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느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빈석 좌우에 앉아 있는 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한 분은 학교운영위원장이었고, 또 한 분은 학교운영위원이었다.

우측에 앉아있는 운영위원장에게 물었다.
“학교, 어디로 보냈습니까?”
중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어느 고등학교로 보냈냐는 질문이었다.
“광주로 보냈습니다.”

좌측에 있는 운영위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분은 아예 세자녀 모두를 광주로 이사시켰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여수에 혼자 주말부부로 남겠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서 부쩍 자녀 교육 때문에 타지로 이사를 가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만남은 비단 나 혼자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무슨 전염병도 아니고 도시가 어찌되려고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깊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자녀 교육을 위해 외지를 생각하는 모습에 여수의 미래를 읽는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우리는 이를 금방 깨닫게 된다. 내 가까운 주위에 자녀를 외지로 보낸 사람이 얼마나 많고, 교육 때문에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 탓할 것 없다. 우리 도시가 자녀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탓이다.

때는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그들의 공약을 들어보면 모두가 슈퍼맨이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여수교육을 개혁시킬 수 있는 후보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고 싶은 것은 그만큼 교육문제가 절실하고도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설공사 하나 더 하겠다는 후보자보다 인재 한 사람 더 키우겠다는 후보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고 싶다. 행사 하나 더 하겠다는 후보자보다 자녀들의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후보자에게 이 한 표를 주고 싶다.

이제는 후보자들이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때다. 전남 제1의 도시이고, 전남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도시이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성적이 전남 최상위에 있는 도시가 교육도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도자가 가진 철학의 빈곤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지도자의 무능이 빚어낸 비참한 결과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바뀐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먼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작은 틀 안에 얽매여 교육도시가 되는 그러한 세상을 상상하는 데 서툴기만 했다. 그러나 다른 것을 꿈꿀 줄 모르면 다른 세상은 오지 않는 법이다.

우리지역에 특목고가 필요하면 특목고도 재고해 봐야하고, 자사고가 필요하면 자사고도 재고해 봐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그것이 도시가 할 일이고, 지도자가 할 일이다. 그럼 평준화 고등학교는 어떻게 하냐고? 더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면 된다.
그러나 특목고나 자사고는 중장기적 문제이고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시급하다.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다른 삶을 결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지역의 교육개혁에 성공할 수는 없다.

이제 후보자들이 그 방법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가 있느냐도 문제다.
여수 교육에 남아있는 몇 개의 대못을 뽑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부분에 있어 두루뭉술한 얘기를 하는 후보자는 철학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한 거다.

나는 그러한 의지를 표명하는 후보자에게 내 한 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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