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청년몰, 몰락인가 부활인가 (중)] 인기 프로그램 방송, 13억 추가 투입으로 위기를 맞은 꿈뜨락몰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 수십억의 예산만 축낼지 희망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 꿈뜨락몰. (사진=마재일 기자)

◇ 우후죽순 청년몰 조성…전문성·경쟁력 부족 등 한계

청년몰 사업은 2016년 중소기업벤처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내 일정 구역에 39세 이하 청년 상인의 점포가 입점해 고객들을 위한 휴게 공간과 입점 상인 협업 공간 등을 갖춘 몰(mall) 형태를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최대 15억 원을 지원(국비 50% 지방비 40% 자부담 10%) 받을 수 있다.

당시 중소기업벤처부는 한 해 동안 17개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조성하고 20개 전통시장에 창업지원을 하는 등 전국에 200개 점포를 개설하기로 하고 127억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중기부는 이어 2017년에 142억 원, 2018년에 229억 원 등 최근 3년간 499억 원을 청년몰 지원에 투입했다.

창업 교육부터 입점, 안정적인 정착 등 청년 상인에게 사업 기간을 주고, 임대료가 올라감에 따라 청년 상인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점포매입 시 우선 선정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통시장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늘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청년몰은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등 일부 지자체의 청년몰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퉈 청년몰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전통시장 청년몰’은 전국적으로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용주(민주평화당, 여수갑)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몰 조성사업으로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전북을 비롯한 274개 점포의 개설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중 25.2%인 69개 점포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7월 12일 개장한 청년몰 ‘꿈뜨락몰’ 점포 중 8개가 1년도 채 안 돼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 지난해 12월 1일 꿈뜨락몰의 폐업 점포. (사진=마재일 기자)

청년몰 점포가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요식업에 치중한 천편일률적인 업종 선정이 꼽힌다. 이와 함께 홍보나 교육 부족, 점포 개장에 급급한 단기 지원과 매출 급락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침체한 전통시장이라는 입지 여건과 함께 청년 상인의 전문성 및 역량 부족,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희소성 없는 먹을거리 위주의 사업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이 안 돼 결국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 제대로 된 수요 조사 없이 청년실업문제의 대안인 양 지자체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청년몰을 조성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업 초기 인테리어 등 점포 조성비용에만 집중된 지원이 청년몰 폐업을 앞당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꿈뜨락몰의 한 상인은 “초기에 사업비가 시설에만 너무 투자돼 정작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 사업이나 서비스 등에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 유입을 위해 가수 초청, 연말 청춘콘서트 등의 이벤트도 몇 차례 했지만 효과는 반짝이었다”며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다른 활성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창업 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멘토 교육이나 현장실습 기회도 갖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는 등 체계적이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꿈뜨락몰. (사진=마재일 기자)

◇ 꿈뜨락몰, 올해 13억 추가 지원 등 총 28억 투입

청년몰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상인 창업 지원과 고용 창출을 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일반 창업보다 유리하지만 근본적인 불리함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라는 침체된 상권 속에 노하우가 부족한 청년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수 꿈뜨락몰이 들어선 ㈜중앙시장은 1975년 지어졌다. 1990년 여수국가산단 확장과 수산업 호황기 때는 침구·의류 전문시장으로 160개 점포가 입점할 정도로 대규모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대형마트 등장과 소비 패턴의 변화로 청년몰이 들어설 당시 빈 점포가 50여개나 될 정도로 침체기를 겪었다.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12일 야심차게 개장했으나 1년도 안 돼 30%에 가까운 폐업 점포가 생겨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관련 법상 개설 장소를 변경하기는 어렵다면 시기에 맞춘 적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초기 물량 공세로 반짝 관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청년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청년몰이 되려면 청년 상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수 꿈뜨락몰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자금여력이 부족한 청년들로서는 초기에 장사가 안 되면 장기간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을 받아 창업했지만 점포 운영과정에서 지원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장사가 안 되다 보면 처음에 가졌던 열정은 사라지고 상인들간 반목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있는 공적 자금이 지원되는 사업의 경우 사업비 지원이 끊기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SBS 예능 프로 ‘골목식당’ 방송 이후 꿈뜨락몰 점포의 음식을 주문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방준용 페북)

정부가 이런 폐단을 막고 지속가능한 청년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정착을 위한 지원을 확대한 것은 다행이다.

여수 꿈뜨락몰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청년몰 활성화 및 확장(차후) 지원에 사업비 13억 원을 받게 됐다. 청년몰에 이미 투입된 15억 원과 함께 총 사업비 28억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13억 중 10억 원(국비 5억, 시비 5억)을 들여 △승강기 설치, 화장실 개선 △간판, 표지판 등 설치 △내부조명·전광판·실내인테리어 개선 △환기장치 및 냉난방시스템 보강 △트릭아트, 포토존 설치 △어린이 체험시설 등 고객편의시설 보강 △다목적컨벤션 홀 개선 등 시설 확장사업에 투자된다.

나머지 3억 원(국비 1억 5000만 원, 시비 1억 2000만 원, 상인 자부담금 3000만 원)으로 △공동마케팅 △홍보 △맞춤형교육, 메뉴개발, 컨설팅 지원, 평가 및 모니터링 △공동수익모델 발굴 지원 △협동조합 조직 및 운영 등 활성화 사업에 나선다.

지난 8일 SBS 예능 프로 ‘골목식당’에 소개된 꿈뜨락몰 일부 점포의 불량한 위생·청결이 방송되면서 많은 질타를 받고 있지만 방송 이후 꿈뜨락몰 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인기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은 꿈뜨락몰이 살아날 것인지, 수십억 원의 예산만 축내고 몰락할 것인지 희망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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