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작가, “너무 죄송하다” 사과
순천시, 운영 중단…작품 철거
한센인기념관 배 작가 작품 설치

▲ 순천시는 배병우 창작스튜디오 폐쇄를 결정했다. (사진=순천시]

‘소나무 시리즈’로 유명한 배병우(68) 사진작가가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배 작가가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순천시가 배 작가의 창작 스튜디오를 폐쇄키로 결정했다.

지난 23일 <경향신문>은 다수의 서울예대 졸업생들은 SNS로 배병우 교수가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 언어폭력을 일삼았으며 사적인 술자리에 여학생을 불러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추행을 반복해 왔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배병우 작가는 지난 25일 배병우스튜디오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이번 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저의 잘못된 행동의 심각성을 통감했다”면서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위치에서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이 더욱 괴롭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좀 더 일찍 저의 부족한 인식을 바로잡고 제 잘못된 행동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제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라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 여수 한센기념관에 설치된 배병우 사진작가의 소나무 작품. (사진=마재일)

‘성추행·성희롱 논란’ 지자체들 흔적 지우기

고은 시인과 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배병우 작가 등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자체들이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서 여수에 설치된 배 작가의 작품 철거 여부도 주목된다.

2013년 8월부터 수원시가 마련해준 창작공간 ‘문화향수의 집’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펼쳐온 고은 시인은 수원시를 떠난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3층에 조성된 고은 시인의 기념공간인 ‘만인의 방’을 3·1운동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밀 계획이다.

부산 동구에 설치됐던 이윤택 씨의 기념 동판은 철거됐다. 밀양시는 이윤택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던 밀양연극촌 무상임대 계약을 해지했다. 연극과 뮤지컬 공연에다 연극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남 김해의 ‘도요창작스튜디오’는 문을 닫게 됐다. 부산 기장군 가마골 소극장도 연희단거리패가 해체되면서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순천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순천 문화의 거리에 있는 배병우 창작스튜디오의 운영을 중단했다. 시는 지난 23일 대책회의를 열고 배씨의 창작스튜디오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24일 스튜디오 간판을 떼어내고 안내문을 붙인 뒤 공간을 폐쇄했다. 전시 작품은 이른 시일 안에 철거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2016년 문화재생을 통해 원도심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순천시 행동 문화의 거리에 배병우 창작스튜디오 등을 열었다.

국내 한센병 치료의 역사와 한센인의 애환을 기록한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애양원 한센기념관에 설치된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작품 철거 여부도 관심이다. 한센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여수애양원 측은 “철거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작가의 작품은 지난 2015년 개관하면서 설치됐다.

한센기념관은 전시실과 세미나실, 회의실, 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센인이 겪은 애환과 생활상 등을 담은 사진자료 5만여 점, 한센인 치료에 사용했던 수술용 의료기구, 행정 서류, 선교사들의 생활용품, 한센인 관련 서적 등 2000여점의 역사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또 세계의 한센병 역사와 치료 과정도 전시돼 있다.

순천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란 배병우 작가는 2005년 엘튼 존이 그의 사진을 구입하면서 유명해졌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의 사진집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알려져 있다. 배 작가는 1981년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로 임용된 뒤 2015년 정년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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