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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더럽다고요? 아닙니다. 그렇게 길러졌을 뿐입니다.”‘젠더 감수성’이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교육되기를 희망하며
젊은기자들 8기 평화팀  |  yspa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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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3  09: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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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람은 더럽다고 합니다.
손이 더럽답니다. 하루에 몇 번씩 화장실 갔다 오는데 손 씻는 걸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우리 학교가 남녀 공학이라 남녀 화장실에 비누가 얼마나 닳는가를 실험해 보았더니, 남자 화장실에 있는 비누는 한 달이 지나도 그냥 그대로였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그냥 털면 되는데 손까지 씻을 필요가 있냐고 했습니다. 손에 안 묻느냐고 했더니 그냥 옷에 쓰윽 닦으면 된다는 녀석들이 많았습니다. 그 손으로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집니다. 남자사람하고 악수하려면 왠지 께름하다는 여자사람들, 탓할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는 남자사람은 또 서서 쌉니다.
원래 서서 싸도록 된 소변기에서야 당연한 자세이지만, 앉아 싸도록 된 좌변기에서도 그냥 서서 쌉니다. 좌변기 뚜껑도 걷어 놓지 않고 싸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조준만 잘 하면 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조준을 잘 해도 오줌발이 시원찮은 처음과 마지막은 항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데도 말입니다. 설령 완벽한 힘과 지점 선택의 정확성으로 일을 완수하더라도, 그래도 변기 속 뚜껑에 뭔가가 튀겨 묻는 게 물리학의 일반적 이치인 데도 말입니다. 

   
▲우리들의 엄마. 아들만 셋 키우고 계신 어머니께서는 ‘남자가 서서 싼 것’을 ‘여자가 치우는 일’이 ‘여성차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정세운


“남자는 그렇게 길러졌습니다.”

친구 어머니를 뵙기로 하였습니다. 아들 셋을 키우고 계신 분, 아들 친구들에게 한없이 잘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원래 ‘양미숙’이라는 이름을 갖고 계셨는데, 지금은 ‘누구 엄마’로 살고 계십니다.

- 지금 세 명의 아들이 키우고 계신데, 다들 앉아서 싸나요? 서서 싸나요?
“서서 싸. 밖에서 소리만 들어도 알아.”(웃음)

- 집 안에서 남자가 서서 싸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자 입장에서는 서서 싸는 게 편하겠지. 하지만 나는 앉아서 싸는 게 위생적일 것 같기는 해. 엄마인 나도 편하고.”

- 그러면 앉아서 싸라고 하시지 그래요.
“우리가 남아선호 사상에 의해서 ‘남자는 서서 싼다’가 강해. 아주 어려서 소변 훈육을 할 때 남자아이한테 무조건 소변기를 앞에 대거든. 그런 걸 봤을 때 남자가 앉아서 싸는 모습은 아직 좀 웃긴달까? 그런 생각이 들어.”

- 남자들이 서서 싸면 변기에 튀잖아요. 그래서 튄 것을 어머니가 닦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여성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니, 나는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문득,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세워 놓고 흐뭇한 눈길로 고추를 바라보며 ‘쉬’ 하고 오줌 누이는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앉아 오줌을 누는 딸들과 달리, 어디에서나 아랫도리를 보이며 당당하게 오줌을 누는 우리 사회의 아들들을, 과연 누가 만들어 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남자가 당당하게 서서 오줌을 누는 것이 남자다움이라고 하면서, 여자가 은밀한 곳에서 수줍게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을 여자다움이라고 누가 규정하였을까 정말 궁금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는 자라면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키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정말입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정말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정세운


“어머니 또한 그렇게 길러졌습니다.”

오찬호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 우리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차별은 특별한 누군가가 특별한 상황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누구나 차별에 둔감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민하게 왜 이래?”, “뭘 또 그렇게까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표현에 대하여, “아니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다 폭력이고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이민경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에서 무엇이 차별인지를 알려면 차별을 직접 겪으면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경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성이 느낀 차별의 경험은 “야 그건 성차별 아니야”라는 남성의 판단으로 지워져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언어가 필요한 이유’이고 ‘소리를 내어야만 하는 이유’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면 ~해야지.”, “어디 여자가~.” 따위의 소음을 잠재우려면 정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아니, 나는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라고 하신 친구 어머니의 그 말씀도 ‘여성의 입을 통해 나온 남성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그렇게 길러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여자사람. 우리의 안경을 벗겨 주신 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한 성차별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 주신 분. Ⓒ이혜인

YMCA 여수시청소년성문화센터 강유진 팀장님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가 책 한두 권 읽고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어 찾은 그분은, 벗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편견과 차별의 안경’을 조심스레 벗겨 주었습니다.

- 어떤 이들은 우리 사회는 남녀평등이 다 되었다고 하던데요?
“남성들은 여성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막연하게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학교 다닐 때까지는 그나마 차별을 덜 겪는데, 사회 진출을 해 일을 하다 보면 유리천장이 심각해요. 출산 휴가를 갔다가 복귀하려면 눈치를 많이 받는 이들도 여성이고, 애를 키우면서 같이 일을 병행하고 싶은데 많이 힘들어서 경력 단절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여성이에요.”

-진정한 성평등이란 무엇일까요?
“최근 여성 전용 주차장이 생겼죠. 그런데 과연 그게 성평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건 성평등을 위한 일이 아니에요. 여성은 그런 식의 배려 대상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할 때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출산 휴가를 가게 해 줘야 해요. 육아가 보장이 되어야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다 일을 잘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이 육아를 나라에서 책임을 가지는 게 맞아요.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진정한 성평등은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애는 겁니다.”

- 여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젠 그만 됐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맞아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 와서 왜들 그러냐고, 엄마처럼 희생하는 삶을 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 사회는 아직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페미니스트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냥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언론에서 마치 ‘일베, 워마드, 범죄자’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냥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이걸 가지고 예민하다고 하면 안 되죠.”

- 페미니스트에게 민감하고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너나 예민하게 굴지 마라.’라고 하고 싶네요.”

   
▲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스티커를 붙이면서, 남자들이 서서 싸는 것은 당당함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최민경

“아직도 완고함이 우리 사회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길거리로 나섰지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남자가 서서 싸는 것이 ‘당당함’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이 35명이었는데 그렇다는 대답이 13명이나 되었고, “집에서 남자가 서서 싸서 튄 오줌을 닦는 것은 ‘엄마’인 것이 괜찮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이 29명이었는데 그렇다는 대답이 6명이나 되었어요. 문제는 그 ‘13명’과 ‘6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충무고에 재학 중인 2학년 최지은, 임다경, 김유리, 김해찬, 심성표,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둘까지 총 7명을 만났습니다. 남자들이 서서 싸는 것이 문제 있다는 생각에는 의외로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미투 운동으로 진전시켜 보았습니다.

- 미투 운동 이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게 뭐예요?
(여) “예전에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요즘에는 그런 거 보면 저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등, 소위 말하면 좀 더 ‘예민’해졌습니다.”
(남) “우스갯소리로 헬조선식 생존법이라고 ‘절대 남을 만지지 말고, 근처에도 가지도 말고, 도와주지도 말라’는 것이 있어요. 미투 운동에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까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스무드한 것 같습니다.”

- 미투 운동 이후에 학교에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여)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원래 터치하는 것이 없었지만, 선생님들이 더욱 조심하시는 것 같아요.”
(남) “남학생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선생님도 남학생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고 싶은 말은?
(남) “일상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성희롱이고 성추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행동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 “지금은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냥 흘러 지나가는 유행으로 끝날지 몰라요. 그게 안타까워요.” 

   
▲ 웃음.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이 ‘함께 사람’인 세상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아요. ⓒ남초은

“젠더 감수성을 학교 교육에서 본격적으로 교육하면 좋겠어요.”

- 미투 운동 이후 학교가 많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식이 달라진다 한들, 그것은 한계가 너무 분명한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방법이 없나요? 이 질문에 대해 젊은기자들 지도교사가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학교가 달라지려면 뭐가 달라져야 할까요? 그건 입시예요. 대학교 입시가 달라지면 고등학교 교육이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요즘 입시전형의 대세는 뭐죠? 학생부종합전형이잖아요. 얼마 전에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건국대, 서울여대 등 서울의 6개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하여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2018)이라는 자료를 내놓았어요. 여기에 보면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인성, 발전 가능성’ 등 4개 요소를 가지고 학생을 뽑는다는 거예요. 그중에 ‘인성’이라는 요소의 세부 평가 항목으로 ‘협업능력, 나눔과 배려, 소통 능력, 도덕성, 성실성’을 들고 있는데, 거기가 ‘젠더 감수성’을 하나 더 넣으면 학교가 많이 변할 것 같아요.”

- 젠더 감수성이요? 혹시 안희정 지사 1심 판결문에 나온 ‘성인지 감수성’ 그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놀란 듯이 물었습니다.
“안다고 하니 훨씬 말하기가 부드럽네요. 그래요.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에요. 남성이나 여성이 상대방의 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잘 수용하며 그 요구에 맞게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그런데 가부장제가 지속된 한국 사회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요. 올해 발표된 유리 천장 지수(직장 내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 가운데 2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젠더 감수성에 둔감한지 보여 주지요.”

-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가요. 학교를 바꾸려면 젠더 감수성 하나를 학종의 평가 하위 항목으로 넣어 주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고등학교도 달라질 거라고 하시면서요. 어떻게 하면 집어넣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선생님을 재촉했습니다.
“‘인성교육진흥법’이란 게 있어요.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제1조)으로 하는 법이지요. 그런데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 2항에 학생들의 인성 교육의 핵심 덕목으로 ‘배려, 소통, 정직, 예절, 존중, 책임, 협동, 효’를 8대 덕목으로 정하고 있어요. 거기에다 ‘젠더 감수성’을 한 가지 더 추가하자는 거죠. 그러면 대학에서 평가 요소로 젠더 감수성을 채택할 것이고, 입시에 민감한 교육현장은 거기에 따른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개발하고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교육할 테니까요.”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 ‘성평등’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줌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너무 멀리 가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도 더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길러졌을 뿐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우리가 내린 ‘작은 결론’입니다. 

   
▲ 변화의 시작. <젊은기자들 8기 평화팀> 이혜인, 최민경, 박진, 강민혁, 정세운 기자 Ⓒ강유진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8기 평화팀> 이혜인, 최민경, 박진, 강민혁, 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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