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연구와 관리·보전·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섬진흥원이 6월 출범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진흥원 설립과 섬 정책을 선도적으로 해온 전남 유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 신안 만재도. (사진=신안군청 홈페이지)


‘섬 발전 촉진법’ 개정안 시행
행안부, 설립 준비기획단 구성
전국 3300여 개 섬 연구·관리

한국섬진흥원이 오는 6월 23일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섬진흥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전남에 설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의 섬 2165개(65%)가 분포해 있는 전남도는 2015년부터 섬진흥원 설립을 건의하고 지역 정치권이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용역에서 일차적으로 세종시에 설립하는 의견을 냈고, 경남·인천 등도 유치 움직임을 보여 자칫 헛물만 켠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전남도와 각 지자체, 정치권의 치밀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7일 한국섬진흥원 출범을 골자로 한 ‘섬 발전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거주하는 섬인 유인도 466개를 포함해 3300여 개의 섬이 있는 다도해 국가다. 영토수호·자원·생태·환경·역사·문화·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섬의 가치가 날로 커지면서 체계적으로 관리·보전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5~8월 실시한 타당성 설문조사에선 전문가의 93.1%, 섬 주민의 97.9%가 섬진흥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섬진흥원은 섬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연구와 관리·보전·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행안부는 ‘섬진흥원 설립 준비기획단’(준비기획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설립 준비에 착수한다. 단장은 지역발전정책관이 겸임하며, 행안부 장관이 7명 이내로 구성하는 ‘설립위원회’를 보좌해 기구·정원 및 예산의 협의·확정 등 실무 사항을 지원할 계획이다.

섬진흥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에 따르면 진흥원의 적정 조직, 인력은 50명이다. 섬진흥원 설립으로 향후 5년간 생산유발 효과 407억 원, 부가가치효과 274억 원, 취업유발 효과 279명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 목포 유달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전경. (사진=목포시청 홈페이지)


전남도, 6년 전부터 설립방안 제시 등 섬 정책 선도적으로 추진

관심은 섬진흥원 전남 유치 여부다. 행안부의 용역 결과, 섬진흥원 설립지역으로 ‘세종시’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전남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설립 초기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 업무를 수행하려면 세종시에 당분간 둔 뒤에 유치 지역을 정해 발족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섬진흥원 설립을 처음으로 제안했고 섬 관련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쳐온 전남에서는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더욱이 경남도, 인천시 등이 섬진흥원 유치에 관심을 보여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남은 지난해 섬발전계에 이어 올해는 섬어촌발전과를 신설하는 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인천 역시 조직을 개편하고 섬 활성화 연구용역을 하는 등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2015년부터 ‘섬진흥원’ 설립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 전문가들과 지속해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섬발전연구원 설립·유치 연구용역(2018~2019년)’을 추진해 섬진흥원 설립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등 다양한 섬 발전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섬 정책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서삼석(무안·영암·신안)·김원이(목포), 윤재갑(해남·완도·진도) 국회의원은 법안을 공동 발의해 진흥원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20대 국회의원 시절 적극적으로 도왔다.

지역 대학과 민간단체의 역할도 컸다. 전남도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사)한국섬재단, (사)한국섬학회 등 관련 전문연구기관 및 사단법인 섬 연구소 등 민간단체 등과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섬과 바다를 조사, 연구하는 전문기관이다. 연구원은 지자체에 각종 섬 관련 정책을 제언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섬재단은 2019년 2월 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연구자, 행정가, 섬 주민, 정치인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공익단체이다. 서울 송파구와 목포시에 사무소를 두고 섬 관련 조사연구, 정책개발, 주민연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단법인 섬 연구소(소장 강제윤)도 한몫했다. 2018년 행정안전부와 함께 국회에서 개최한 ‘지속가능 섬포럼’을 통해 섬 정책 컨트롤타워 설립을 제안했다. 강 소장은 전남도의 역점 시책인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자문 활동을 하면서 ‘섬 발전지원센터’ 건립을 제안했고 2018년 11월 센터가 만들어졌다.
 

▲ 여수 금오도 비렁길.(사진=여수시)


이런 노력 끝에 정부는 전남도의 건의로 2018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하고 2019년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목포시에서 개최했다. 목포시와 신안군은 섬진흥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섬의 날’ 행사에 이어 지난해 11월 16일 서남해안 섬포럼을 연 목포시는 올해는 국제 섬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2028년 세계 섬 엑스포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서 유일하게 섬으로만 구성된 자치단체인 신안군 역시 야간 여객선 최초 운영, 완전 여객선 공영제 사전 단계인 ‘1000원 여객선’ 사업, 1도 1미술관 등 선도적인 섬 정책을 펼치며 섬진흥원 적지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유치에 적극적이다. 신안군은 또 섬 생활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섬 생활사 자료 조사 및 수집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섬진흥원 유치를 위해 전남도가 어느 지역보다 선도적으로 준비해왔다”라면서 “국회의원, 도의회, 지자체 등과 함께 유치 당위성을 지속해서 건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여수 백도. (사진=동부매일신문)


일각에서는 목포시와 신안군이 수년 전부터 과열 경쟁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섬진흥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365개의 섬을 보유한 여수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섬 어젠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민선 7기 여수시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개정안은 종전 ‘도서개발촉진법’인 법 제명도 바꿨다. ‘도서’(島嶼)를 순우리말인 ‘섬’으로 변경한 것이다. ‘섬발전심의위원회’에 민간위원 위촉 근거를 신설해 각계각층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한 특색 있는 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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