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삶의 기로에서 뭔가의 결정을 내려할 때,찾게 되는 자기만의 멘토(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생은 유한해서 한 개인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해볼 수는 없다.

체득하는 방법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책’이 정신적 멘토가 되어 준다.



책을 사서 읽는 행위는 책 한 권에 담긴 저자의 삶의 경험을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좀 더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책 욕심이 많아 밥값, 술값, 다른 비용을 아껴서 책을 사서 읽는다.

책이 좋고, 재미있고, 책장에 꽂힌 책만 봐도 배가 부른 경우다. 물론 읽지 않는다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만 모두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자칫 책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순수하게 읽고, 사색하고, 만족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려면 오로지 거기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쉽지가 않은 일이다. 습관이 필요하다. 틈틈이 읽는 수밖에 없다. 계획성 있는 책읽기가 더 좋겠지만 현실적 게으름과 핑계를 대자면 그렇다.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 읽는 책이 많지만 그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읽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표지 안에 구입해서 처음 읽은 날과 두 번째 읽은 날짜가 표기되어 있는 거 보면 평생을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이다. 자신이 치료했던 사람들의 경험과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 그것을 생각하도록 돕고 있는 책이다.



첫 문장은 "삶은 고해(苦海)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진리다"로 시작한다. 지레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책으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철학자 칼 포퍼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우린 살아가면서 매순간마다 문제에 부딪친다.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려고도 하지만 피하려고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은 인간 본능이기도 하다. 스캇 펙 박사는 변화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바로 "영적 성장의 길"이라고 말한다. 인간 본능의 약점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의지의 훈련이 곧‘사랑’이라는 것이다.

그 훈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 즉 사랑은‘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 라고 정의 내린다.

위의 말을 천천히 되뇌어본다.



책의 구성은 4부로 나누어진다.



제1부‘훈련’에는 인생이라는 고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끝없이 실천해야 할 훈련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구절‘진실에 충실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계속적이고 끊임없이 엄중한 자기 성찰을 하는 삶을 의미한다’



제2부 '사랑'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첫눈에 반하여' 어느 한 순간에 '빠져드는' 낭만적인 사랑 '이 아닌 참사랑의 본질을 알려준다. 참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한다.



제3부 '성장과 종교'에서는 사랑은 인간에게 신이 내린 선물로서,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지혜의 총체라는 것이다. 박사는 종교란, 이데올로기나 교리가 아니라 '인생,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한 이해, 즉 세계관을 담고 있는 지도'라고 정의한다.

박사는 정신적 성장이라는 것은 “작은 우주에서 출발하여 보다 더 큰 우주로 들어가는 여행”이라고 한다.

한 구절 '기적은 단순히 생에 주어진 것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뿐이다. 즉 무엇이든지 그렇게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고 주의 깊게 보는 것이다’.



제4부'은총'에서는 신의 은총인 기적에 대한 많은 질문과 그 답이 들어 있다.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임상 사례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소제목만 보고 기독교 관련 서적이구나 하구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책이 좀 두껍다고 겁먹을 필요도 없다.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한 인생을 살면서 서로 영혼이 통하는 정신적 멘토(사람이건 책이건, 음악이건, 자연이건)를 만나 교류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며 흐뭇한 일일까?

일독을 권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 M.스캇 펙/열음사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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