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입장과 특별법 제정 우선”

권오봉 여수시장이 ‘위령 vs 추모’ 문구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사업 지원조례 개정안을 재심의해 달라며 시의회에 제출한 재의 요구를 철회했다.

여수시가 조례 개정안 재의 요구를 철회함에 따라 시의회가 제3의 용어로 조례 개정안을 상정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 시장은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의회가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3의 명칭으로 조례를 개정한다는 전제하에 재의 요구를 철회한다”며 “시의회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권오봉 여수시장. (사진=마재일 기자)

권 시장은 “보기 드문 시장의 재의 요구에 지역사회나 일부 언론 등에서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갈등으로 비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추모’나 ‘위령’과 같은 용어로 시민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기보다는 제3의 명칭으로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화합을 통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일부 종교 단체의 입장만 두둔하기 위해 재의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며 “여순사건 추모 사업을 주관하는 시의 입장에서는 전 시민 사회와 지역 내 종교를 대표하는 모든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확고한 일념만으로 바라봤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지난 22일 서완석 시의장, 황순경 여순사건 유족회장과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재의요구를 철회하고 지역사회의 단합과 참여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위령과 추모가 아닌 중립적인 용어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황순경 유족회장은 ‘중립적인 위원회 명칭 사용에 동의하며, 조례 개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으며 서완석 의장은 ‘공감대가 형성된 명칭 안을 절차에 따라 의회로 제출하면 당연히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시민추진위원회 명칭을 두고 ‘추모’로 할 것인지, ‘위령’으로 할 것인지 논쟁을 벌였고, 표결 끝에 의원 수정안인 ‘위령사업 시민추진위원회’로 결정했다.

수정안을 발의한 주종섭 의원은 “조례의 제명과 내용의 통일성을 기하고, 모든 관련 조례가 위령으로 명기돼 있다는 점과 제주 4·3 특별법에도 위령으로 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시민추진위의 명칭을 위령사업으로 변경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성미 기획행정위원장은 “지난해 여순사건 70주기 사업을 확정하면서 유족회와 종교단체, 시민위원회가 어렵게 합의해서 ‘추념식’으로 했는데, 이제와서 여수시의회가 스스로 기존 합의를 전면 무시하고 명칭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지역 기독계도 반발했다. 여수기독교단체총연합회는 “죽은 사람의 혼령을 위로하는 ‘위령’이라는 용어는 신앙의 도리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의미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며 “‘위령사업 시민추진위원회’를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로 개칭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권오봉 시장은 “지역민의 염원인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는 유족뿐 아니라 모두가 한목소리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유족, 시민사회, 종교단체가 다 참여할 화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시민추진위 명칭을 ‘추모사업 시민추진위’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완석 여수시의장은 “시장이 단순히 조례안에 이의가 있다는 사유로 재의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재의 요구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여순사건 유족회는 23일 “모든 시민, 단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3의 용어로 조례를 개정한다는 전제하에 재의 요구를 철회할 것을 제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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