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남도의회·여수·순천시의회, 4·3특별법 개정·여순특별법 제정 촉구 공동성명
이낙연 총리 “제주도민이 ‘됐다’ 할 때까지 4·3 진실 채울 것”…국방부·경찰 사과

▲ 지난해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서 한 유가족이 평화공원의 각명비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2018. 4. 3. 마재일 기자)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다시 기리는 4·3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제주4·3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거행된 가운데 4·3특별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 당시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고, 3일 국방부와 경찰이 71년 만에 첫 사과를 하면서 4·3특별법 개정과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다.

무엇보다 최근 사법부가 제주4·3과 여순사건 당시의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각각 공소기각(무죄) 판결과 재심 청구 결정을 내리는 등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국회는 진실 규명과 배·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제정은 외면한 채 이념의 잣대만 들이대며 팔짱을 끼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의회와 전라남도의회, 여수시의회, 순천시의회는 공동으로 국회에 4·3특별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너븐숭이 4·3 유적지를 방문한 학생들. 너븐숭이는 제주도 말로 ‘넓은 웅덩이’라는 뜻으로, 당시 300여 명의 주민이 학살된 곳이다. (사진=2018. 4. 3. 마재일 기자)
   
▲ 너븐숭이 4·3 유적지. 너븐숭이는 제주도 말로 ‘넓은 웅덩이’라는 뜻으로, 당시 300여 명의 주민이 학살된 곳이다. (사진=2018. 4. 3. 마재일 기자)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위원장 정민구)와 전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특별위원회(위원장 강정희),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위원장 전창곤), 순천시의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위원장 오광묵)는 지난 2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제71주년 4·3희생자추념식 전야제에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4개 지방의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제주4·3과 여순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큰 줄기에서 본다면 일란성 쌍생아와 같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모두 분단 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시작됐고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면서 여수·순천 주민들의 희생을 낳은 여순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부인 대한민국 국회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며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4·3특별법을 개정하고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여순사건특별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두 개 특별법의 제·개정에 적극 나서 올바른 대한민국 역사를 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더 이상 국가폭력에 의해 부당하고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4·3특별법 개정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 제주4·3평화기념관 내 여순사건 설명 전시관.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 명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출동 명령을 거부하며 시작됐는데 이를 ‘반란’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자 지난해 ‘사건’으로 수정했다. (사진=2018. 4. 3. 마재일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주도민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리는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실종자를 확인하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면서 “‘국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4·3평화재단 출연금도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부와 경찰은 71년 만에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에 애도와 유감을 표했다. 그간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있었지만 국방부와 경찰 차원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 항쟁 71주년 추념식’ 행사에 참석해 “비극적인 역사에 소용돌이 속에 있던 경찰의 행위를 반성·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앞에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3일 ‘제주 4·3 특별법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앞서 제주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4·3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과거 군법회의는 공소 절차를 위반해 무효”라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또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1일 여순사건 민간인희생자 3인의 재심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국가공권력이 재판을 빙자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라며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전향적인 판단을 잇따라 내놓는 사법부와는 달리 국회는 ‘4·3 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 처리에 수년째 팔짱만 끼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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