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들을 만들면서,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콘크리트와 인공구조물로 가득찬 지금의 개발방식으로는 도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도심 속에 숲을 만들고, 도심 속에 공원을 만들고, 그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그러한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개발이익이 건설업체에 집중되고, 개발에 따라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은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지금의 개발방식은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할 것입니다. 지도자는 감동을 연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사기와 통합을 위해서도 그것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시민과의 소통없는 감동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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