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지방 일반계 고등학생들의 변호·2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네요.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조작한 사건이 겹치면서, 차라리 수능으로 대학 가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학종이 사면초가에 몰린 듯해요.

하지만 안 돼요. 학종에 학교혁신의 힘이 있다고까지는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지만 교실혁신의 힘이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거든요. 학생부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그러시더라고요. 학생부를 잘 쓰려면 ‘어떻게’라는 방법적 문제만 고민할 게 아니라 ‘무엇을’이라는 교육활동의 내용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요. 그러면서 교육활동의 내용으로 두 가지를 꼽으시는데, 하나는 <교실수업 개선>, 다른 하나는 <학생자치 강화>였어요.

그런데 그게 쉽게 되겠느냐고요? 아니요, 돼요. 쉽진 않겠지만 선생님들이 나서 주시면 그게 돼요. 우리는 지난 1학기 동안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학생이 참여하는 교실수업’으로 수업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말하는 마당’을 조금씩 허용하자, 학생부를 작성할 때 쓸거리 때문에 하는 고민이 많이 줄게 되었다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여수충무고등학교(교장 강숙영)가 바로 그곳이에요.

“지방의 일반계 고등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역시 우리 선생님들. 이순신교육문제연구소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만나고 나서, 한 친구가 그랬어요. “역시 우리 선생님들!”이라고요. ⓒ 이유림

여수충무고에서 만난 한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학생부를 쓸 때 방법만을 고민하다가 학생부 내용을 풍성하게 할 교육활동에 초점을 맞추자, 학생부 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요. 기말고사가 끝나면 영양실조에 걸린 빈약한 학생부를 어떻게 채울까 다들 걱정하였는데, 지난 1학기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이하 세특)을 적을 수 있어 한시름 놓이더라면서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여수충무고 교사자율동아리 이순신교육문제연구소(소장 박수진)를 찾은 것은 이 때문이었어요. 간곡하게 부탁하여 박수진 선생님(영어, 36), 이현정 선생님(수학, 39), 송광현 선생님(수학, 31), 김성동 선생님(사회, 32), 김한아 선생님(음악, 25)을 한자리에 모시게 되었지요.

- 여수충무고등학교 2학년에서는 교실수업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3학년 진학지도를 하면서 참 답답했어요. 학생부를 보면 도저히 대학을 보낼 수 없는 상태인 거예요. 이건 분명히 1, 2학년 때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제가 막상 2학년 담임이 되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한 선생님께서―누군지 알고 있지?(웃음)―이러저러한 방법이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주시고 직접 보여 주기까지 하셨어요. 그래서 다들 좋게 받아들이고 저도 한번 해보아야겠다고 시도를 한 거예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아이들하고 좀 더 역동적인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수업에 변화를 주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원인 중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예전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저부터 교실수업 개선에 어려움을 느꼈으니까요. 그러다가 동료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아, 나도 저렇게 애들한테 역동적이고 감동을 주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사로서 저도 만족하고, 학생들에게 만족도 주고, 그러다 보면 학생부에 써줄 말도 많아지겠다 싶은 그런 수업을요.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바꾼 것은, 이 세 가지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 교실수업을 변화시키기까지 과정이 궁금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요. 시행착오가 많았거든요.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를 주고 수업을 하게 했는데 제가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제시하지 않았더니 학생들도 갈팡질팡하더라고요. 그런데 여러 반을 수업하면서 점점 개선이 되었어요.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동료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열망은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였어요. 하지만 한번 해보자 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단원 수업을 자유롭게 준비해 보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나는 ‘교과서 안’에서 하고 있으니 너희들은 ‘교과서 밖’에서 수업할 것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실생활에 관련된 걸 말이죠. 그랬더니 학생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연극도 하고 콩트도 하고 ppt도 준비하고, 수학 수업을 아주 재미있게 진행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수업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지요.”

- 이전의 수업과 비교하면서 선생님의 생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수업시간에 보면 애들이 많이 수동적이에요. 가르쳐준 것은 잘 흡수하는데 능동적으로 뭔가를 탐구하려고 자세는 없거든요. 그런데 열린 수업을 하다 보니깐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참으로 많았어요. 교사로서 이제까지 아이들의 잠재력을 덮고 있었구나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제가 다른 선생님들한테 ‘오늘 수업했는데 너무 잘했어.’ 하고 자랑하기도 해요.”

“저는 그래도 여전히 설명식 교육이 가장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은 배워야 할 학습량이 너무 많거든요. 하지만 교과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학생활동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학생들에게 ‘수학용어사전 만들기’라든지 ‘실생활에 관련된 사례 찾아오기’라든지 ‘수학자들에 대해 연구하기’ 등 교과서 외의 것들을 탐구하게 해서 수업을 해본다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요. 시작단계라서 아직은 수업할 내용을 조금씩 던져 주기만 하는 상황인데도,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여 정말 좋은 수업을 해 주고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 학생들이 주도하는 수업에서 깜짝 놀랐던 사례가 있었나요?
“제가 수업을 하면 그냥 교과서에 있는 것만 가르쳐요.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어요. 별로 요구한 것이 없었는데도 깜짝 놀랄 만한 내용들을 찾아오는 거예요. 간디에 대해서 수업하는데 2학년 3반 김윤식 학생은 인도 복장을 하고 얼굴에 점도 찍고 나타나서, 간디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측면을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이들의 이런 반짝이는 재치를 보면서, 저보다 낫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출어람이 거기에 쓰이는 말 같더라고요.”

“저는 수업 주제로, 자신의 진로와 음악을 접목시켜서 수업을 해 보라고 하였어요. 그런데 어떤 학생이 자신은 경영학과를 지망한다면서, 오페라와 경영을 접목시켜 수업을 해보겠다는 거예요. ‘그게 어떻게 연관이 돼? 연출이나 홍보 이런 걸 얘기하려는 거야?’ 했더니 아니라면서 얘기를 해주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그 학생이 하는 수업을 봤더니 오페라에 경영을 접목시켜 발표하는데, 정말 색다르고 좋았어요.”

- 학생이 주도하는 열린 수업을 학생부에 어떻게 기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수업은 교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자기 주도적인 수업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과정을 있는 그대로 적어주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어떤 단계를 밟아,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고, 그냥 객관적으로 쭉 기술하면 되니깐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학생부에 적을 수 있는 게 사실 별로 없었어요. 항상 ‘성실하고 바른 자세로 발표를 잘함’ 이 정도밖에 적을 거리가 없었지요.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들은 별로 눈에 안 띄잖아요. 하지만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적을 거리가 넘치더라고요. 저는 모든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한 장씩 나눠주고, 친구 수업에서 뭘 보고 뭘 느꼈는지,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적으라고 했어요. 그러고서 그것을 발표자에게 주었지요.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지라고요. 그러고서 학생들의 포스트잇을 다시 걷어 교과 세특을 적었는데, 이 방법 정말 괜찮았어요.”

“학교는 등급전쟁 중인데, 열린 수업이 가능한가요?”

▲무서운 아이들. 학교 내신 성적 ‘올 1등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친구들은 이름을 밝히기조차 꺼려했어요. 이게 학교 현실이에요. ⓒ손인애

학교는 지금 등급전쟁 중이에요. 이 전쟁은 다른 전쟁과 달리 전우가 존재하지 않아요. 이미 학교에 친구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지 대학이라는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 3등급은 23% 등으로 9등급까지 석차 백분율로 순위를 매기는 잔인한 전쟁 중인데, 친구가 어디 있겠어요.

등급전쟁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저마다 학교에서 ‘올1등급’인 친구 다섯을 만나 보았어요.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무서운 아이들’이지요. 많이 망설이는 그 친구들을 불러내어, 그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과정에서 부상은 당하지 않았는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0.1점 차이로도 등급이 갈리는 내신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있죠.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서는 말씀을 안 하셨는데 다른 반에서는 알려 주신 시험문제 힌트를 다른 반 친구에게 듣고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알려 주지 않은 적이 있어요.”

“친구가 잠을 자면 깨울까 말까 고민한 적이 있어요. 또, 제가 생각하기에 시험에 나올 것 같은 부분이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친구에게 가르쳐 주고 후회한 적도 있고요.”

“시험 기간에 공부가 자신 있다 싶으면, 저랑 경쟁하는 애를 불러 같이 놀러 다녔어요. 물론 저도 같이 놀긴 했는데요.(웃음) 뭐, 이기적인 걸 뽑으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교과 성적 말고도 자동봉진이라고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중시되고 있는데요.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으시죠?
“중학교 시험에서는 95점이랑 96점이 별로 차이가 안 나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등급이 달라져 버리기도 하니까 입술이 바짝바짝 타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하라니 스트레스 엄청나요.”

“이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비교과 공부를, 아니 비교과 관리를 하다 보면 굉장히 초조해져요. 난 공부가 안 돼 있는데, 지금 이거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비교과 관리를 하다 보면, 공부가 정말 하고 싶어요.(웃음) 그러다 공부를 하게 되면, 공부가 저한테(목소리가 격해짐)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어요.”

-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폭 확대되면서 여러분이 목표로 하는 상위권 대학에서는 내신(교과등급)에 대한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현행 9등급 체제가 의미가 있을까요?
“맞아요. 대학 입시에서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은 수능으로 충분해요. 수능 9등급이면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쭉 세울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 별로 신뢰하지도 않는 학교의 내신 성적을 9등급으로 유지하는 건, 정말 아니에요.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경쟁만 더욱 부추기지, 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내신 9등급은 이제 고쳐져야 해요. 학교에서 비교과 활동을 강조하면서, 살인적인 내신 9등급제를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아요. 그래서 옛날처럼 내신은 ‘수우미양가’ 5등급제로 경쟁을 조금 완화시켰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친구들끼리 바라보는 눈빛도 더 부드러워질 테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도 조금 더 잘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교실수업 개선>과 <동아리활동 강화>, 이게 학교혁신의 답이 아닐까요?”

▲우리 교장선생님. 학교 이름에 들어가 있는 ‘충무’정신을 살리고자 활동하는 여수충무고자율동아리 ‘이순신연구소’예요. 교장선생님께 개교기념일 변경과 이순신 탄신제 등의 학교 행사를 건의하고 있네요. 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분이 계시니 이런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 저희도 알고 있어요. ⓒ홍지원

흔히들 그러죠. 청소년들은 21세기를 살아갈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인간으로 키워져야 한다고요. 고마운 말씀이에요. 그렇다면 학교 교육도 그와 걸맞게 달라져야 하지요. 이를 위해서, 학교가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학습 경험의 질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21세기는 없으니까요.

교실수업이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바뀌면, 이런 학습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갖추게 될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놓고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꿈과 끼를 키워 가는 인간으로 성장한다면, 바로 이게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난 기사(“학종에는 교실수업을 바꾸는 힘이 있어요.”, 16.07.25.)에서 독서활동은 1년에 6권 정도만 하는 게 낫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과도한 독서활동’은 사교육시장이 침입하여 학교교육의 본질을 흐려놓을 수 있다면서요.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맛있는 ‘떡’에 묻어 있는 그 ‘흙’을 털어내야 한다고 하였어요.

이번 기사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동아리활동 강화>를 제안하고 싶네요. 교실수업에 학원 강사가 개입하기 어렵듯이, 동아리 활동도 외부 사교육의 손길을 미치기 힘들거든요. 그러니 어른들이 걱정하는 사교육 팽창이라는 문제점이 생길 까닭도 없고요. 사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확인하게 된 건데, 학교 현장에는 참신하면서도 알찬 동아리들이 참 많더라고요.

<사례 1> 아두이노 동아리(여수여자고등학교) 한지은 대표 인터뷰

“아두이노는 공대 진학을 원하는 친구들이 만든 동아리인데요, 사람한테 뇌가 있는 것처럼 컴퓨터 본체에는 CPU가 있어요. 아두이노는 CPU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돼요. 이 아두이노를 코딩하는 활동을 우리가 하지요. 로봇 팔 만들기를 예로 들자면, 모터 1번을 5°만큼 1초 이동, 0.5초 정지해라, 5°만큼 1초 이동하고 정지해라, 계속해서 이렇게 5°씩 조금씩 움직이게 코딩을 넣으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로봇을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어요. 바퀴에 모터를 달아가지고 코딩을 조종하면 자동차가 움직이는 RC카도 만들고 있고요, 요즘은 초음파센서를 이용한 음계로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고 있어요. 여학생이라고 기계와는 거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에요.”

<사례 2> POLO 동아리(여수여양고등학교) 김보미 대표 인터뷰

“저희가 얼마나 재미있게 동아리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안 남겨요? 안 남기면 500원!’ 이 말이 오고가는 곳은 개그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우리 학교에서는 수요일 점심마다 아주 재미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름 하여 ‘클린테이블!’ 먹을 만큼만 떠서 남김없이 먹은 빈 그릇과 함께 찍은 인증사진이 아프리카 빈곤 아동의 급식기부금으로 500원씩 적립되는 글로벌 캠페인이에요.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동아리가 바로 ‘POLO’이고요. ‘POLO‘는 ‘Practice Of Love Organization’의 약자로, 급식도우미활동을 하면서 지구 반대편에선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우리는 잔반을 이렇게 남겨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만든 동아리인데, 클린테이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가까운 사회복지관이나 유니세프에 보내지는데, 그럴 때마다 참 뿌듯하지요.”

이런 좋은 동아리들이 학교마다 많이 있는데, 학생부에는 우리의 열정을 담은 동아리활동을 적을 자리가 턱없이 모자라요. 2015학년부터 교육부는 독서활동 기록 글자 수는 크게 늘리고, 동아리활동 기록 글자 수는 크게 줄였거든요. 공통독서 3000바이트에 과목별독서를 과목당 1500바이트까지 늘려서, 독서활동에 할당된 양이 1년당 4만 바이트에 육박하는데, 동아리 활동은 3000바이트에서 1500바이트로 오히려 절반이나 줄였어요. 교육부가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만난 시민들. 시민들도 경쟁으로 치닫는 학교현실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어요. ⓒ 심소원

이 기사를 쓰면서 우리는 《내가 경험한 학교혁신 이야기》(원주횡성혁신학교연구회)를 읽었어요. 강원도 혁신학교연구회 선생님들이 제안하는 학교혁신이 크게 와 닿았거든요. 이 책을 읽고 ‘학교혁신은 교사의 각성에서 출발하여 학생들의 행복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울러 학교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동아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리도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었고요. 어찌 보면 우리가 쓴 이 기사가 바로 학생의 입장에서 ‘내가 경험한 학교혁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어요.

맞아요. 언론에서 지적하듯이, 학생부종합전형은 문제가 많아요. 그러나 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길인 것 같아요. 털어버릴 ‘흙’이 있으면 털고, 더욱 맛난 ‘고명’이 있으면 얹고 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21세기형 선진 입시 전형으로 가꿔 나가는 거예요.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가만히 앉아서 듣는 수업으로는 21세기는 없을 것 같거든요. 생각이 있는 나라들은 이미 다 바꾸었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수충무고등학교에서 만난 2학년 한 학생은 학종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게 이 기사의 결론이기도 해요.

“지난 학기, 교실수업의 변화로 저희들은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교실에서 대답 없는 메아리로 울리던 선생님의 목소리는 이제 살아있는 친구의 목소리가 되어 울렸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맥이 풀린 눈빛을 발사하던 친구들이 살아나 신나게 수업에 귀를 기울였지요. 수업에 변화가 찾아오니, 학교에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수업시간에 미소 지으시는 것을 보니 저희도 행복하고요. 학종 덕분에 이러한 변화가 찾아온 건데, 이런 학종을 왜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젊은기자들 교육팀.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위해서는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포즈를 취해 보았어요. 곱게 봐 주세요. ⓒ 이재은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교육팀> 이유림, 윤세은, 심소원, 손인애, 명신영, 홍지원 기자)

[덧붙이는 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교사추천서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구체적으로 그 전형요소는 다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정착한 지 오래되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공부만 1등 하는 학생을 뽑는 것보다 자주적이면서 창의적이고, 그러면서도 공동체 의식을 함께 지닌 인재를 뽑는 것이 필요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굳어졌다고 하더라고요.

평가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두 축인데, 수능으로 한 줄 세우는 것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지는 몰라도 평가의 타당성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자꾸 어른들은 타당성은 생각하지 않고 객관성이라는 잣대로 학교를 18세기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학 입시가 바뀌면 학교 교육이 확 바뀌고, 교실수업 또한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계실 텐데, 왜들 저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이 기사를 쓰면서 ‘생각이 다른 분들’로부터 꾸중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들은 정말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무엇이 ‘똥’이고 무엇이 ‘된장’인지는 이제 구별하게 되었지요. 그게 제일 뿌듯해요. (교육팀장 손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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