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묘도·삼일 포함…을, 둔덕 그대로 존치
“주민정서·생활권 고려되지 않은 결정” 반발
순천도 ‘선거구 졸속·전략공천’ 여야 반발 확산

▲ 여수시 갑 선거구. (사진=동부매일신문 DB)

여수·순천 등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구가 오락가락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랴부랴 내놓은 획정 초안은 반발을 샀다. 그런데 이번에 확정된 선거구도 ‘지 맘대로’ 나눈 누더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순천·광양 등 지역 내 여·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구수로만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니 지역을 이리 붙였다가 떼었다가, 다시 저리 붙이는 바람에 해당 지역구 주민들의 투표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애초 획정안 초안에서는 분구시키기로 했다가 재획정안에서 광양·곡성·구례와 합쳐서 나누는 방식으로 구역을 조정한 순천은 후보들은 물론 지역민의 반발도 사고 있다.

‘선거일 전 1년까지’인 획정 시한을 어기며 벼락치기 결정을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선거구 획정안 확정은 공직선거법 제24조 2항에 따라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20대 국회 때도 40여 일 앞두고 결정됐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유권자와 총선 예비후보자 등은 매번 혼란을 겪고 있다.

▲ 여수시 갑 선거구로 조정된 묘도 전경. (사진=여수시 제공)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5명 중 찬성 141명, 반대 21명, 기권 13명으로 가결했다.

여수시 갑·을 선거구는 일부 경계 조정이 이뤄졌다. 여수갑 선거구는 돌산읍, 남면, 삼산면, 동문동, 한려동, 중앙동, 충무동, 광림동, 서강동, 대교동, 국동, 월호동, 여서동, 문수동, 미평동, 만덕동, 삼일동, 묘도동으로 구성됐다. ‘여수을’ 선거구는 소라면, 율촌면, 화양면, 화정면, 둔덕동, 쌍봉동, 시전동, 여천동, 주삼동으로 조정됐다.

초안에서는 둔덕동만 ‘을’에서 ‘갑’ 선거구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뜬금없이 삼일·묘도동을 갑 선거구로 조정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수을 선거구 여수시의회 주종섭(시전·둔덕·주삼·삼일·묘도) 의원은 “3여 통합을 이룬 여수시 전체로 봐서는 한 공동체이지만, 산단 기업 직원이나 노동자 대부분이 ‘을’ 선거구에 살고 있다. 삼일·묘도동 선거구 획정은 주민정서 및 생활권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다”고 말했다.

장유익 묘도지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묘도동이 갑 선거구에서 투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주민 정서나 생활권이 다른데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느냐. 오히려 화정면이 갑 선거구로 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여수시 을 선거구. (사진=동부매일신문 DB)

‘졸속 선거구 획정이자 정치적 폭력’ 일제히 비판

선거구를 분구했다가 다시 합구로, 더불어민주당이 소병철 전 검사장을 전략공천하자 순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노관규·서갑원 등 여당 소속 예비후보자들은 통과된 선거구 획정안이 정치적 폭력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8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순천시민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등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지역인데도 중앙당이 애초 발표된 순천 분구를 백지화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최근 발표된 순천 선거구 전략공천 계획을 철회하고 경선을 해야 한다면서 여의치 않을 시 영입된 소병철 전 검사장을 포함해 100% 시민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순천시 민생당 장성배 예비후보자는 성명서를 통해 시민의 뜻을 무시한 위헌적인 획정안이라며 여·야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중당 전남도당도 20대 국회가 정치적 야합으로 적폐 국회임을 선언했다며 여당과 호남 기득권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무소속 정인화(광양·곡성·구례) 의원도 획정안 통과에 앞서 순천 해룡면의 인구 5만5000명을 광양·곡성·구례로 편입시킨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순천을 떠나 서울 영등포갑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이정현 국회의원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쁜 놈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순천시 선거구 획정을 주도한 여야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해룡 지역민은 한번 쓰고 버림받는 비닐우산 취급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런 발상을 한 사람들은 다른 지역민 다른 국민도 똑같이 하찮게 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구 획정에 칼질을 잘못한 집단이나 이를 방치한 집권 세력들에게 당한 쪽 사람들이 꼭 내뱉고 싶은 말은 이것일 것”이라며 “나쁜 놈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곧 보게 되리라”고 경고했다.

한편, 획정안은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기준일을 지난해 1월 31일로 했다. 인구 편차 하한은 13만9000명, 상한은 27만8000명으로 설정했다. 획정안에 따른 선거구 평균인구는 20만4847명으로, 가장 많은 곳은 경기 고양정(27만7912명)이고 가장 적은 곳은 여수갑(13만90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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