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 이제는 변해야 한다><2>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는 예산 심사와 입법, 행정사무감사와 조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정작 이들의 역량을 높일 교육시스템은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여수시의회가 새로 구성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선거 결과 의원 26명 중 민주당이 19명, 민평당 3명, 무소속 4명으로 구성됐다. 특정 정당 의회 독점과 초선 의원 11명이 의회에 진출하면서 시민들은 우려반 기대반이다.

무엇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그간 국정농단·사법농단까지 권력형 적폐 청산을 강력 추진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생활 적폐 및 지방정부·의회의 부정부패 청산을 새로운 국정과제 목표로 제시한 상황이어서 지방의회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시·도의원 11명 의원직 상실,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표 매수 의혹과 성추행 사건, 관광 외유성 해외 연수 논란 등 그간 숱한 문제를 일으켜온 여수시의회도 변화할 적기라는데 적잖은 시민이 동의하고 있다. 이에 동부매일신문은 <여수시의회, 이제는 변해야 한다> 연재를 통해 여수시의회의 시스템과 개선점을 짚어본다.

▲ 제7대 여수시의회 의원. (사진=여수시의회)

의원 역량이 지방자치 성패 좌우…교육시스템은 빈약

제6대 여수시의회 의원 5명이 4년 임기 동안 한 번도 조례안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 의원 중 5분의 1이 기본적인 입법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8명이 시정질문을, 5명이 자유발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여수시의회, 이제는 변해야 한다]<1>제6대 여수시의회 의정활동 성적표)

지방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지역을 위해 일할 참 일꾼을 뽑자는 호소가 봇물을 이루지만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의원이 계속 배출된다.

조례발의, 시정질문, 예산 심사, 정책 대안 제시 등 여수시의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역량이 되는 후보를 의원으로 뽑든가, 아니면 선출된 의원이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역량 있는 후보를 가려서 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더욱이 자치분권시대가 열리면 집행부 견제와 감시는 물론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의회 역량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의원들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실정이다.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는 예산 심사와 입법,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여수시의회가 심의·감시한 올해 본예산 규모만 1조 730억 원이다. 의원 1인당 412억 원 꼴이다.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 수준인 1조3587억 원이다. 의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엉뚱한 곳으로 새는 돈을 막기 위해서는 예산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예산 감시뿐만 아니라 중요 시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안 제시 능력 또한 중요하다.

이처럼 의원의 역량이 지방자치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데도 정작 이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은 부실하고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의정의 다양화·전문화 등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문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 2018 여수시의회 의원 역량 강화 워크숍. (사진=여수시의회)

의원 역량 강화할 항구적인 대책 필요

7대 여수시의회 의원 26명 중 초선 의원은 절반에 육박하는 11명이다. 의회가 개원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아 의원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질,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두고 봐야겠지만 집행부 견제, 지역 경쟁력 강화, 자치분권 확대 등 급증하는 의정 수요와 의회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초의회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의원 개인 역량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당선된 의원들은 개원한지 한 달 보름여만에 임시회를 시작으로 주요업무 보고,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시정 전반에 대한 질문을 한다. 정례회를 통해 행정사무감사, 추경예산안·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을 진행한다. 여기에다 의정 연수, 해외 연수, 각종 행사 참석, 지역구 활동 등 일정이 빼곡하다.

초선 의원들의 경우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의정활동과 관련 없는 직업군 출신의 경우 의정과 행정에 관한 기초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초선 의원은 모든 게 처음 접하는 일이어서 각종 사안의 접근과 처리에 시간적인 제약도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초선 의원 스스로 빠른 시일 내에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지식, 법률적 지식 등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학습하거나 워크숍, 의정 연수 등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다양한 방법의 의정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수반돼야 한다.

▲ 제7대 여수시의회 초선 의원 11명이 지난 6월 시의회에서 시민에게 드리는 7가지 ‘다짐과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물론 의정 경험이 많다고 의정 활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정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높은 초선 의원이 의정 활동에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역대 시의원들 중에는 감시와 견제보다는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의원들도 없지 않았다.

특히 민간위탁사업 심사기법과 사회간접자본(SOC) 원가계산 검증, 토목·건축 등 예산 검증이 쉽지 않은 전문 분야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상임위나 예결위에 있으면 시 집행부나 담당 공무원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 역량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지자체 감시와 견제도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집행부 공무원은 수년간, 또는 수십 년간 동일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해 온 만큼 업무처리에 능하다. 특히 시장의 공약이나 주요 현안 사업을 통과시키기 위해 온갖 당위성을 내세우며 의원 공략에 나서는 만큼 나름의 원칙과 소신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서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오기 때문에 의원 개개인의 분발과 노력을 촉구하기에 앞서 의회나 각 정당이 전문 연수를 강화하는 등의 항구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의원 역량 강화 전담조직 신설 등 의회의 의정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수시민협은 27일 7대 여수시의회 논평을 통해 “의회를 방청한 시민의 의견을 모아보면 의회에 임하는 의원들의 평균 소양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선이 심하고 줄서기 표결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성에 대한 준비도 부족하고 소위원회는 불성실하거나 총회에서 떠들기만 하는 밉상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금호석유화학 고무2공장 화재 발생 현장 확인. (사진=여수시의회)

비슷한 교육프로그램 관심·참여도 낮아

여수시의회 서완석 의장은 7대 의회 개원사에서 “시의회가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세미나, 워크숍 등 의원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회는 지난 7월 20일 초선 의원의 의정역량 강화를 위해 첫 번째 워크숍을 개최했다. 의원들은 회의 운영과 조례안 등 각종 안건 심사, 행정사무감사 기법을 배우고 예산안 편성과 집행, 결산에 이르기까지 의회 운영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선배 동료 의원으로부터 의정 노하우도 들었다.

시의회는 또 지난 10월 29~31일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 등 50여명이 제주도에서 의정연수를 했다.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의정활동 전략과 방법’, ‘지방분권과 지방의회의 역할’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안 심사 기법에 대한 교육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초선인 여수시의회 민덕희 의원은 “워크숍과 의정연수가 의정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은 지난 8월 14일 전북 완주군에서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자치분권위원회, 한국지방자치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방의회 아카데미’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방의회 역할, 리더의 품격, 자치입법, 예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기법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국회사무처 의정연수원은 지난 8월 21~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방의회 초선의원 180명을 대상으로 ‘1차 지방의회 의원연수’를 실시했다. 3일간 조례안 심사, 예산안 및 결산 심사, 행정사무 감사와 의정활동 전략과 방법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올해 당선된 지방의원 중 초선이 62%에 달해 어느 때보다 참여 열기가 높아 모집 정원 100명을 초과해 80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2차 의원연수는 10월 10~12일, 심화과정인 ‘지방의회 예산안 및 결산심사’는 11월 7~9일 실시됐다. 여수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1차 연수에 참가 신청을 했으나 180명에 포함되지 못했으며, 2차 연수에는 고용진 의원 1명만 참가했다. 심화과정 연수는 의회 일정상 참가하지 않았다.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임기 초반에는 관심이 많지만 매년 반복되는 내용에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경험이 쌓이고 회기 일정과 겹치다 보면 참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지방의회 의정연수 전문기관이 전무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의원과 의회 소속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지방의정연수원 설립법이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돼 있다.

▲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 낭만포차 관련 주민 의견 청취. (사진=여수시의회)

민주당·민평당, 교육시스템 부실…제구실 못해

자질이 부족하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배출한 정당의 책임도 크다. 정당이 공천해 당선된 시의원인 만큼 의정활동의 내실을 채워내는 것 또한 정당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여수시의원 26석은 더불어민주당 19석, 민주평화당 3석, 무소속 4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11월 15~16일 나주에서 도당 소속 기초의원 180명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연수를 했다. 교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치 관계법’ 강의, ‘더불어민주당의 강령·정책 교육’, ‘국정 운영의 방향과 이해’, ‘행정사무 감사의 실제와 사례’ 등이 진행됐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도당 교육은 차별화된 것도 아니었고 형식적이었다. 불참하면 페널티를 부여한다고 하는 등 참가 숫자에만 열을 올리고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전국적으로 당선자가 적어 전남도당 차원의 역량 강화 연수는 실시하지 않고 중앙당에서 진행했다. 이외 양 당 모두 기초의원을 교육할 프로그램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수십 년간 지역의 여당이라고, 호남의 정통이라고 자처해온 민주당과 민평당의 부실하고 빈약한 교육시스템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당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니 일하지 않는 의원이 배출되는 것이다.

특히 정당공천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각 정당이 심의를 거쳐 보증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당이 의원에게 4년 동안 충실히 의정활동할 것임을 약속받고 공천한 이상 의정활동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정당은 선거 때만 되면 줄세우기, 불공정한 심사, 공천 관련 금품거래, 공천 원칙 훼손 등으로 온갖 잡음을 일으킨다. 시스템 개혁을 통한 정책 정당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부산시당 ‘기초의원 의정지원센터’ 가동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최근 100명이 넘는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기초의원 의정지원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센터는 부산시의회와 기초의원 사이의 정책 협의 등을 연계하는 역할과 부산지역 16개 구·군 의회를 위한 생활민원 해결, 정책 발굴 등을 지원한다. 센터는 각계 전문가·교수·시민사회 활동가 등으로 구성한 정책자문단과 16개 구·군 기초의원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단 체제로 운영한다. 특히 센터는 생활적폐 청산을 위한 기초의회 행정사무감사 지원, 지방재정 보조금 사업 투명성 강화, 관변단체 개혁 등을 주요 활동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주종섭 위원장이 주최한 지방도시 인구감소 실태와 대안모색을 위한 세미나. (사진=여수시의회)

입법 보좌할 사무 직원 역량 교육도 필요
정책 지원 전문 인력 도입 목소리도 꾸준

시의회 전체 역량을 강화하려면 의회 사무국 직원에 대한 교육도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과 예산은 점점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인력의 도움 없이 사실상 의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자칫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 발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시의원의 낮은 전문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이를 보좌할 전문위원과 사무직원의 교육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의 경우 국회사무처 의정연수원이 실시하는 교육에 참여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방의회에서 책임지고 소속 직원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단체장으로부터 인사권을 가져오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이지만 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제기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의정지원에 대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쌓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정책지원 전문 인력 즉 보좌관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의장이 광역의회 사무직원의 정원을 정하고 임명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초의회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위상 정립과 전문성 강화, 국회의원이 1인당 6~7명의 보좌관을 두고 있는 만큼 광역의원도 최소 1명 이상 보좌관을 둘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의원의 자질 논란, 외유 시비, 예산 수반 등 선행돼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관건은 정책보좌관제 도입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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