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가 수상태양광 사업 개발행위허가 신청서를 반려 처분하자 마을재생 희망이 사라진 도성마을 주민들이 삭발식을 예고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 도성마을 주민들이 10월 30일 여수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주민들은 이날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대기업이 도성마을에 추진하고 있는 2000억 원대의 수상태양광 사업이 여수시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서 반려 처분으로 백지화되면서 마을재생을 통해 열악한 정주 여건 개선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삭발식을 예고하는 등 여수시와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7일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회(위원장 하태훈)는 수상태양광·마을재생 사업 무산과 관련해 오는 1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책도 없이 주민들이 직접 유치한 수천억 원대 투자유치 사업을 무산시켜 마을재생의 희망을 꺾어버린 권오봉 시장을 규탄하고 여수시의 반려 처분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반려 처분·이의 신청 기각의 명확한 기준, 수상태양광 사업 백지화에 따른 여수시 대책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특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한국한센총연합회와 연대해 여수시는 물론 청와대, 민주당 중앙당을 방문하는 등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11일 시청서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밝힐 예정
한국한센총연합회와 청와대·민주당 방문 계획
GS건설, 사업 포기 또는 행정심판·소송 이목


GS건설(주)은 2000억 원을 들여 율촌면 신풍리 도성·구암마을 주변 공유수면에 1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지난해 9월, 2단계 사업은 올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환경영향평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등의 관련 인허가를 마치고 여수시 개발행위허가 승인만 남겨두고 있었다. GS건설은 주민 자립과 정주 여건 개선 등 마을재생을 위한 마중물로 발전기금과 세탁공장, 스마트팜, 사회적기업 유치 등 25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했다.

▲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난 10월 31일 시청 앞에서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타임즈 곽준호 기자)

하지만 여수시는 지난 9월 2일 육상부 토지 11필지 중 2필지(1㎡)에 대한 국유재산사용허가서 미제출, 예산내역서 등 구비서류 미비, 구암마을 해변 선박 조사 및 피해방지 대책 미반영 등을 이유로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 개발행위허가 신청서를 반려 처분했다. 이에 GS건설은 서류를 보완해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지난 1일 열린 여수시 도시계획개발분과위원회 심의에서도 부결돼 현재 백지화된 상태다. 시는 지난 4일 GS건설이 제출한 개발행위허가 신청서 반려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 기각은 타당하고, 보완사항이 완료되면 재허가 신청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시는 또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GS건설과 주민들은 시가 요구한 보완서류는 이미 제출했고, 여수시가 주된 반려 이유로 제시한 ‘해변 선박 조사와 피해방지 대책 미반영’의 경우 해당 해역 이용 선박들이 모두 어업권이 없는 불법인 만큼 피해방지 대책 수립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불법으로 어업 행위를 하는 것은 이를 묵인한 관련 기관의 직무유기인데, 기업과 주민들한테 이들의 피해 대책을 세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의 신청서까지 반려 처분을 받은 GS건설이 이대로 사업을 포기할지, 불복 절차를 밟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GS건설 측은 사업성을 재검토해 다시 접수할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밟을지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GS건설은 여수시가 개발행위허가 신청서 반려 처분에 이어 이의 신청서까지 부결한 것은 여수시가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재접수하거나 불복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하지만 주민들의 마을재생 의지가 강한 만큼 불복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GS건설 측은 이미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 도성마을 모습. 회색 지붕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사진=동부매일신문)

양구·화천군 태양광 개발행위 불허 잇따라 패소
“반대 민원만으로 개발행위 불허한 처분 위법”
도성마을 주민 100% 가까이 수상태양광 동의

주민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개발행위허가를 불허한 것에 대해 법원은 업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강원도 화천군, 양구군은 태양광발전시설 조성을 위한 개발행위를 불허해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업체들이 주민동의를 받도록 요구하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춘천지법은 주민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발행위 허가를 못 받은 태양광 업체가 화천군수와 양구군수를 상대로 낸 ‘개발행위 허가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화천군에 대해 “개발행위허가의 요건 및 절차를 정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주민동의’, ‘민원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인근 주민들의 반대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양구군에 대해서는 “양구군의 요구는 사실상 주민 전원의 동의를 받음으로써 반대 민원을 해결하라는 취지로 해석되는바, 이는 개발행위 불허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도성·구암마을은 다르다. 80~90세 고령의 일부 주민을 제외한 100% 가까운 주민들이 수상태양광 사업에 동의하고 있다. 하태훈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장은 “주민 대다수가 이번 기회 아니면 우리 마을은 영원히 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 의지가 강하고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여수시의 이번 반려 처분에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 도성마을 폐축사.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개발행위 반려 처분 설득력 떨어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역행 ‘비판’
여수시·GS건설 실제적인 해결책 모색 필요

권오봉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GS건설이 제시하는 것이 내 기대치에 못 미친다. 그러면 (수상태양광 사업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수시가 행정 권한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자부와 해수부 등 국가기관의 인허가 절차를 마친 사업에 대해 수상태양광 사업 자체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역 기여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반려 처분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여수시가 이에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기업의 투자와 마을재생이 잘 될 수 있도록 행정이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백지화시켜 놓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행정에 앞서 여수시가 기업과 주민 사이에서 최적의 방안이 나오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여수시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도성·구암마을 일대 공유수면에 수상태양광 발전이 시작되면 약 5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예상되는데 이는 소나무 8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웅덩이에 고인 분뇨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사진=마재일 기자)

그동안 GS건설과 주민들은 여수시의 뚜렷한 이유 없는 개발행위허가 지연에 가슴앓이를 해왔다. 무엇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마을을 방치한 여수시의 책임이 적지 않은데도 대책도 없이 투자사업을 무산시켜 마을재생 의지를 꺾어버린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현재 GS건설 측도 더 이상의 지원에는 난색을 보여 여수시와 GS건설의 실제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마을재생 사업이 파국을 맞을지, 회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센인 정착촌인 도성마을 주민들은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국가로부터 강제적으로 격리돼 사회적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행정·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주민들의 열악한 실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여수시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사는 마을인지, 가축이 사는 축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생활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