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수산물특화시장 내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지역사회의 갈등관리 수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는 시민의 생계 대책 요구 노숙 시위에 청사 문 일부를 잠가버렸다.

▲ 지난 3일부터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의 한 상인이 모기를 피하기 위해 양파 망을 둘러쓰고 있다. (사진=페북)

시민단체, “출입문 일부 폐쇄 ‘부적절’
“여수시 청사 방호 배경, 목적 밝혀야”
시, 물리적 충돌 우려한 조치…현재 개방

[2019. 6. 17. 13:35 일부 수정]여수수산물특화시장 공과금 납부 문제로 시작된 주식회사 측과 일부 상인들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가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시청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일부 출입문을 폐쇄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는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상인 30여 명은 지난 3일부터 여수시에 생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는 상인들이 노숙 시위에 들어가자 청사 방호를 위해 출입문 7개 가운데 민원실과 정문 등을 제외한 3곳을 폐쇄했다. 상인들의 청사 내 진입과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출입문 폐쇄 알림’ 안내문에 ‘청사 방호 관계로 당분간 출입문을 폐쇄하니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청사 출입은 중앙현관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출입문 폐쇄로 민원인들은 출입구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문 출입문까지 돌아가는 불편을 겪었다.

노숙 시위 상인들은 여수시가 시민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한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는 현재 폐쇄한 출입문을 모두 개방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3일 ‘여수시는 누구를 위하여 청사 방호를 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여수시가 ‘청사 방호’를 이유로 일부 출입문을 폐쇄 한데 대한 명확한 배경과 목적, 이유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여수시민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고 민원업무를 볼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청을 정확한 설명도 없이 청사 방호 목적으로 출입문을 폐쇄하고 불편을 주는 행정이 시민이 주인인 여수시가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의 모기에 물린 얼굴 모습. (사진=페북)

연대회의는 이어 “청사 방호에 대한 설명이 없어 목적과 이유를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불편은 물론 무슨 큰 일이 생겼나 하는 불안감과 황당함을 먼저 겪게 됐다”며 “시민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하고 즐겨 찾아야 하는 시청이 청사 방호 관계로 출입문을 폐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연대회의는 “‘방호’는 자기 집을 지키는 것으로, 해를 끼치는 세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단어”라면서 “여수시청을 누군가가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만 모르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수시는 이번 청사 방호 행정 조치의 목적과 이유, 누가 방호 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시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며, 이번 방호 조치가 수산물 특화시장 상인들이 농성을 시작한 4일부터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관련성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앞으로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나 어려운 민원으로 시청을 찾게 될 때 여수시는 청사 방호로 출입문을 폐쇄하고 시민들의 불안감 조성과 시민과 동떨어진 불통의 공간으로 인식시킬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청사 방호 행정 조치는 ‘여수시민이 시장이고 시민과 소통하는 여수시’라는 구호에 맞지 않고, 시민이 행복한 여수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부적절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3일부터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사진=페북)

‘사태 장기화’ 지역사회 갈등관리 수준 낙제점

2010년 문을 연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은 2014년 1월 상인회가 구성된 이후 자체적으로 관리비를 걷으면서 주식회사 측과 갈등을 겪고 있다. 주식회사 측은 밀린 공과금을 회사에 납부하라는 입장이고 상인회는 정상적으로 공과금을 한전 등에 납부했다고 맞서자 주식회사는 관리비 등을 내지 않은 점포에 대해 단전 단수 조치했다. 양측은 수십 건의 고소와 고발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부터 여수시청에서 노숙 시위에 들어간 상인들은 여수시가 소유한 수산물특화시장 아케이드의 빈 점포를 임대하거나 시장 인근에 임시 점포를 개설해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여수시에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그러나 여수시는 상인들의 요구대로라면 공과금을 납부하고 장사를 하는 다른 상인들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아케이드는 주식회사인 수산물특화시장에 관리권을 위임해 사실상 임대할 권한이 없어 여수시가 행정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수산물특화시장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시국 기도회 모습. (사진=독자 제공)
▲ 13일 노숙 시위 현장을 찾은 고재영 여수시 부시장. (사진=뉴스타임즈 곽준호 기자)

노숙 시위가 10일을 넘기면서 60∼80대의 고령의 상인들이 밤에는 모기에, 낮에는 더위에 시달리면서 건강 이상이 우려되고 있다. 여수시는 상인들에게 생수와 선풍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고재영 여수시 부시장은 13일 오후 노숙 시위 현장을 찾아 상인들과 면담을 나누고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앞서 권오봉 시장은 지난 1월 시청 직원들과 브라운 백 미팅을 통해 수산물특화시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양측 상인들을 만나 중재와 해결을 모색했으나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수시는 3개월 전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행정과 정치권이 사태 해결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10년 가까이 장기화된 탓에 여수시와 정치권 등 지역사회의 갈등관리 수준이 낙제점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많다. 또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한 것은 일차적으로 수산물특화시장 주식회사와 상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큰 데 지역사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상생과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행태에 혀를 차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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