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중소기업 관계자로부터 격한 전화를 받았다. “이 박람회가 누구를 위한 박람회냐?”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박람회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작은 하청일이라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대부분의 대형업체가 콧방귀도 뀌지 않더라는 것이다.
진즉부터 지역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여수를 빗대어 ‘외지기업의 천국’이라고 말해왔다. 그만큼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라는 뜻이다.
사업비 2조1000억원이 투입되며, 전국적으로 생산유발효과 12조3000억원, 부가가치 창출 5조7000억원, 고용창출효과 7만9000명에 이른다는 세계박람회만 해도 그렇다.
이 기회에 힘을 모아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탄탄하게 키워내는 역할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부가가치가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지역 업체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건설사업에 지역 업체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들려온 것이 아니다.

그때마다 '그러겠다' '그래야 한다'고 해 왔지만 결국은 빈 말에 그쳤다는 것이 건설업자들의 생각이다.

박람회를 위해 정부가 돈을 펑펑 쏟아내고 있는 지금,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지역업체는 돈 풍년 속에서 고사(枯死)하기 딱 알맞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지역 업체가 제대로 끼이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인 배려가 부족한 탓이 크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건설업이다. 정부가 환경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건설 사업이 외지 업체들만 배불리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여수시는 지역 업체 회생을 위해 보다 치밀한 방안을 짜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 업종 중 건설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용과 생산에서 각각 2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박람회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가 어느 정도 참여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수조원이 들어간다는 박람회 사업에 지역업체 수주 비중이 떨어지면 지역경제에 파급되는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박람회 사업뿐만 아니라 여수시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지역 내에서 발주하는 사업은 당연히 지역 업체를 이용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데 비해 여수는 지역 업체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지역업체 관계자들은 푸념한다.

같은 값이면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지역업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다른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너무 느긋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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