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가 관광객증가로 인해 교통체증, 부동산가격 상승, 음식값 인상 등으로 불편을 겪고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사실상 나몰라하면서 양적성장과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시 올해 관광객 1400만 명 유치, 관광 활성화 종합대책 발표
교통체증, 음식값·집값 상승 등 지역민 생활불편 대책은 매우 미흡

2년 연속 관광객 1300만 명 유치를 달성한 여수시가 지난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여수관광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도 1400만 명 유치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교통체증, 쓰레기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음식값 인상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사실상 나몰라하면서 양적 성장과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원도심 전경.

시는 이날 젊은 층이 여행시장을 주도하고 가족·연인·친구 단위 체험 관광이 인기를 끄는 추세에 맞게 관광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우선 올봄 전국 수학여행단을 유치하기 위해 전국 6천여 개 학교에 홍보물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손양원 목사 유적지, 남면 우학리 교회, 율촌 장천교회 등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를 홍보해 종교단체 유치에도 나선다.

교통·시장·숙박·관광시설 등 특별 할인이 가능한 ‘여수관광 자유이용권’ 추진도 검토한다. 오는 4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여러 상품을 연계한 ‘낭만이 흐르는 여수 밤바다 시티투어’도 운영한다. 금∼일요일 주 3회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2층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밤바다를 보며 거리공연(버스킹)을 관람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여행자 편의를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여수엑스포역, 여수공항, 이순신광장 등에 여행자센터를 확대해 외국어에 능통한 안내원과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시는 또 여수엑스포역과 가까운 공화동에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카페, 맛집 등을 연계해 ‘여행자의 거리’도 조성한다.

한 곳에서 여수 시내 910개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 있는 숙박 통합예약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금오도와 하화도 등 섬 관광객이 전년보다 18.9% 증가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해상 시티투어와 수상버스·택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무료 해양레저스포츠 체험, 여수∼통영∼부산 등 새 요트 항로 개설, 국내외 요트대회 유치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관광객 유치와 관광객 편의를 위한 정책은 쏟아내면서 정작 이들 때문에 생활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이날 관광객으로 인한 지역민의 생활불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성수기에 기간제 근로자 14명을 고용해 매주 금·토·일 향일암과 엑스포역, 돌산 등에 대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총30일간 교통체증 등 생활불편을 감내해 준 시민을 위한다며 관광시설을 50%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할인 이벤트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광시설 이용요금에 대한 관광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 불편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여수시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한 사후 약방문식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2015년 여수 돌산지역 주민들이 해상케이블카와 유람선 운항에 따른 주말 교통난 해소를 여수시에 촉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관광객이 밀려드는 여수는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게 생채기도 만만치 않다. 1300만 명이라는 관광객 수의 뒤안길에서는 날로 늘어나는 교통체증과 물가·부동산 상승, 경관 훼손 등 시민의 시름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 돌산 지역 주민들은 해상케이블카와 유람선 운항에 따른 주말 교통체증으로 큰 불편을 겪으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2015년 5월, 돌산읍이장단협의회, 돌산연합청년회 등 돌산지역5개단체협의회는 해상케이블카 정류소가 있는 돌산공원 인근에 주말 교통난 불편 호소와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 등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도 여수시는 지난해 돌산공원에 ‘빛·맛촌 테마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해 여수시의회와 지역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시의회는 돌산공원 주변이 해상케이블카로 인해 주차, 교통, 환경 문제 등이 심각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돌산 공원은 시민을 위한 공원 부지인 만큼 시민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돌산회타운 개발사업도 주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여수시가 돌산 회타운 유원지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공정성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한 주민은 “교통 체증으로 돌산 주민들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책은 세워놓고 유원지를 조성하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다리 두 개가 놓인 돌산지역의 특성상 회타운이 개발되면 시내쪽으로 연결되는 1대교 도로가 막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 낭만포차.
▲ 거북선대교에서 바라본 종화동.

여수밤바다와 낭만포차 등으로 인파가 몰리는 종포해양공원 일대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만난 종화동 주민들은 “내 집 앞에 차를 주차하는 데 왜 돈을 내고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들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집에 오가기조차 힘들 지경이다”며 “누굴 위한 관광 활성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해상케이블카 때문에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을 내주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아무 때나 편안하게 찾던 해양공원도 마음먹고 가야하는 곳으로 변했다며 관광객으로 인해 되레 시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동 이순신광장 인근에 사는 한 주민 김모(66)씨는 “무더운 여름에 행사가 밤 늦게까지 열리는 날에는 시끄러워서 문을 열어놓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관광객들이야 한 번 보고 가면 되지만 여기 사는 주민들은 고통이다”고 말했다. 봉산동 게장 백반 거리도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문수동 주민 이모(46)씨는 “이 도시의 주인은 시민인데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여수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가운데 3.3㎡당 분양가 8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면서 고객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고분양가 아파트의 영향으로 인근에 2013년 입주한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올라 웅천지웰 2차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해 3억1000여만 원에 거래됐다. 또 오는 5∼6월께 일반 분양에 들어갈 예정인 죽림힐스테이트도 일반분양가가 확장비를 포함해 평당 9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여수가 음식값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는 지적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 거북선대교에서 바라본 돌산 우두리 해안 경관.

개발로 인한 경관 훼손도 현실화됐다.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해안가 건축물들로 인해 해안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진행되자 여수시는 지난해 ‘여수밤바다’ 주 무대인 돌산공원~남산공원~자산공원 수변 축에 대해 1년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뒤늦게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돌산지역은 펜션 등의 관광시설 조성을 위한 난개발로 파헤쳐 질 수 밖에 없어 산림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거주지가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인 여수시의회 박성미(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무엇보다 관광개발로 인해 주민이 행복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관광객 수 달성과 관광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양적 정책에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광,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광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불편을 겪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여수시가 이제는 주민 입장에서 관광 정책을 펴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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