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태수 전남대학교 특수교육학부 교수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여수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 교육기본권, 협상 대상 아니다

전남 광주지역은 여순사건과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등 민주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위하여 살아왔던 민주주의의 상징인 곳입니다. 우리 지역과 우리 학교에 대하여 깊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곳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권적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특수교육학부는 전남대학교와 여수대학교의 통합 이후 사범대학과 분리되어 비정상적으로 교육과정과 학사 행정이 운영으로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교육과 생활지도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등특수교육전공 학생들은 4시간 동안 250km나 되는 거리를 왕복하며 강의를 이수하고 있고, 유아특수와 초등특수 학생들은 임용고사에서 가장 많이 선발하고 있는 중등특수교육에 대한 복수전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과 장거리 학생들을 고려한 강의시간 편성으로 인하여 특수교육학부의 수업이 특정 요일이나 야간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교육의 질과 학습의 효율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수들도 250km의 거리인 광주와 여수를 오가며 강의를 하고 있어 교육과 연구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듯 교수와 학생 모두 매학기 진행되고 있는 장거리 이동으로 인하여 심신이 지쳐가고 있고,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강의에 대한 집중과 대학생활을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어이 작년에는 학부 학생이 유사종교 문제로 인하여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나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학생 상담이나 지도만 있었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은 당연한 권리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지난 10년 동안 호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들의 불명확한 대답과 여수시의 반대로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통하여 수업거부를 하고 있고, 강의실이 아닌 거리로 나가 시청에서, 의회에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신들의 고통과 좌절을 겪고 있는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애타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잘 못했을까요?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이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요?

이 시점에 여수시민과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께 모두 묻고 싶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요? 그리고 대학은 과연 누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누구를 위하여 교육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야 할까요? 제 짧은 생각에서 나온 답은 그 무엇보다도 학생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을 위한 교육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협의의 대상도 아니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닙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보장해야만 하는 권리이자 의무인 것입니다.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이순신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학생들 고통이 ‘거래의 대상·볼모’ 되어선 안 돼

여수시의 반대가 있습니다. 전남대학교와 여수캠퍼스의 통합을 할 때 약속했던 여러 가지 사안들이 실천되지 않았고, 여수캠퍼스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여수시와 전남대학교 관계자가 만나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구성하면서 풀어야 할 사안이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의 고통이 문제해결을 위한 ‘거래의 대상’이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수시에서 했던 반대 활동 중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은 어느 누구도 학생들을 만나서 어려움을 듣지 않은 채 지역사회 언론을 활용한 여론몰이와 대학에 절대 개입시키지 말아야 하는 정치권력을 이용하였다는 것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대학의 일개 학과의 이전을 국회의원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하여 총장이 답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더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페이스 북에 ‘주승용 국회부의장 사진과 함께 특수교육학부 이전 보류 결정’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과연 하나의 학과 이전 문제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다루어질 사안인가요? 그리고 국정감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전 보류라는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미 각본을 다 짜놓은 상태에서 모든 일을 진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않을까요? 정치권력을 활용한 국회의원의 위세에 눌려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전남대학교 총장의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그 동안 이 사회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가장 싫은 모습이 민주화의 성지라는 전남·광주 바로 이 지역에서 버젓이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되었습니다. 젊은 청춘들에게 보이기 싫은 기성세대의 가장 구태의연한 인맥과 연줄, 그리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최악의 장면이 방송되었고, 우리가 과연 이런 모습까지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심각한 반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여수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학생들 한 번이라도 만나 고충 들어본 적 있나

여수시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특수교육학부의 광주캠퍼스 이전 반대!’ 그 반대는 누구를 위한 반대입니까? 그리고 명확한 반대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학교 정문에 플랜카드를 거시면서 특수교육학부가 이전하면 여수지역의 교육이 말살된다고 하셨습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여수지역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특수교육학부의 이전으로 여수지역의 교육이 말살된다면, 이미 여수 지역의 교육은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플랜카드에 적혀 있는 그 문구를 쓸 때 그 정도의 생각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수교육학부 이전이 여수 지역의 교육을 말살하려는 음모라고 하십니다. 진정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어떻게 이 문구를 학교의 정문에 버젓이 걸어놓을 수가 있으신지요?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야기만 내걸을 수 있으신지요?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그리도 잘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여수시에서는 특수교육학부가 여수캠퍼스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이 말에 동의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징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그 동안 특수교육학부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고 있었는지요?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는지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습니다. 그것은 적어도 정치권력까지 이용하여 여러분들이 지키고자 하는 여수캠퍼스 상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니까요?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여수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학교·여수시, 근본적인 해결 방안 제시해야

누군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생각일까요? 여수시가 진정 특수교육학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올바르게 교육을 받고 훌륭한 특수교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일일 것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특수교육학부가 옮기지 않는다고 했을 때,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셨을까요? 과연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의 본질적인 대안을 전남대학교나 여수시가 새로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있다면, 제시해 주십시오. ‘대안은 대학이 마련해야 한다고요?’ 그럼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고 참다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마련한 대안이 바로 학부 이전입니다.

그 동안 대학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을까요? 시간표 조정도 했고, 학교 문서 수발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도 지원하여 보았고, 교수들이 광주캠퍼스를 이동하며 강의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지원이 학생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학생이나 교수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광주와 여수를 이동하며 학사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여러분들도 잘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다만 누구도 다 아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것이지요.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이순신광장에서 시민의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정치권력 이용한 학부 이전 보류 ‘비참하고 서글프다’

현재 전남대학교에서는 교육융합센터가 거의 완공단계에 있습니다. 완공이 되면 사범대학이 해당 건물로 배치될 것이고, 이 공간에 특수교육학부가 입주하여야 합니다. 전남대학교는 사범대학의 안정적인 운영과 특수교육학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융합센터를 설계할 때부터 특수교육학부의 이전을 고려하여 설계하였고, 그에 따른 공간배치를 하였습니다.

그 동안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에게 교육융합센터가 완공되면 특수교육학부가 사범대학과 같은 공간에 배치될 것이고, 그러면 너희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학생들에게 참고 인내할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융합센터가 완공되니 국회의원을 이용한 여수시의 반대에 굴복하는 이전보류 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비참하고 서글픈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학생들에 대한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정치권력과 여론 몰이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가장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슬픕니다. 특수교육학부가 남는다고 해서 여수시나 여수캠퍼스에서 고민하고 있는 통합에 대한 약속 이행과 여수캠퍼스 공동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는 점차 가중될 것입니다.

▲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협의체…학부 이전 여부 아닌 여수캠퍼스 활성화 논의해야

국정감사로 인해 여수시와 전남대학교 관계자들이 특수교육학부 이전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이 협의체가 무엇을 논의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하겠지만, 절대로 특수교육학부 이전의 문제는 협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생들의 교육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협의체에서는 특수교육학부 이전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전 이후 어떻게 여수캠퍼스를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수시와 전남대학교가 공감하는 신설학과를 만들거나 현재 있는 학과의 특성화를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사범대학과 동일 공간으로 특수교육학부를 이전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교육권적 기본권인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사행정의 일관성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 실천적인 방법입니다. 이를 피해가려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 제시할수록 또 다른 심각한 문제만 야기될 뿐입니다. 이제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수업을 받고 장애학생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남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이순신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학생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 달라

전남광주 지역은 오랜 세월 민주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사회의 개발 논리와 비민주적인 독재의 시대에 순응하기 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소중이 여기고 이를 실천하는 지역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의 가장 소외된 장애학생의 교육을 책임질 특수교사가 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여수지역과 전남대학교가 그 동안 추구해왔던 민주, 인권, 평화라는 이념과 이상을 가장 잘 실천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수 지역 관계자 여러분들과 전남대학교 대학구성원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정치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풀뿌리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의 고통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그리고 이들이 잘 성장하여 이 사회의 장애학생들에게 작은 빛이라도 비출 수 있는 소중한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고통 받고 있는 특수교육학부의 학생들을 위하여 대승적인 의사결정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려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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