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을 고집하던 권오봉 시장이 갑자기 전 시민 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광양·순천시가 전 시민을 지원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선택적결단이라는시각이나온다.

▲ 권오봉 여수시장은 18일 오후 2시 시청 영상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액수는 시민 1인당 25만 원으로 약 720억 원 규모이며, 18일 0시 기준 여수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시민과 외국인등록을 한 다문화 가족이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여수시 제공)


여수시, 시민 1인당 25만 원 지급 발표
“일단 환영” 마뜩잖은 시의회·시민단체

광양시와 순천시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자체 예산을 들여 지역민들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는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도 전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18일 오후 2시 시청 영상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액수는 시민 1인당 25만 원으로 약 720억 원 규모이며, 18일 0시 기준 여수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시민과 외국인등록을 한 다문화 가족이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불카드로 지급하고, 올해 8월 말까지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카드사용의 불편함을 고려해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현금으로 지급한다.

그동안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해온 여수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는 마뜩잖은 표정이다. 여수시의회는 18일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이달 말 원포인트 의회를 열어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도 이제라도 지급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그동안 시민 고통을 외면한 권오봉 시장이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여수시는 그동안 선별 지원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여수시는 정부·전남형 1·2차 14개 사업에 175억8000만 원, 피해 업종·소상공인·학생·아동·취약계층·일자리 등 27개 사업에 190억 원 등 총 41개 사업에 직·간접으로 365억 80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번 전 시민 재난지원금 720억 원을 합하면 총 1085억 원이 넘는다.

그동안 돈이 없다며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부해 왔던 여수시가 시의회와 사전협의도 없이 돌연 전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의결해 달라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여수시청


시의회는 사전에 의회와 협의를 생략한 것에 대해서 “여전히 불통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재원이 없다며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거부해 왔던 여수시가 72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면서 시의회와 협의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여수시가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이미 언론에 보도돼 1인당 25만 원 지급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시의회는 허수아비가 된 모양새가 됐다.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해왔던 의회가 시 정부의 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창곤 의장은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은 그간 권오봉 시장이 밝힌 입장과 크게 배치돼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 지난해에는 재정상의 이유로 지급이 어렵다고 해왔고, 최근까지도 정부나 도의 지원이 없을 때 시 자체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의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순천시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해 부랴부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라며 “시기를 많이 놓치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지급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이제라도 지급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시민 고통을 외면한 권오봉 시장이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여수시민협은 이날 “권오봉 시장이 핑계를 대며 지급을 거부하는 10개월 동안 여수시민의 생계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빚더미 또한 불어났다”라며 “돈 쌓아놓고 시민 고통 외면한 권 시장은 여수시민에게 그간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거부와 거짓 해명에 대한 공식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 겹겹이 쌓인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달래줄 첫 번째 단추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광양시에 이어 최근 순천시가 시민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여수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등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순천시의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동부권에서는 광양시에 이어 두 번째이고 전남에서는 광양시 304억, 화순군 125억, 무안군 83억, 해남군 70억, 영암군 55억 등 6번째이다. 목포시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1인당 10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면서 그동안 선별 지원 뜻을 고수하면서 시민단체와 여수시의회 등과 갈등을 빚어온 여수시가 전 시민 재난지원금 재논의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렸다.
 

▲ 여수시가 전 시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여수시의회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와 사전에 협의를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통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순천시, 전 시민에 재난지원금 10만 원 현금 지급
‘지난해 각종 행사·축제 예산 등 절감’ 285억 마련


순천시는 지난 14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체 재원으로 전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지역 화폐가 아닌 현금이다. 전남 22개 시·군에서 올해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순천시가 처음이다.

대상은 1월 13일 기준 순천시에 주소를 둔 모든 시민으로 외국인등록이 돼 있는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지원금은 현금으로 주며 총 소요액은 285억 원으로 지난해 각종 행사와 축제 예산 등을 절감해 충당했다. 이달 중 순천시의회 의결을 거쳐 1월 말부터 시작해 2월 초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순천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순천시가 요청한 시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관련 규정 미비 등으로 예산 전액을 삭감한 바 있다. 시는 그러나 지난해 8월과 11월 1·2차 유행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고통이 심화하고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되자 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세분화 후 전국 처음으로 2단계 시행을 비롯해 ‘낮술 금지’ 행정명령 등으로 시민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 여수시청 앞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시민단체 “전 시민 지급” 릴레이 집회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는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수개월째 여수시와 신경전을 벌여 왔다. 그러나 시는 가용재원이 없다며 선별 지원을 고수해왔다.

여수시민협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난 상황으로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여수시민의 생계와 지역경제 부양을 위해 전 시민 재난지원금이 시급하다”라며 추석 전 지급을 권오봉 시장에 촉구했다. 특히 엄중한 재난 상황에서 392억 원이 소요되는 청사 별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막대한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시청 등에서 벌인 릴레이 시위는 올해도 이어졌다. 시는 당시 “태풍·호우 등 올해 재난 관련 가용예산이 80억 원뿐이어서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며 “1인당 10만 원만 줘도 280억 원이 필요하다”라며 거부했다.

지난해 6월 시 자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주는 내용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여수시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조례안은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재난이 발생한 경우 여수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시민의 복지를 향상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현금, 지역 화폐·상품권·선불카드나 물품으로 지원할 수 있고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여수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심의하고 시장이 결정한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논평에서 “경제 전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재난지원금 지원 조례가 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촉구했다.

여수시민협은 지난해 11월 20일 논평에서도 3차 추경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총 조성액이 870억 원에 달하고 있다며, 여수시가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외면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안정화기금’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간의 원활한 전입·전출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아니라며,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수시민협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시민 38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 ‘여수 10대 뉴스’ 1위는 ‘여수형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요구’(184표, 47.8%)가 선정되기도 했다.
 

▲ 여수시가 전 시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여수시의회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와 사전에 협의를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통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창곤·서완석 의장 “여수시 지급 여력 충분”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장은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여수시민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고, 여수가 전남 제1의 도시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라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순천, 광양과 비교했을 때 여수시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 의장은 이어 “지금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시장께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조그마한 금액이지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한마디 해주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적어도 마스크를 사는 비용만이라도 도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수시가 빚도 없고 다른 지자체에 비해 지급 역량은 충분하다. 지금은 제2,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해야 할 시기이지 1차 가지고 논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반기 의장 서완석 의원도 지난해 6월 2일 제201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세출예산 조정 등 가용재원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시민 1인당 20만 원까지도 지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 의장은 여수시의 특정 업종 지원과 관련해서 “코로나 장기화로 모든 영역,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특정 업종만 지원함으로써 업종 간에 불평등으로 원성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시민에게 균등하게 지원하는 것이 더 공평하고,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어 긴급을 요하는 시민 생활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수시청 앞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돈 없다던 권 시장 갑자기 전 시민 지급 선회

여수시는 가용재원이 없고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 불가를 고수했다. 시는 지난해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에 내년도 “보통교부세 112억 원 감액, 올해 대비 1280억 원의 세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여수산단 매출액 부진에 지방소득세 감소 등 내년도 예산 상황이 매우 어렵다”라며 난색을 보였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지난해 12월 2일 시정 현안 브리핑에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 시장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리시는 관광객이 전년의 50% 수준을 유지하고, 국가산단 대규모 투자로 다소나마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라면서 “현재로서는 전 시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다만 “산단 투자가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고 정부나 광역의 추가 지원이 없는 경우, 시 자체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나 오해로 인해 시민의 역량이 결집하지 못하고, 우리 시가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허위 정보에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선별 지원을 고집하던 권 시장이 갑자기 전 시민 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 광양시와 순천시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선택적 결단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순천시가 전 시민에게 2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광양과 순천은 주는데 우리 여수시는 왜 안 주느냐”, “순천시는 각종 행사와 축제예산을 절감해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축제 등을 취소한 여수시가 예산이 없다고 못 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등 성토 여론이 급속하게 일었다.

지난 14일과 15일 지역 전통시장을 돌며 상인들을 만난 권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시장은 “지난해부터 시에서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많은 업종에 차등 지원하며 단계별 지원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3차 대유행이 지속하고 있어 경제회복에 속도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면서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 방안과 위로방안을 마지막 검토 중이다”라고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암시하기도 했다. 시는 16일 간부 회의를 열어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말 사이 여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시는 “시의회와 협의와 의결이 남아있어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는 규모나 지급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권 시장은 18일 시의 지급 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