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까지 여수미술관서

▲ Human 130.3x162cm pencil on cotton paper


“그의 화법은 독특하다. 색을 쓴 것도 같고 안 쓴 것도 같은 흑백의 모노크랩으로 덧칠하듯 수없이 색을 쌓아 올라간다. 모든 장식적인 색채의 유혹을 거부한 채 아주 간단해 보이나 실은 더 많이 복잡하게 인물들의 때 묻지 않은 천진스러운 처음의 모습과 흘러간 시간의 더께에 쌓인 주름진 흔적까지 세세하게 되살려 낸다.” -박옥경-

“김영신의 초상들을 마주하면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숙하게 작품 속 인물이 다가온다. 빛바랜 사진첩이 주는 평온함과 흑백영화가 주는 아련한 향수처럼 그의 작품들은 추억 속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는 이를 오래전 기억의 빗장을 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유혜진-

여수 출신의 연필 화가 김영신(50) 작가의 개인전 ‘휴면-내면의 소리’ 초대전이 여수미술관에서 내달 7일까지 열린다.

전시 작품은 총 17점으로 주로 ‘노인’의 얼굴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얼굴의 표정에서는 심상과 내면의 상태가 드러난다. 그 시대 얼굴상을 보며 소통하면 깊은 내면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 ‘노인상’을 통해 마음의 깊은 울림과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故 최민식(1928~2013) 사진가의 휴먼 작품집 등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최 사진가 생전에 저작권을 받아 얼굴상을 그리며 그 시대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작품에 몰두했다. 한국 1세대 다큐멘터리 인물 사진의 대가로 알려진 최민식 작가는 ‘인간’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서민의 고단한 삶과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Human 77x112cm pencil on cotton paper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연필화에 대해 김 작가는 “연필은 누구나 싶게 접하며 관심만 있으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의 재료이다. 특히 연필은 무한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 연필은 누구나 과거의 추억과 그리움의 매개체로서 서로 소통의 도구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필화를 데생·정밀묘사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필화도 독립된 미술 장르이다. 세계미술 시장에서는 이미 연필화는 회화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국내 최고의 연필 화가인 故 원석연(1922~2003년) 작가를 꼽았다.

원 작가는 평생 연필화만 고집했는데, 연필 질감을 살린 완벽성 높은 회화로 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 작가는 생전에 “연필 선에는 음과 양이 있고, 일곱 가지 색깔이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연필 하나로 하나의 완성된 회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라며 연필의 무궁무진한 표현 가능성을 찬미했다.

고등학교까지 여수에서 다닌 김 작가는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듯 한 시대를 살아온 마음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삶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오신 그 시대 부모상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Human 77x112cm pencil on cotton paper


금보성 금보성아트센터 관장은 “김영신은 인간의 내면에 관심이 있다. 내면의 소리는 지문이다. 사람의 지문은 얼굴에 있다기보다 마음이 진원지다. 얼굴 속의 표정과 주름 그리고 땀구멍 피부의 질감 등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왔던 인간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자 촉수를 세워 인간다움을 기록하지만, 사실은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기에 울림이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김 작가의 작품은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빈 캔버스를 채우는 우직함과 고집스러움 그리고 천진스러움이 내재해 있고 연필이라는 재료의 빈약함을 극복하고 예술적 깊이로 승화할 수 있을 만큼 심지가 깊다”라고 했다.

김영신 작가는 2015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특선 외 여러 수상과 함께 ‘휴먼-내면의 소리展’(2006)을 시작으로 개인전 15회, 그룹전 130여회를 했다.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이며 분당화실 대표를 맡고 있다.

여수미술관 (061-685-9559 여수시 도원로 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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