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철

고래좌에서 족보로 대물림된 혈통이다 가훈을 거역하며 먼 해리를 맹목으로 연 항해, 성년이 된 지문으로 지느러미를 펼치고 윤슬 이는 부력을 타넘으며 청색시대의 비린내를 파도에 풀어나간다 바다에선 용골을 엮은 등뼈를 낮춰 겸손한 가슴으로 물살을 품고 심장의 마력에서 혈기로 피를 달궈 생을 탕진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망각한다 방탕한 방황으로 점점 거칠어가는 파랑에 좌표를 잃는다 난바다에서 표류하는 세월이다 해류가 소용돌이치는 암초에 부딪쳐 이물이 파손되고 고물로 유서를 쓰듯 물이랑을 뻗친다 심연 아래로 침몰하는 순간, 고래가 예인선으로 떠오른다 태풍에도 끊어지지 않는 수평선으로 힘줄을 풀어 구명줄을 단단히 묶는다 고래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파도 끝에서 아득히 추락하는 아뜩한 공포에 속죄하는 마음을 감싸듯 품는다 사랑의 징표로 등에서 분수공을 활짝 열어 비산하는 물보라로 오색무지개를 띄워 올린다 온몸에 벅찬 용서의 울림을 퍼트린다 생명선을 끌어당기는 거룩한 핏줄에 이끌려 닻별이 뜬 항구에 닿는다 아버지가 심해 속 무덤으로 돌아간 자리에 오동도가 언약의 등대불빛을 밝혀 심장 동맥에서 동백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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