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중부교회내 '연등지역아동센타' 를 가다





요즘 나는 어른이란 말이 두렵다. 그냥 시간이나 죽이고, 밥그릇이나 축낸 어른으로 남을까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하다는 말보다, 불행하다는 말을 더 자주 하는 까닭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연등동을 찾았다. 이곳은 취약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취약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항상 취약아동이 많다. 이러한 아이들 60여명을 따뜻한 품에 끌어안고 있는 지역아동센타가 있다. 여수중부교회 내 연등지역아동센타다.



오후 1시가 되면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교회로 딸랑딸랑 뛰어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동화책을 읽고, 숙제를 하고, 부족한 공부를 한다.



박경희 센터장을 비롯한 4명의 교사들은 이때부터 밤 10시까지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된다. 주일이 아닌 평일에는 중부교회안의 1층 집단학습장과 지하 공부방 전체가 이 아이들의 공부방이고, 놀이터다. 다양한 꽃들이 핀 교회 마당은 아이들의 자연관찰 학습장이다. 한쪽에선 예일곱명의 아이들이 놀이에 열중하고, 다른 한쪽에선 교사와 아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언뜻 보기에 별 시답잖은 얘기들이지만, 그 대화 속에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보통의 아이들이 보통의 엄마들과 나누는 대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곳에서 공부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 더 주력하는 이유다.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하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한 아름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선생님은 그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인다. 가끔씩 “그랬어?, 그래?”하고 이야기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전부다.

주저리 주저리 온갖 얘기를 끝마친 아이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리고는“이제 공부하자”는 선생님 말에 부리나케 공부할 책을 꺼내 든다.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공부할 태세다.



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심성을 지닌 것 같지는 않다. 살아가면서 부대끼고 욕심을 부리다보니, 착한 심성이 균형감각을 잃고 나쁜 길로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연등지역아동센타의 박경희 센타장은 여수중부교회 최연석목사의 아내다.

그녀는 이 아이들 마음 밭에 사랑을 심어주길 원한다. 그들의 마음 밭이 비록 비옥한 옥토는 아닐지라도, 어른들에 의해서 뿌려지는 사랑의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돋아 날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다.



이곳 아이들 중에 제대로 된 가정의 아이는 1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결손가정이고, 늦은 퇴근을 하는 저소득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다.

겨울에는 기름값이 비싸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박경희 센타장과 교사들은 가정방문을 해서 아이들이 따뜻한 방에서 자는지, 아침밥은 먹고 학교에 가는지 파악한다. 그들을 세세히 챙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아동센타에서 준비하는 저녁식사는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야채는 교회 텃밭에서 자체 조달한다. 식탁 위에는 일체 인스턴트식품은 사절이다. “신선한 재료로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주방의 의무”라고 주방을 맡고 있는 선생님은 말한다. 박경희 센타장은“내 새끼들 건강하게 자라는 게 소원이다”고 아이들 한 놈 한 놈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녀는“우리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면, 열악한 조건에서도 땀 흘려 수고하는 선생님들과 뒤에서 후원하는 성도님들 덕분이다”고 말한다.



이곳 여수중부교회 담임목사는 최연석 목사다. 지역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상당히 중량감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이분이 입고 있는 와이셔츠와 청바지는 10년이 넘었다. 허름한 옷으로 자신을 다스리면서도 세상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목사님이다.



그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 사회를 바라보는 눈은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사회에 대해 직설적인 얘기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러한 최연석목사가 지금은 교회 주변에 도서관 하나를 준비하려고 한다. 어른들을 위한 공부방 하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또 교회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 한글교실도 운영한다.

배움의 기회를 잃어 한이 맺힌 분들에게 그들이 눈과 마음을 깨우쳐가도록 돕기위함이다.

작은 사랑과 작은 봉사 때문에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일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 더 쉽게 숨을 쉬면서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우리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중부교회 최연석목사 부부와 그 뜻에 물심양면으로 함께하는 성도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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