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나사못 없고 ‘겁나는’ 해안 산책로

▲ 모사금 해수욕장. 여수시는 29억7700만 원을 들여 지난 6월 신덕지구 연안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모사금 해수욕장. 여수시는 29억7700만 원을 들여 지난 6월 신덕지구 연안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모사금 해수욕장과 신덕 피서지에 설치된 해안 산책로 데크(Deck)가 날림 공사로 진행돼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어 점검 및 보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이순신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조형물 데크 계단이 붕괴하면서 사진을 찍던 일가족 8명 중 5명이 아래로 추락, 3명이 중상을 입고 2명은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여수시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수시는 이 사고 후 관내 야영장 등 관광시설 50곳을 일제 점검해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관리대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시는 지난 6월 총사업비 29억7700만 원(국비 16억6500만 원과 시비 13억1200만 원)을 들여 모사금 해수욕장과 신덕 피서지 해안 일원에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연안 해역을 보호하는 소파 블록과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여가·휴식을 제공하는 728m의 산책로 설치 등 신덕지구 연안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산책로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해안가를 따라 산책할 수 있도록 해안 절벽과 바위에 천연 목재 구조물을 만들어 수 미터 높이로 설치됐다.

▲ 모사금 해수욕장. 여수시는 29억7700만 원을 들여 지난 6월 신덕지구 연안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목재 데크 기둥의 갈라짐 현상과 나사못이 박혀 있지 않은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목재 데크 기둥의 갈라짐 현상과 나사못이 박혀 있지 않은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목재 데크 기둥의 갈라짐 현상과 나사못이 박혀 있지 않은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하지만, 데크 기둥을 고정하는 이음새의 나사못은 제대로 박혀있지 않거나 아예 빠진 곳이 수두룩해 작은 힘에도 산책로 난간이 흔들거리는 등 추락 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바닥 목재 데크는 뜯겨나가거나 튀어나와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고 나무를 감싼 데크도 뜯겨나가 나뒹굴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손잡이 역할을 하는 난간은 뜯겨나가 너덜너덜하고 일부 데크 기둥은 벌써 갈라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구간은 난간이 없어 발을 헛디디면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 콘크리트 돌붙임 없이 앵커볼트로 고정한 지지대도 적지 않다. 지역 업체 관계자는 “이왕이면 돌붙임을 모두 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해수 염분에 빨리 부식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설계도면에 지지대 위치에 따라 돌붙임을 하기 어려운 곳은 하지 않게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돌붙임이 가능한 지지대도 돌붙임이 설치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신덕 피서지에 설치된 일부 목재 데크의 경우 표면에 도포된 오일스테인이 벗겨져 곰팡이가 자라고 있다. 또한, 입구 계단도 높아 불편을 주고 있다.
 

▲ 모사금 해수욕장의 목재 데크 난간. 7개의 기둥 한쪽에는 나사못이 하나도 박혀 있지 않아 작은 힘에도 흔들거린다. (사진=마재일 기자)
▲ 모사금 해수욕장의 목재 데크. 난간이 없어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모사금 해수욕장 해안 산책로의 파손된 목재 데크와 튀어나온 바닥 데크. (사진=마재일 기자)
▲ 모사금 해수욕장의 데크. (사진=마재일 기자)

 

천연 목재 데크와 칼라강을 사용한 철골 지지대가 해수와 바닷바람에 섞인 염분 등에 의해 삭거나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 한 업체 관계자는 “해안가의 산책로 데크 철골 지지대는 염분 때문에 빠르게 부식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안전을 위해 아연강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며 “소호동동다리 철골 지지대도 아연강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연강은 부식되지 않도록 합금된 강을 말하고 칼라강은 일반 연철에 적갈색 페인트칠을 하는데, 부식 우려 때문에 가격이 높지만 아연강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사금·신덕 산책로는 누가 보더라도 날림 공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준공검사를 통과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모사금 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광객은 물론 인근에 숙박시설이 있어 평소 숙박객들이 자주 이용하는데 난간이 흔들리는 등 엉성하게 설치돼 자칫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 모사금 해수욕장 산책로 데크. (사진-마재일 기자)

또한, 산책로를 받치는 하부 철골 지지대를 고정하는 콘크리트 돌붙임 모양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산책로 아래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폐타이어 등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다.

지난 6월 이순신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조형물 데크 계단 붕괴사고 이후 여수시가 관내 야영장 등 관광시설 50곳을 일제 점검해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준공된 지 6개월도 안 된 산책로 데크가 부서지고 흔들리는 등 날림 공사를 해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영취산에서도 등산로 나무계단에 연결된 안전줄이 끊어지면서 등산객 2명이 경사로에서 1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외부에 노출된 안전줄의 재질이 변형되거나 삭아서 끊어진 것으로 봤다.
 

▲ 콘크리트 돌붙임이 설치된 지지대와 미설치된 지지대. (사진=마재일 기자)
▲ 파손된 데크 난간. (사진-마재일 기자)
▲ 산책로 아래 해양 쓰레기. (사진-마재일 기자)

 


 

해안가 목재 데크 지양·지역적 특성 고려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데크에 주로 쓰이는 천연 목재와 합성 목재를 두고 경제성과 친환경성 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목재 데크는 자연 친화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염분이나 습기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아무리 방충, 방습처리를 한다고 해도 해안가 지역의 경우 염분에 의한 부식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해안가 둘레길이나 시설물 바닥 대부분은 목재 갑판으로 시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신덕 피서지 산책로 데크. (사진-마재일 기자)
▲ 신덕 피서지 산책로 데크에 생긴 곰팡이와 벗겨진 오일스테인. (사진=마재일 기자)
▲ 신덕 피서지 산책로 입구. (사진=마재일 기자)

합성 목재는 목재 가루와 플라스틱 수지를 혼합해 만들어 습기와 부식에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습기를 흡수하지 못해 표면에 곰팡이가 번식하기도 하고 빛과 열에 약해 휨, 변색 등의 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자체는 합성 목재보다 친환경적이고 가격이 저렴하고 오일스테인 처리한 천연 목재를 사용하지만, 정기적으로 오일스테인을 발라주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내구성을 떠나 해안가에서 목재 사용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안 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공법이나 소재로 시범 시공해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한 후에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 바닥을 시공하는 마사토 등의 전통 시공을 산책로에 시도해 볼 수 있다. 계단이나 시설물에도 헌 옻 감이나 섬유질을 녹여 만든 고강도의 탄소강 소재를 사용하면 염분으로 부식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지난 9월 태풍 영향으로 넘어진 남산공원 데크 난간.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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