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나 국가나 개발의 삽질이 한창이다. 정부는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를 기어이 밀어붙이고 있다. 공사금액만 당장에 22조5000억 원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4대강의 돌멩이를 파내고, 강줄기에 시멘트를 바르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이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총액 기준해서 한정된 것이다. 한쪽의 지출이 늘면, 다른 쪽의 지출은 그만큼 줄어야 한다.

당장 내년예산에서 4대강 사업으로 늘어난 그 예산만큼 결식아동 지원예산과 같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교육, 복지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됐다. 그래서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삽질인지를 묻는다. 우리 시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동안 이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미명하에 수많은 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우리 시민들이 그만큼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속 좁은 내가 보기에 그만큼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꼭 필요한 개발은 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을 지르는 개발은 삼가야 한다. 시민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세금은 시민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데 사용해야 명품도시가 되는 것이다.

개발사업의 구호는 항상 이렇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 그리고 도시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창한 구호를 들고 나오는데 누구도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단기적 결과에 급급한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앞을 준비하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한번쯤은 상상력을 발휘해 볼 필요가 있다. 작은 것부터 얘기해 보자.
지금 여수는 도로 곳곳이 주차전쟁이다. 지금 시민들 상당수가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메인 도로에서 이면도로에 이르기까지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들로 인해 교통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급하지 않은 사업에 사용되는 수백억원의 그 돈으로 도심 곳곳에 공용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길가에 불법 주차된 차량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4차선 도로가 2차선 구실밖에 못하고, 6차선도로가 2차선이나 4차선 구실밖에 못하는 현재의 도로여건을 4차선 도로는 4차선답게, 6차선 도로는 6차선답게 만들어야 한다.

도로에 이중 삼중으로 주차를 해 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보면 내가 먼저 부끄럽다. 이 도시가 어쩌다가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이렇게까지 실종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생각이 어디 나 뿐이겠는가.
먼저 주차공간을 만들어 놓고, 일부 시민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불법주차에 대해 예외 없이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한다. 그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에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한 도시를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도시를 화려하게 울긋불긋 치장한다고 해서 잘 사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궐 같은 집에 산다고 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이.

비록 오두막집에 살더라도 그 안에 정이 흐르고, 사랑이 흐르게 하자.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는 그리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번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도심 속에 숲을 만들고, 그 숲 속에 노루나 고라니가 뛰어놀게 해 보자.

미래를 내다보며 도심 곳곳에 생태 숲을 조성하고, 그 안에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게 해 보자.
냄새가 진동하는 연등천에 연어가 살게 하고, 하천의 상류에는 붕어가 살고, 피리가 살게 해 보자.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바지를 걷고 그 안에 들어가 자연생태를 체험하게 해 보자.

길가의 화단에 나무와 꽃나무를 심는다고 사용하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그 돈. 심었다가 뽑아 버리고, 심었다가 뽑아버리는 그 돈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욱 더 빛을 발할 생태환경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쾌적해진 도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준다.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문화를 잉태하게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다준다.
그러다 보면 우수한 인재들이 머물게 되고, 떠나고 싶은 도시가 아닌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겉모습만 화려한 도시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도시. 그 속에 시민의식이 있고, 도시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느껴지는 도시.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이러한 도시가 아닐까. 순천과 여수가 통합한다고 하니 반대하는데 힘을 모으는 부끄러운 도시가 아니라, “그래, 통합하자!”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도시는 언제쯤 될까. 반대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도시는 표정만 있는 게 아니라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곳이어야 한다. 겉보기에 어수선하다고 확 밀어버린 다음에 새로 짓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미래의 시민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삽질 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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