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소라면 봉두리에 30년간 51만여㎡ 규모로 채석단지를 개발하는 신청서가 산림청에 제출되자 주민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 “소음·비산먼지 등 피해, 강력 반대”…업체 “법적하자 없고 대책 마련”
여수시 부정적 입장 밝혀…산림청에 농경지 피해·소음·분진 등 의견 전달 방침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전투를 마치고 좌수영으로 귀영할 때 마중 나온 부녀자들로부터 피 묻은 갑옷을 바꿔 입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여수시 소라면 봉두리 갑의산(甲依山)이 산림 훼손은 물론 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3일 여수시와 소라면 봉두·대포리 주민 등에 따르면 ㈜동신에스유는 소라면 봉두리 산300번지 일대 51만1586㎡ 부지를 채석단지로 개발하는 사업 신청서를 지난 2015년 12월 산림청에 제출했다. 현재 사업계획서 검토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동신에스유는 이 부지에서 30년간 5년씩 6단계로 2982만6946㎥의 토석을 채취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다. 업체는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지난해 9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지난 1월 18일에는 소라면사무소 회의실에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작성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분진 등 환경오염 저감 대책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거부해 무산됐다.

▲ 채석단지 사업 대상지. ㈜동신에스유가 이 산을 깎아 30년간 총 2982만6946㎥의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중에 있다.
▲ 업체의 채석 계획.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산사태 취약지역인 점, 농업용수원인 인근 대포저수지 오염, 여수영락공원 진입부 교통체증, 소음·비산먼지 발생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령 제36조(토석채취허가의 기준 등)에 토석 채취 사업지역이 가옥·축산시설·공장 또는 종교시설로부터 300m이내의 산지의 경우 해당 가옥의 소유자, 주민, 공장 소유자 종교시설 대표자 전원의 동의를 받게 돼 있으나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경우 이를 제외하고 있어 향후 환경영향평가가 통과할 경우 강력 반대하는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석단지 사업지역 부지 소유권은 개인이 48.5%, 애양원이 29%, 건설업체가 22%를 가지고 있다.

주민들은 업체 측이 제시한 환경영향평가가 최소화된 입력 자료로 만들어지는 등 오류가 있는 잘못된 평가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사업 대상지 인근과 주변 지역 5개소에 대한 대기질, 소음, 진동 검사를 했지만 사업 대상지 인근에 위치한 주택과 축사는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채석단지 1차 허가예정지의 30m 지역에 축사가 있고, 40m 지역과 200m 지역에 민가 주택이 있어 국토교통부 발파공사시 거리-지발당 장약량 조견표에 따라 허가가 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업 대상지 인근에 있는 양봉장. 주민들은 업체가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사업대상지 인근에 있는 양봉장 등 일부 주요 시설을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봉두 주민)
▲ 사업 대상지인 갑의산 일대는 산사태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석산 진입로에 산사태취약지역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봉두 주민)

게다가 사업예정지 경계로부터 130m에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누락시킨 양봉장이 있는데 발파진동에 가장 예민한 축종으로, 발파진동 속도인 0.02카인 이내에 발파를 해야 하는데 불가하기 때문에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어 피해방지를 위해 지발당 발파량을 최소화해 발파한다면 채산성은 없고, 주변에 하천이 흐르고 지하수위가 높아 발파 시 진동이 훨씬 커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도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발했다.

사업대상지 일대는 산사태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현재 개발 중인 석산 진입로에 산사태취약지역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령 제36조(토석채취허가의 기준 등)에는 산사태위험지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지역 또는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안 되지만 토사유출·사면붕괴·낙석 방지 시설 설치, 저소음·진동 발파공법 등 조건에 부합하면 허가가 가능하다.

주민들은 또 30년 동안 매달 8만2000㎥의 골재를 생산하는데 굴삭기 4대, 천공기 1대, 로우더 2대, 덤프 6대, 크랏샤 1식의 장비로는 250~300톤 규모 밖에 생산할 수 없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 석산 채굴로 복구되지 않은 갑의산 일부가 무참히 잘려 나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소라면 봉두리 일대 석산 2곳. (드론=심선오 사진기자)

“이미 2개 석산 개발 중…추가 개발 안 돼” 반대
석산 개발로 갑의산 일부 잘려 나가 흉물로 방치

업체는 건설공사현장에서 소요되는 골재를 생산해 건설골재 수급 균형에 이바지하고, 골재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함으로써 관내 각종 개발 사업이 원활하도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여수시 발전에 기여한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민들은 현재 여수시 관내에서 매년 110만㎥의 골재가 생산되고 있고, 여수국가산단에서 토사와 바위 등 993만㎥가 공급되고 있어 이는 향후 17년 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사업 예정지 인근에 ㈜신화석산과 (유)바나산업 등 2곳의 채석 업체가 각각 2023년 7월, 2022년 6월까지 개발이 허가돼 있어 향후 20년간 골재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골재단지 개발의 필요성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발파 시 대량의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계곡을 따라 흘러 주민 건강 악영향 및 생활불편을 가져오고, 농산물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봉두 지역은 광양만권 대기환경기준이 적용되는데 대형 건설 중장비와 먼지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착암장비, 쇄석설비, 골재를 실어 나르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발생시키는 미세먼지와 날림먼지로 인해 대기환경기준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대기에 있는 미세먼지가 인근의 대포저수지와 소라천에서 발생하는 안개 속 수분과 결합하면 ‘오염된 안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개는 지면 가까이 낮게 깔리기 때문에 주민들은 미세먼지를 더 들이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산간분지에 형성된 봉두마을 위 갑의산에서 대형 쇄석설비가 가동할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아침·저녁으로 기온역전현상에 의해 저지대에 깔리게 되면서 마을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채석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 채석장에서 골재를 운반하는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전투를 마치고 좌수영으로 귀영할 때 마중 나온 부녀자들로부터 피 묻은 갑옷을 바꿔 입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여수시 소라면 봉두리 갑의산(甲依山)이 산림 훼손은 물론 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동신에스유가 이 산을 깎아 30년간 총 2982만6946㎥의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중에 있다.

이정기 봉두마을 주민 대표는 “업체가 개발하려는 곳은 해발 200m 지점으로 석산을 만들면 땅이 꺼지고 분진과 매연이 심각해 인근 주민들이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갑의산 주변마을 주민들은 사익을 위한 사업체 때문에 숨도 못 쉬고 있고, 발암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 죽으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상 이미 개발 중에 있는 2개의 석산에서 발생한 먼지 등 오염물질이 산 아래 마을로 모일 수밖에 없다”며 “이미 개발 중인 석산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보다 몇 배는 더 큰 규모의 추가 석산개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마을 주변 산들이 석산 개발로 산림 훼손은 물론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갑의산 일부는 무참히 잘려 나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오래 전에 이뤄진 석산 채굴 현장이 복구되지 않아 푸른 숲으로 우거졌던 갑의산이 일부 흉물스럽게 잘리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생겨났다. 중간에 ‘낙석주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여수가 관광 활성화에 따른 난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자연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한번 파괴된 산림을 원상복구하는데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리는 만큼 산림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봉두·대포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내건 채석장 개발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소라면 봉두·대포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1월 24일 여수시를 방문해 석산개발 반대의사를 전달하고 시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반대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수시도 채석단지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사업계획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만큼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의견제출 시 산림청에 주민들의 걱정과 환경훼손 피해 우려 등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동신에스유는 개발 예정인 채석단지는 민가에서 300m이상 떨어져 있고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다며 석산 개발로 발생할 분진 등 환경오염 저감 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환경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준비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체는 3월 중 전문가와 주민대표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어 사업계획과 분진 저감 방안 등 대책을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채석단지 지정은 신청, 서류검토, 현지조사, 관계기관 협의,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친다. 30만㎡ 이상 채석단지 지정권은 산림청장, 20~30만㎡는 도지사가 각각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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