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마을 앞 여수국가산단에서 날아오는 매연과 분진,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거나 목이 아프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건물 옥상과 지붕 등에는 검은 가루가 쌓여 있다.

 

▲ 도성마을 앞 여수국가산단. (사진=마재일 기자)


동양 최대의 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과 마주한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여수시와 지역 정치권은 뭘 했냐는 질책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성마을 앞에 있는 여수국가산단에서 발생하는 소음, 악취, 매연, 불빛 등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주민 건강을 위협받고 있지만, 누구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성마을은 1920년대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정착촌이다. 주민들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사회와 격리돼 온갖 차별과 편견 속에서 냉대를 받으며 살면서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단지 한센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고통의 질곡은 2세, 3세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국가에 의해 강제 격리된 한센인들은 영농조합을 꾸려 돼지, 닭 등을 키우며 생계를 자체 해결해왔다. 축산 농가는 한때 120여 곳에 이르렀지만, 고령화, 축산물 수입 개방과 사룟값 인상에 따른 부도, 태풍 피해 등으로 자포자기하면서 현재 원주민이 운영하는 축사는 없다. 지금의 축사는 마을로 살러 들어온 주민이 소규모로 운영하거나 외지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축사만 몇몇 남았다. 상당수 축사는 빈 채 폐허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가축분뇨 공동처리장과 대형 축사에서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폐수를 관로를 통해 무단으로 배출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바다와 맞닿은 제방 수문 배수펌프장에는 검은 축산 폐수가 생활 오·폐수와 섞여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앞바다에는 뿌연 거품이 떠 있고 물길이 생긴 갯벌 위로 검은색 물이 수년째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있고, 마을은 온통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로 둘러싸여 무너진 폐축사 등이 방치되다시피 해 전쟁의 폐허를 연상케 하고 있다.


 

▲ 도성마을 앞 여수국가산단. (사진=마재일 기자)
▲ 도성마을 건물 옥상에 고여 있는 검은 가루. (사진=마재일 기자)


특히, 여수국가산단과 직선거리로 1.9km 거리에 불과한 마을주민들은 산단에서 날아오는 매연과 분진,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거나 목이 아프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등 고통도 겪고 있다. 건물 옥상과 지붕 등에는 검은 가루가 쌓여 있다.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은 “산단에서 뿜어내는 각종 대기오염물질과 기름 냄새, 가스 냄새, 타이어 타는 냄새와 밤낮없이 울리는 소음으로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에서 폭발음이 날 때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뿜어내는 검은 연기와 산단에서 날아오는 매캐한 냄새에 이제는 이골이 났다. 마치 화약으로 뿌연 연기가 안개처럼 뒤덮이고 총성과 대포 소리가 울리는 밤낮없는 전쟁터 같다”라고 했다. 야경이 아름다움으로 포장돼 누군가에게는 관광코스로 즐거움을 주지만, 정작 인근 마을주민들에게는 고통이 되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그동안 누구 하나 마을주민들이 어떠한 피해를 보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자원이며 롯데케미칼, LG화학,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 여천NCC, 한국바스프, 남해화학, 대림산업, 한화솔루션 등 3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입주해 있는 여수국가산단 야경은 밤에 공장을 가동하는 불빛이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 4월 여수산단 일부 기업과 측정대행업체가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해 불법 배출한 사실이 드러나자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해당 업체와 시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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