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감세 위주의 세제 개편 영향 등으로 내년도 지방재정 결손분이 4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줄어든 4조원의 세입 감소에 4대강 공사 예산으로 22조5000억 원이 더 필요하니 내년도 나라 살림이 빠듯할 것은 불을 본 듯 뻔하다. 이는 국가에서 지방에 지원할 예산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는 또 그렇다 치고 내년도 여수시의 예산도 중요하다. 도시 미래를 위해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4일 동안 1,200페이지가 넘는 2010년 여수시 예산안을 꼼꼼히 훑어봤다. 그 예산서에는 당연히 써야 할 곳에 사용한 예산도 있지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도 적지 않게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박람회 개최가 확정된 이후 2년여 동안, 우리 여수에는 총 2조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됐다. 그 엄청난 예산으로 이 도시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물론 답답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수 시의원들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여수시의 지원을 받아 온갖 이권이나 사업에 개입한 의원들, 이런저런 사회단체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온갖 특혜를 받아 온 의원들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펼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건방지게 의원들 상당수를 내년 선거에서 바꾸자는 말은 못하겠다. 그러나 몇몇 의원을 뺀, 상당수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서 제발 물갈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부터 시민들이 뼈골 빠져가며 마련해 준 세금이 내년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그 집행 내역에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들이대 보면 이렇다.

내년에 여수시가 사용하겠다고 하는 예산은 총 7,602억원이다. 현재 여수시의회에서 이 예산에 대한 심사에 착수해 계수조정이 한창이다.
우선 2010년 여수시 예산을 살펴보면 국비나 도비 지원사업 외에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부 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의 감소다. 지방세 중 주민세가 금년도 본예산보다 약36억원 감소되어 편성돼있다. 그리고 세외수입도 금년도 본예산보다 약 979억원이 감소되어 편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내년도 여수시의 지방세수가 금년보다 총 1,015억원 정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세입이 준다는 것은 또 그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내년 예산도 올해 본예산 8,277억원보다 675억원 감액된 7,602억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수시가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따져보면 이렇다.

우선 세출예산 7,602억원에는 인건비가 약 962억원이고, 물건비가 596억원, 경상이전비가 2,568억원, 자본지출예산 3,172억원, 융자 및 출자예산이 4억5천만원, 기타회계 전출금 등 내부거래비 100억원, 예비비가 134억원 등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시민들은 잘 모른다. 세목별로 좀 더 쉽게 풀이해 드리겠다. 우선 이번 예산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행사성, 소모성 예산의 대폭 증액편성이다.

민간경상보조비는 487억원으로 금년보다 84억원을 증액되었고, 민간행사보조비도 86억원으로 금년보다 9억원이 증가됐다. 따라서 내년 여수시 예산에서 민간단체 운영비와 민간단체행사비지원 등의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93억원이 증가된 573억원을 더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총 맞을 얘기 하나 해야겠다. 이렇게 행사성, 소모성 예산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출을 제외하고 모조리 삭감시켜, 이 예산을 지역발전을 위한 생산성 사업비에 투자하시라는 것이다. 행사가 많은 도시보다 사업이 많은 도시가 그래도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행사를 자주 한다고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람회를 앞두고 민간경상보조비, 민간행사보조비로 이렇게 많은 예산을 사용해도 될 만큼 우리 도시가 여유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시장님과 의원님들은 이 도시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 주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내년 예산중에서 사무관리비는 171억원으로 편성되어 금년보다 6억원 증액됐고, 시책업무추진비는 4억2천만원으로 금년보다 4천4백만원을 증액, 공보담당관실 예산은 12억원으로 금년예산보다 6억6천만원 증액, 행정지원과 예산도 391억원으로 금년도 예산 360억원보다 31억원 증액 편성됐다.

주민생활 지원과는 553억원으로 금년도 525억원보다 약 28억원이 증액된 반면, 원도심개발과 예산은 130억원으로 금년도 163억원보다 33억원이 감액됐다. 일반 행정비는 300억원으로 금년 예산보다 30억원이 증액되고. 시장재량사업비도 총 28여억원이나 편성되어 있다.

어렵게 설명해서 죄송하다. 그러나 숫자놀음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어렵기 마련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누구나 공통점 하나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행정운영비, 민간단체 지원비, 행사비, 홍보비 등 소모성 예산이 대폭 증액되어 편성된 반면, 실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업예산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의 상당부분을 행사성, 소모성 사업에 사용해 버리고 나면 우리 도시에는 과연 무엇이 남는가도 의문이다.

내년이 선거다. 잘 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그에 따른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지역신문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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