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수를 지배하는가?”라는 물음은 지방정치와 지역민주주의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핵심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필자가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이 도시는 자치단체장인 시장이 지배한다는 논리가 맞다. 그 점에 있어 시장은 국회의원보다 힘이 세다.

그러나 시장 못지않게 도시를 지배하는 부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시장이 바뀌든 안 바뀌든 항상 양지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잇속을 챙겨왔던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다.

그들은 절대 음지를 찾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때로 지역의 어른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즐겨한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서 그들을 비판하는 이유는 시민들이 그리고 이 도시가 간절히 그들의 목소리를 필요로 할 때, 그들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거나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사람들이라는 그 역겨움 때문이다.

도시가 어찌되든 말든 자신들만 실속을 차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사회의 최전방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권력자와 “후원-충성”관계로 자신을 엮어놓는다. 그래서 그들은 때로 ‘실세’라는 주변 사람의 말에 감동하기도 하고, 자신의 영리함에 스스로 감탄하기도 한다. 그것은 권력자에게는 충성하고 자신은 실속 있는 삶을 사는 영리함이다. 그래서 그들의 영향력은 절대 줄어드는 법이 없다.

‘선출된 권력’은 때가 되면 교체되지만,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굳건히 제자리를 유지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들이 맡고 있는 단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득권층들은 또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이 없다. 가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첨예한 문제에 직면하면 절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항상 권력자에게 주파수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자리를 한 번 오르면 내려오는 법이 없다. 그래서 후배들을 밀어주고 키워주는 법도 없다. 오직 자신만이 권력자에게 위임받은 비겁한 직위와 권력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여수에 어른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는 말이다. 어른이 있다는 말은 초야에 묻혀 지내면서도 도시를 걱정하고, 생각을 보태주는 어른들이 상당히 많이 계시다는 뜻이고, 어른이 없다는 말은 현재 지역유지라고 행세하는 사람 중에서 상당수가 지역의 방향을 제시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기 보다는 권력에 빌붙어 지내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이런저런 관변 단체와 위원회에 몇 개씩의 감투를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가끔씩 권력자의 나팔수 역할도 해야 하고, 권력자의 손과 발이 되는 것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받게 되는 반대급부가 제법 쏠쏠하다. 그들이 맡고 있는 단체는 지자체로부터 적지 않은 보조금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저런 행정적 지원도 제공받는다.

이들 단체의 특징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행위 주체로 상당히 많은 인원 동원 능력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관변’이 아니라 자발적 모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자원봉사단체로 위장을 하기도 한다.

권력의 달콤함에 길들여진 이들은 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에 자문을 하기도 하면서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사업을 정당화시키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종 공식모임이나 비공식 모임을 통해서 공무원들과의 관계를 밀접히 해 놓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관과의 관계가 매끄럽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이들은 또 여러 사람 앞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소위 ‘구변’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이러한 구변으로 자신의 비겁함을 적당히 포장할 줄 아는 영리함도 지니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굳이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또다시 바뀐 정권의 나팔수로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던 사람들이지 시민의 안위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또 다시 정권의 주변을 서성이게 되면 새로 당선된 시장이 그릇된 정치를 펼쳐도 또 다시 용비어천가를 부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력이나 연줄, 관과의 유착관계 등을 통해 각종 기득권을 확보해 왔던 사람들, 다양한 경로로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제도권 안팎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사람들.

그러면서 지역이 역주행을 하고 있을 때에도 철저하게 침묵하거나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사람들, 그리고 이 건방진 글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불쾌함이 느껴지는 분이 계시면 이번 기회에 욕심을 버리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뜻이다.

지역의 어른이라고 하면 지역이 필요로 할 때 민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권력자에게도 쓴 소리조차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은 가짜 어른들은 내려오고 진짜 어른들이 앞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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