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여수시청 정문. (사진=마재일 기자)


공노조 “피해 직원 12명” vs 감사실 “기존 직원 경위서 제출 사실 없다” 엇갈려
권 시장 “기존 직원 피해 사례 추가로 들여다볼 것…갑질 피해 직원에게는 미안”


여수시청 신입 여성 공무원들이 상사인 팀장에게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 갑질 피해로 이를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내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신입 공무원 외에도 기존 직원 7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수시청공무원노조와 시 감사담당관실이 밝힌 피해 직원 수가 달라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립도서관 이순신도서관팀 신입 여성 공무원들이 시 감사실에 제출한 경위서에는 A 팀장과 B 주무관이 신입 공무원들에게 욕설, 폭력적·성희롱적 발언 등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수시청공무원노조가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갑질 고충 민원 주요 내용은 모임 참여 강요, 술자리 강제 참석 요구, 부당 차별 행위, 근무 시간 외 업무 지시, 부당업무배제, 지위 이용 욕설 폭언, 비인격적 언행, 인권 무시, 공사 구분 미비, 공개장소 비판, 술자리 강요, 휴일 업무 지시 등이다. 그런데 여수시가 언행이 부하 직원들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데도 가해자인 A 팀장에게 징계는커녕 ‘서면 경고’에 그치자 제대로 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여수시청 신입 공무원 5명이 상사에게 폭언과 성희롱 등의 갑질 피해를 보았다며 여수시 감사실에 제출한 경위서.

특히 여수시는 해명자료에서 피해자가 신입 5명이라고 했지만, 여수공노조는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던 직원들은 기존 직원 7명까지 모두 12명이라고 밝혀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받고 있다. 여수시공노조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 감사실에서 조사받았던 고충 민원 경위서 제출자는 신규 5명을 포함해 기존 직원 7명 등 총 12명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수시 감사담당관실은 지난 24일 기존 직원들은 경위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직원들이 경위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 처음부터 신규 직원 5명만 경위서를 제출했다.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수시청의 한 공무원은 지난 23일 여수MBC 관련 뉴스에서 인터뷰를 통해 “다른 선배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같이 일했던 직원 중에는 정말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모멸감이나 이런 거로 해서 힘들어했던 직원들이 꽤 많다”고 말해 공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권오봉 시장은 2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자청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입직원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피해 사례도 있다고 하니 추가로 피해 사항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갑질 논란을 일으킨 개인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어린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관리자로서 직원들 하나하나에 대해 잘 살펴봐야 하는 데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반성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 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MBC 보도 화면 캡처.


“가해 팀장 징계 막은 건 권 시장”…시 감사실 “비밀이고 보안이다”
권 시장 “노코멘트, 조직 관리하는 인사권 문제” 회피·궁색한 해명

권오봉 여수시장이 징계를 막았다는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수MBC는 이날 여수시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발설 경로를 찾으려 했고 징계를 막은 당사자가 바로 권오봉 시장이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여수시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징계’ 의견을 올렸지만, 권 시장이 “도서관 개관 당시 고생했던 직원”이라며 “징계를 주면 되겠냐”는 의견을 표했다고 전했다.

여수MBC는 또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권오봉 시장이 간부 회의에서 “이런 사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문제”라며 “보도된 언론과 접촉하는 사람은 문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인터뷰한 적도 없고, 어디서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권 시장의 개입을 부인했다. 감사담당관실에서 징계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비밀이고 보안이다.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오봉 시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팀장의 징계를 시장이 막았다는 보도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면서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권 시장은 ‘이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인데 징계를 주면 되겠느냐는 얘기를 한 적이 없으신 건가요? 확인한 부분과 달라서’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거는 내가 노코멘트 하겠다. 그거는 시장의 조직을 관리하는 인사권 문제이기 때문에…“라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관련 기사를 보도한 여수MBC 박광수 기자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입 공무원 5명을 제외하고 기존 직원 7명까지 무려 12명이 갑질을 당했다고 서면으로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다름 아닌 시 행정의 수장이 가해 공무원의 징계를 막았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는데 징계하면 되겠어요?’는 여러 간부공무원의 증언이었다”고 취재 후기를 밝혔다.

박 기자는 “이런 분위기라면 사실상 독립적 감사 권한이 없는 지자체 감사실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는 실제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간부 회의에서 나왔다는 ‘이런 사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문제’, ‘보도된 언론과 접촉하는 사람은 문책하겠다’는 말도, 그다음 날 곧바로 전 공무원들의 언론사 기부 내역 조사 협조 공문이 발송됐다는 점까지도, 공문도 확인했고 여러 공무원의 말도 일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의 이런 속사정과 진짜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 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MBC 보도 화면 캡처.


권 시장 “가해 팀장 두둔할 이유 없고 경고·보직 이동도 피해가 큰 조치”
“저희 때만 하더라도 상관한테 심한 소리 듣고 구타를 당해도 그러려니”

권 시장은 가해 팀장을 두둔했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두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직에서 정규 인사시기가 아닐 때 보직 변동을 하고 이것 자체가 엄청난 개인으로 봐서는 불이익이다. 낙인효과가 있는 것이다. 경고도 먹었다. 보직 이동도 했다는 것도 피해가 큰 조치인데 감사를 통해 다시 보겠다“고 했다. 권 시장은 “문제가 발생한 부서를 중심으로 직원들 사이의 갈등 해소 방안이나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또 “이번에 이거를 보면서 지금 우리 공직 내에서도 세대 간에 차이, 신입직원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하고 팀장급 기존 직원들하고의 인식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때만 하더라도 상관한테 심한 소리 듣고 때로는 구타를 당해도 그거는 그냥 그런 거려니 했는데 요즘은 그냥 군대도 그러고. 그런데 그거는 하지 말라고 강령은 돼 있지만 아직은 인식이 덜 됐구나. 우리 신입직원들은 부모한테도 그런 취급을 받지 않았고 컸기 때문에”라고 했다. 이 발언을 보도한 기사는 26일 아침까지 포털 메인에 노출되면서 1200개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설령 당신 때는 그랬을망정 당신도 그런 일을 당할 때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 잘못된 일은 바꾸려고 노력해야지 그걸 당신 때랑 비교하다니”, “(시장)님이 직장생활 처음 했을 그 당시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가치관도 바뀌고, 성향도 바뀌고. 그걸 못 느끼고 무시하면. 참.” 등 뒤떨어진 현실·시대 인식을 꼬집는 글이 많았다.
 

▲ 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MBC 보도 화면 캡처.

 

▲ 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MBC 보도 화면 캡처.


권 시장, 사표 낸 직원 경위서 아전인수식 해석
신입직원 직장 관뒀는데 안이한 인식 사태 키워

우울감에 매일 저녁 울며 지내다가 이런 조직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표를 낸 신입직원에 대해 “경위서를 자세히 봤는데, 공무원이 나하고 안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나은 조건이 있어 간다. 집 가까이 있는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 남은 사람들 잘 이런 취지이지, 편견으로 보면 안 된다. 객관성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시장이 이 직원이 제출한 경위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사한테 받은 스트레스로 신입직원이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사안이 심각한데도 권 시장의 안이한 인식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표를 낸 직원은 경위서에서 “제가 의원면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물론 팀장과의 일들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사람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조직에서 앞으로의 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이러한 공무원이 저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정하게 된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다른 곳으로 가겠지만 저의 동기들이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업무환경에서 최소한이라도 인사이동을 통해 팀장과 부딪힘 없이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불합리한 사무분장에 대해서 시정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적었다.

‘공무원이 맞지 않는다’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직장 상사의 갑질 때문에 사람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조직에서 앞으로의 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사표를 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 시장이 언급한 “더 나은 조건이 있어 간다. 집 가까이 있는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라는 말은 경위서에 나오지 않는다.
 

▲ 상사의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냈는데 시가 해당 팀장을 서면 경고 조치하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권오봉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MBC 보도 화면 캡처.


시청 공무원 “조선일보를 보든 한겨레를 보든 시가 관여할 바 아냐”
권 “CMS 강요받았다는 민원 있었고…조사 중지시켜, 언론탄압 오해”

공무원 갑질 문제가 언론탄압으로까지 번진 것에 대해서도 권 시장은 “직원들 몇몇이 옛날부터 강요를 받았다는 민원들이 있었다. 그 사이에 자료를 보는 과정에서 전 직원 대상으로 CMS 가입사항을 조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중지를 시켰다. 어제 시의원은 인권탄압이라고 하는데 시장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 공보담당관실은 지난 10일 간부 회의 이후 직원들의 언론사 CMS(자동이체) 현황을 전수조사하기 위해 전 부서에 협조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 안팎의 반발을 샀다. 시 공보담당관실이 관·과·소, 읍·면·동장, 의회사무국에 보낸 공문에는 부서명, 직위(직급), 성명, 언론사 명, 이체금액, 후원 기간 등을 13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황 조사는 도중에 중단됐다.

이와 관련 여수지역신문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어 “이번 일은 직원의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2천여 공직자들의 사상까지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이려는 재갈 물리기”라고 권오봉 시장과 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는 “건전한 비판과 문제 제기에 대한 개선책을 강구하기보다 제보자를 색출하고. 문제를 제기한 언론을 입막음하려는 발상에 개탄하며,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할 줄 아는 진정한 소통 행정을 펼치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권 시장은 언론과의 불통은 곧 시민과의 불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수시청의 한 공무원은 “내가 조선일보를 보든, 한겨레를 보든, 지역신문을 보든 여수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공보실의 언론사 CMS 조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권 시장은 “시 간부공무원이 내부에서 아직 정리가 안 된 것이나 사실과 다른 것을 제보하지 말라”는 의미였다면서 “상포지구와 관련 모 팀장이 민원인에게 카톡을 보내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번 건도 만약 범죄사실이 있으면 수사 당국에 그런 관계를 수사해 봐라, 이렇게 말한 것이다. 행정상 기밀을 누설한 문제가 있다면 내가 수사에 의뢰하겠다는 그런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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