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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놓고 지역 경영계-노동계 입장차 극명‘철회’ 경제계 “기업활동 옥죄는 입법…제정 여부 중장기 논의해야”
‘제정’ 노동계 “반복되는 산재, 중대재해법으로 막아야” 입법 촉구
여수시의회, 6월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건의안 채택…제정 촉구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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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3  16: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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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고 현장.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낡은 산소발전설비 철거를 위한 산소 배관 차단작업 중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사진=소방청)


2018년 12월 10일 김용균 씨 사건 이후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노동현장의 모습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위험은 하청 업체로, 비정규직에게로 외주화되고 있고,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000명이 넘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는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두고 지역 경제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여수지역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기업의 의무도 추상적이어서 형법상 책임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입법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노동단체는 안전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드시 국회에서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수상공회의소와 여수경영인협회, 여수국가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여수산단건설업협의회 등 지역 경제계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인과관계 증명 없이 모든 중대재해 사고 결과에 대한 공동연대 중벌을 부과하는 것은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중벌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유해‧위험방지라는 의무 범위도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라며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산업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에 납득할 만한 공감대 형성 과정 없이 입법 실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경영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만약 처벌을 강화하면 사업주는 구속되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라며 “중대재해법은 향후 노사가 협력해서 풀어가야 할 상생의 노사문화를 오히려 저해하고, 불신과 갈등 관계를 자극할 수 있다”라고 했다. 기업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여 산재가 발생하는 요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지 특정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중소기업에 책임자 구속 등 처벌은 결국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중대사고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충분한 소명 없이 그 지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형법에 따라 처벌되는 중대재해법은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개악으로 인식될 수 있다”라며 “기업활동을 옥죄는 중대재해법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사무실 앞에서 가진 중대재해법 즉각 입법 촉구 전국동시다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남지역본부 제공)


그러나 끊이지 않는 노동자 사망사고에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입법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낡은 산소발전설비 철거를 위한 산소 배관 차단작업 중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광양제철소에서는 지난해 12월 24일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 10일 협력사 직원 1명이 사고로 숨졌다. 포스코건설에서는 지난 3년간 19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여수국가산단에서도 지난 5년간 안전사고가 21건 발생해 전국 국가산단 중 2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여수산단에서는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이 숨졌다. 산단뿐만 아니라 공기업이나 일반 공사현장에서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 안전 불감증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들이라는 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사무실 앞에서 가진 중대재해법 즉각 입법 촉구 전국동시다발 긴급 기자회견에서 “포스코만의 문제겠는가. 한국타이어에서도, 조선소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똑같이 반복한다. 크건 작건, 이름이 알려졌건, 아니건 상관없이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은 끝없이 되풀이된다. 어차피 기업에 노동자는 이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고, 안전은 불필요한 지출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만이 아니다. 똑같은 일이 공기업에서도 일어난다. 발전소에서, 철로 위에서 노동자가 죽는다. 포스코가 살인기업이라면 공기업의 중대재해는 국가가 범인이다”라고 했다.

전남본부는 이어 “중대재해는 기업이 저지른 살인이다. 그리고 기업이 산재 살인의 실행범이라면 정부와 국회도 공범이다. 노동부와 근로감독관이 법이 부여한 권한을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발휘했다면 같은 공장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만 바뀌는 사고의 반복이 일어나겠는가”라며 “노동부가 그나마 있는 법대로라도 했다면, 회사가 정신만 차렸다면 난간이 없어 떨어진 자리에 난간을 안 만들어 또 떨어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겠는가”라고 했다.

전남본부는 “재계는 중대재해법은 기업 죽이기 법이라며 결사 저지에 나섰다”라며 “하루 7명씩 죽어 나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 곳간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남본부는 경영책임자 처벌, 하한형 형사처벌 도입, 원청·공기 단축 요구하는 발주처 처벌, 산재 사망·시민재해 포함,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불법적 인허가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반복적인 사고·사고 은폐 기업 인과관계 추정 도입, 직업병·조직적 일터 괴롭힘에 의한 죽음 등이 모두 포함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본부는 “정치권의 책임 있는 논의와 빠른 법 제정을 요구한다”라며 “모든 노동자와 국민 염원을 담은 10만 명 발의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온전하게 입법하라”라고 강조했다.
 

   
▲ 지난 4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정의당의 김종철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경제단체들이 중대재해법은 감당하기 힘든 과잉 입법이다’, ‘입법 중단해야 된다’라는 입장에 대해 “저희가 무슨 밑도 끝도 없이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면 사업주를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사업주가 이러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제대로 조치를 안 하거나 반기하거나 또 일부러 회피했을 때 그때 노동자가 사망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더 나아가서는 사실은 경영자들도 잘 보셔야 될게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산재 비율이 줄지 않고 있고 해마다 2400명 정도가 산재로 돌아가신다. 이 현실이 줄고 있지 않은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기업의 총 책임자가 책임을 느끼지 못하면 줄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밑에 사람 시켜서 공기 단축해라, 하청회사 시켜서 원가 절감해라, 이 과정에서 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경영계도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여수시의회도 지난 6월 제201회 정례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기업의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건의안에서 이천과 광주, 여수 등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는 대부분 관리 부실에 의한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없으면 산업현장의 참사는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의회는 이어 중대재해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물을 수 있도록 국회가 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정부도 안전참사를 막겠다는 대통령 공약과 범부처 합동대책을 즉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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