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맛과 멋의 고장이다. 그래서 여수를 미항(味港)이자 미항(美港)이라고 한다.

여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도시이고, 싱싱한 해산물이 사시사철 풍족한 항구도시이다. 그래서 내 고장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왔던 우리다.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전설 같은 얘기와 중앙동에 가면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농담이 마치 사실같이 전해져 왔던 도시도 여수다.

60~90년대에 수산경기 활성화로 도시는 북적였고, 동양최대의 석유화학단지가 삼일면에 건설되면서 전국의 젊은 산업 전사들이 대거 여수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수경제는 수산경기와 산단경기라는 두 개의 축을 기반으로 인구가 곧 40만이 되고, 50만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 세대의 주인인 우리의 자녀들을 위한 미래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던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여수의 관문 도로가 비좁은 17번국도 하나였어도 우리는 괜찮았다. 15분이면 들어올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이 걸려 여수로 들어와도 우리는 괜찮았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만을 하나로 모으는 응집력도 부족했고,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람들은 이러한 준비를 외면했다.

그리고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모두가 느낄 즈음에 엑스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벌써 10여년이다. 그 세월동안 도시의 예산도 정치력도 행정력도 오직 엑스포로 향했다. 정치인들은 엑스포만이 살 길이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시민들도 그런 줄 알았다.

하여, 교육도 경제도 문화도 뒷전으로 밀렸다. 이 도시에는 오직 엑스포만이 꿈이고 희망인 괴상한 도시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타 도시가 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정책들에 '선택과 집중'을 해 나갈 때, 우리는 엑스포 하나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렇다고 하면 정치인들의 외침대로 엑스포가 개최되면 우리 여수가 개벽을 할까? 설익은 내 생각엔 어림없는 얘기다.
“엑스포가 개최되면 시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데?” 나는 이 말을 묻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김을 빼자는 얘기가 아니다. 도시 전체를 도가 지나치게 엑스포 하나로 몰고 가지 말라는 뜻이다.

엑스포는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추진해야 할 국가사업이다. 국가가 잘 추진할 수 있도록 우리는 행정력으로 뒷받침 해 주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얘기다. 우리 도시에는 엑스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도시는 정치인의 부실한 리더십 덕분에 33만이 넘던 인구가 이제 29만 명도 지켜내기 힘든 도시가 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시민들은 이 도시를 떠나가고 있는데 “나를 뽑아주면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외쳐대는 그들에게 시민들이 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인구유출의 문제를 두 가지로 얘기하고 싶다. 여러 가지 원인이 많겠지만 ‘부족한 일자리와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엊그제 순천에서 여수산단으로 출퇴근을 하는 근로자에게 물었다. “왜 가까운 여수 놔두고 멀리 순천에서 출퇴근을 하냐?”고.

그의 대답은 이랬다.
“자녀들 교육 때문에 …”
지금도 인근 도시에서 여수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근로자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자녀 교육 때문에 가족을 타지에 두고 혼자 살고 있는 수많은 아버지들에게 이 말은 가슴 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23:3. 차마 입에 올리기도 창피하지만 올해 순천시는 23명의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켰고, 여수시는 3명의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다. 이래놓고 엑스포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인근 순천시가, 광양시가, 목포시가 보성군이 장성군이 강진군이 괄목할만한 교육성과를 나타내며 빠르게 교육도시로 성장 발전해 갈 때, 우리는 시민들 자존심을 긁는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만 전개하고 있는 것이 우리 도시의 슬픈 현실이다.

우리의 수많은 중학생들이 군 단위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날 때도 죽이 끓는지 밥이 타는지 그 분간도 못하면서 엑스포만 외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여수시가 각성하고, 여수의 고등학교들이 반성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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