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주철희 박사

▲ 국정교과서 ‘한국사’ 겉표지

교육부는 그동안 ‘복면 집필’, ‘깜깜이 집필’ 등 베일에 가려졌던 집필진 전원 공개와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를 드디어 28일 공개하였다. 이날 오후 1시 20분 전용 웹사이트 ‘올바른 역사교과서’(historytextbook.moe.go.kr)를 통해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은 누구나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5․16쿠데타를 5․16군사정변 등 항일독립운동, 친일파, 군사독재정권의 기술은 여러 학자가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여수․순천 10․19사건으로 일컫고 있는 여순사건에 대해서만 논하고자 한다. 필자는 여순항쟁으로 불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현재 교과서에서 여수․순천 10․19 사건으로 칭하고 있기에 이글에서 편의상 여순사건으로 명명하겠다.

여순사건은 제주 4․3사건과 동시에 아주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아래 <그림-1>은 ‘올바른 역사교과서’ 웹사이트를 그대로 갈무리했다. 빨간색의 ①~④까지와 빨간색 밑줄은 필자가 임의로 표기한 것으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되어 진다.

▲ <그림-1>국정 역사교과서 ‘여순사건 편’

국정 역사교과서에 규정한 성격을 보면, 제주4․3사건은 5․10선거를 반대하는 무장봉기로 규정하였으나, 여순사건은 제주도 출동을 거부한 ‘반란’으로 규정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봉기는 시대변혁 또는 불의에 항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반란은 체제 전복이나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역사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격 규정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하면,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지속된다면 ‘여순사건 특별법’은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생각해보자, 국정 역사 교과서에는 “국군 제14연대 내 좌익 세력이 제주도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켜…”고 기술하고 있다. 이들이 왜 제주도 출동 명령을 거부했느냐는 여순사건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제주도 출동 명령을 왜 거부했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고민도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반란’이란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제14연 군인들의 제주도 출동 명령 거부는 ‘동족 상잔 절대 반대’와 ‘미군 즉시 철퇴’이다. 이들은 왜 이러한 주장을 했을까?

앞선 <그림-1>에 ②의 밑줄 친 부분에는 “많은 무고한 제주도 주민까지 희생되었다”고 기술되었다. 1948년 10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가 설치되면서 제주도는 군의 주도아래 강경한 초토화 작전을 준비하였다.

즉, 무고한 주민을 상대로 한 무장 군인의 초토화 작전을 말한다. 여기에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도로 출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여수 14연대 군인들은 ‘동족상잔 절대 반대’를 외쳤다.

또한, 제주도의 무고한 주민의 살상에는 미군이 주요한 위치에 있었다. 미군의 지휘와 미군의 지원으로 제주도는 진압작전이 날로 강경해지면서 초토화 작전까지 이르게 되었다.

즉, 제주도의 무고한 주민의 희생 뒤에는 미군이 있었기에 여수 14연대 군인들은 ‘미군 즉시 철퇴’를 주장하였다.

다시 여순사건으로 접근해보자. 제주도의 무고한 주민의 희생만큼이나 여순사건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주민의 희생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란’이란 행위를 계엄령을 선포하여 진압하였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당시 계엄령을 내릴 어떠한 근거가 없었음에도 계엄령의 정당성을 기술하고 있다.

여순사건으로 인한 무고한 주민의 희생이 제주 4․3사건만큼이나 있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접근하지 못한 것은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무고한 주민의 희생은 간과되고 있다.
따라서 무고한 주민의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여순사건의 성격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다는 것을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 기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첫째,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역사 교과서보다 퇴행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둘째, 동일 선상에서 발생한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을 성격 규정에서부터 영향까지를 제각각 기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역사 교과서의 기술보다 훨씬 퇴보했으며, 역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순사건은 여수와 순천뿐만 아니라 전남 전체 지역에서 많은 무고한 주민의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 ‘여순사건 특별법’은 고사하고 ‘여순사건 조례’조차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순천시는 조례가 제정됨). 아직도 구식 케케묵은 이념 논쟁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한 지역의 현실이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인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나 아직도 반공의 악령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역사로서 여순사건이 제대로 후대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또는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해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사회와 지역주민들이 여순사건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알려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지속해서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