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날 충무동 큰샘 60년 만에 첫 우물고사
전라좌수영 서문 골목길 살리기 일환으로 추진

▲ 9일 여수에서 가장 큰 샘물에서 칠석날을 맞아 첫 우물고사 행사가 열렸다. 김병호 여수시문화유산위원장과 삼동매굿(단장 손웅)이 제를 올리고 있다.

견우와 직녀가 한 해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석날 여수시 큰샘골에 있는 큰샘(大井)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려 화제다.

군자동·충무동·교동이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한 큰샘골은 마을에서 사용하던 큰 우물이 있어서 전해오는 지명이다. 큰샘은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이후에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 우물로, 백성들은 물론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마셨다고 전해져 온다. 큰샘 물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얼음물처럼 시원하다. 큰샘골은 큰샘 지역 주변 골목 전체를 일컫는다.

9일 큰샘에서 김병호 여수시문화유산위원장과 하봉영 충무동장, 박석현 전 여수상호신용금고 이사장, 김용우 전 세계일보 기자, 충무동 주민자치센터 위원, 삼동매굿(단장 손웅) 단원 20여 명이 모여 우물고사를 지냈다.

이날 행사는 전라좌수영 서문 골목길을 민간 차원에서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마련됐다.

큰샘 우물고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큰샘 정문 앞에서 시민공방을 운영하는 김문곤 사장과 김생임 할머니 등 두 사람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종고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큰샘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병신년에 설치돼 한 번도 마르지 않고 현재까지 생활용수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식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샘은 과거 수도가 없던 시절 중앙동, 고소동, 수정동 주민들이 양동이를 이고 직접 물을 길어 마시거나 출항을 앞 둔 선원들이 배 식수를 구하기 위해 손수레에 양동이를 싣고 와 물을 가져간 곳이다.

삼동매굿의 홍선자(65)씨는 “11살 때 중앙동에 살았는데 이곳까지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러다 마셨다”며 “큰샘은 구도심 사람들에게 생명수였다”고 회고했다.

박석현 전 여수상호신용금고 이사장은 “여수에는 이런 큰샘이 5개 있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는 샘은 이 큰샘”이라며 “여수사람이라면 이 물 안 먹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진짜 여수 보배”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김병호 여수시문화유산위원장은 칠석날 큰샘물로 목욕을 하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에 따라 직접 물세례를 받는가 하면 참석자들은 큰 샘가에서 발을 씻으면서 그 의미를 되새겼다.

김 위원장은 “큰샘 물 뜨기 행사는 공동체 회복을 염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며 “앞으로 관에 의지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가 전라좌수영 서문 골목길을 살리는 일에 앞장 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긴다. 이 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난다는 유래담이 있는 날이다. 칠석날에는 칠석차례라 하여 햇벼가 익으면 사당에 천신하고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우물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동부매일, 여수신문 공동취재>

▲큰샘은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이후에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 우물로, 이순신 장군과 군사, 백성들까지 마셨다고 전해져 온다. 큰샘 물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얼음물처럼 시원하다.
▲전라좌수영 서문 충무동 골목길에 위치한 큰샘은 수도가 없던 시절 구도심권 주민들의 생명수였다.
▲“큰샘은 여수의 보배지요” 칠석날 충무동 큰샘에서 우물고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발을 씻으며 샘물의 의미를 되새겼다. 큰샘은 지난 60년 동안 구도심권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면서 생명수로 그 역할을 해 왔다. 사진 왼쪽부터 김병호 여수시문화유산위원장, 여수신문 박성태 편집국장, 손웅 삼동매굿단장, 박석현 전 여수상호신용금고이사장, 하봉영 충무동장, 김용우 전 세계일보 기자/사진 동부매일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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