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투자’ 일상해양산업, 골프장·연수원 등 1368억에 그쳐
2024년까지 4년 연장에 주민들 강력 반발…“구역 해제해 달라”
광양경제청 “구역 해제는 불가…구역 조정 등 현실적 해법 모색”

▲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조감도. (자료=광양경제청 홈페이지)
▲ 여수시 화양면 일대에 내걸린 기간 연장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주민들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인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이 17년이 되도록 지지부진하다며 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시행자인 일상해양산업(주)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양지구는 남해안 관광벨트 거점으로 외국인 투자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9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일상해양산업은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안포리 등 5개 리 일원에 총면적 9.99㎢ (302만 평)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단계로 2010년까지 해양마리나시설, 스포츠전지훈련장, 골프장, 호텔, 콘도, 펜션 등을 조성하고, 2단계로 2015년까지 세계민속촌, 산악 레저월드, 전망대·케이블카 등 산지를 활용한 레저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도로건설 등 기반시설 건설비 1500억 원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나머지 1조3500억 원은 사업시행자인 일상해양산업이 조달키로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그동안 계획이 19차례 변경되면서 애초보다 면적과 예산 등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현재 총면적 9.17㎢ (277만 평), 사업비는 1조4159억 원(국비 735억 원, 지방비 1051억 원, 민자 1조2373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국비 222억 원, 지방비 270억 원, 민자 1368억 원 등 1860억 원(계획대비 13%)에 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토지매입비 513억 원(1166필지, 6.52㎢/약 197만 평), 골프장 18홀 598억 원, 연수원(17동, 62실) 96억 원, 간선도로 492억 원(8.45㎞), 설계비 등 161억 원이다.

 

▲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계획 변경(안) 토지이용계획도. (자료=광양경제청 홈페이지)


하지만 개발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십수 년째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보니 개발하겠다고 땅을 매입한 기업에 십수억 원의 지방세 감면과 수백억 원대의 도로 개설 등 각종 특혜만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광양경제청이 올해 사업 기간 종료를 앞두고 2024년까지 연장을 추진하면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일상해양산업이 개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고, 구역에 묶여 십수 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화양면경제자유구역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화양면 골프장 인근과 면 소재지 일대에 일상해양산업 규탄 및 기간 연장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화양면 일대에 ‘(주)일상 복합관광단지개발 18년 동안 속았다’, ‘화양 경제자유구역 4차 기간 연장 절대 반대’ 등의 내용으로 현수막을 내걸었다.

광양경제청은 지난 4월 24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복합관광단지) 개발계획 변경안 주민의견청취 공고’를 냈다. 지난 2018년 10월 1240억 원을 투자해 334실 규모의 콘도와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컨벤션홀 건립 등을 조성하는 신규 개발계획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경안에 따르면 사업 면적 9.17㎢를 8.97㎢로 축소하고, 기간은 2020년에서 2024년까지 4년 연장한다. 주요 내용은 ▲화양지구 주변 해양 환경 여건상 마리나 시설 조성이 어려움에 따라 해면부를 제척하고 해면부의 기존 토지는 육지부로 변경 ▲골프장 확장·콘도미니엄 조성 등 시행자 자체 개발사업과 투자유치사업 추진을 위한 기간 연장에 따른 사업비 변경 ▲변화된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고 관광단지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이 담겼다. 애초 18홀로 운영 중인 골프장은 27홀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마리나시설·요트수리소·마린스포츠센터·케이블카·아쿠아파크·해양전망대 등의 사업은 없던 일이 됐고, 수목원·바이오과학관·바이오연수원·박물관·복합힐링센터 등의 새로운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광양경제청은 지난달 21일 여천농협 화양지점에서 김갑섭 청장과 일상해양산업 관계자, 주민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발계획 변경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들과 광양경제청에 따르면 이날 일상해양산업 측은 더딘 사업추진에 대해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향후 개발 추진 약속을, 김갑섭 광양경제청장은 구역 해제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도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여수시 화양면 일대에 내걸린 일상해양산업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구역에 묶여 아무것도 못 해…주민 불만 들끓어”

화양지구 주민들은 “일상해양산업이 복합관광단지를 개발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기간을 4년 연장하는 것은 골프장과 숙박시설 등 당장 수익성이 높은 시설을 만들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로 개설과 상하수도 시설, 조세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아놓고 지난 17년 동안 실제 투자는 골프장과 연수원 등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어 “1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던 일상해양산업이 17년간 투자한 금액은 겨우 1368억 원에 그쳤고, 투자비 대부분이 토지매입비이고 실제 관광시설 투자는 18홀 골프장과 연수원이 전부”라며 “나머지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신규 사업 역시 눈속임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주민들은 또 “골프장 확대와 리조트 투자를 핑계로 개발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은 화양면 주민과 여수시민을 속이는 것이며, 1300만 명 관광객 여수 방문과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 개설에 따른 지가 상승을 노린 부동산 투기임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상해양산업이 더는 투자 의지가 없다며 구역 해제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주민 김모 씨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다고 귀농하고 싶어도,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개통으로 마을에서 관광 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십수 년 동안 구역에 묶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만이 들끓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한표 화양면경제자유구역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일상해양산업이 계획만 자꾸 변경하고 실질적인 사업은 하지 않고 있어 주민 불편과 불만만 커지고 있다”라면서 “사업을 안 할 것 같으면 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안내 표지판. (사진=마재일 기자)


광양경제청 지역개발팀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다 보니 주민들의 상황도 이해는 되지만, 사업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주민 요구대로 구역 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역 조정 등 현실적인 해법은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설명회에 참석했다. 주민들은 여수시가 방관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 화양지구의 모든 권한은 광양경제청에 있어 시가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해양산업의 사업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시도 안타깝다”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구 내 토지 소유자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도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구역을 해제할 경우 부동산 투기, 난개발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전남도의회 최병용 의원(여수5, 더불어민주당)은 “시행자가 약속대로 사업추진을 안 하다 보니 주민들이 십수 년간 큰 불편을 겪고 있다”라면서 “주민 불편 최소화와 기업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사업자와 광양경제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화양지구가 엄연히 여수시 관내에 있는데도 광양경제청이 이날 주민설명회를 여수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과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일상해양산업 부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갑섭 광양경제청장도 이날 설명회에서 일상 측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 화양지구 간선도로 개설공사 표지석. (사진=마재일 기자)


2014년 여수시의회서도 지지부진한 사업 비판

지난 2015년 사업 완료를 앞두고 2014년 11월 여수시의회에서도 10년째 지지부진한 사업에 대해 시행자인 일상해양산업을 배제하고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당시 김양효 의원은 “2013년까지 취·등록세와 재산세 등 18억3200만 원의 지방세 감면 혜택 등 각종 혜택을 받아 토지를 매입해 놓고 실제 투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부동산 투기 기업에 특혜와 혜택만 준 셈”이라면서 “시의회와 여수시가 제대로 평가해 화양지구가 특정 기업의 부동산 투자처가 되는 것을 막자”라고 했다.

주민들도 재산권 행사 제한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지구 내 주민들은 현재까지 토지형질 변경, 건축, 공작물 설치를 하려면 광양에 있는 광양경제청까지 가서 민원 업무를 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김 의원은 광양경제청을 향해서도 일상해양산업을 배제하고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해 제대로 된 화양지구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양경제청은 일상해양산업이 사업추진을 제대로 하지 않자 직접 개발한 땅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에 대해 2015년 10월 5일부터 2016년 1월 4일까지 국내외 투자유치를 추진했지만, 투자실적은 없었다.

답보상태에 놓인 화양지구 개발 활성화를 위해 2016년 7월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시 광양경제청장이었던 권오봉 현 여수시장은 2016년 한해 주요사업 10대 성과를 발표하면서 부동산투자이민제 선정을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다. 권 청장은 2017년 4월 닷새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여건을 설명하고, 화양지구 부동산 투자이민제 홍보활동을 펼쳤다. 광양경제청은 일부 중국 부동산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현장시찰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자료도 배포했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 투자실적은 없다. 권 청장은 2015년 7월 취임해 2017년 10월 퇴임,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수시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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