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할 때다. 그때 누군가 그랬다. 여수에서 엑스포가 개최되면 인구가 40만명이 되고, 연이어 50만명이 될 것이라고.

우리 시민들은 당연히 그 말을 믿었다. 엑스포가 여수 개항 이래 최대 행사이기에 시민들은 조금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모두가 뻥이었다.

우리 여수는 34만명의 인구를 눈앞에 두었던 도시였다. 여수에 와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큰 소리쳤던 도시였다.
농담 같은 그 말이 시민들의 은근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 도시가 지금 인구 29만명을 지켜내기도 힘든 모습이다.

당장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조만간 이 마지노선마저도 무너지지 말란 법이 없다. 전남 제1의 도시라는 명예도 넘겨주지 말란 법이 없다.

순천은 여수를 향해 도시통합을 하자고 달려드는데, 여수는 오히려 통합하지 말자고 손사래를 친다. 시민 입장에서 참으로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민들이 무능한 정치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시민들을 부끄럽게 한 못된 인간들이라고.

전직 시장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상당수 시‧도의원들은 뇌물을 먹은 것이 언젠데 아직까지 소화를 못시키고 있다. 이뿐 아니라 4명이나 되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지금 시민들은 박람회 특수는커녕 하루를 먹고 살기도 힘든 지경이다. 시장 상인들도, 식당 주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도시에서 인구가 줄면 가장 먼저 시장 구매력이 떨어진다. 시장 구매력이 떨어지면 시장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구 1인당 1년 생산유발효과가 2천만원이라 했을 때, 여수인구가 5만명이 감소했으니 매년 1조원의 돈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돈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풀렸으면 여수 경제가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이 누구던가. 거친 해풍을 맞으며 오늘날 이 도시를 이만큼 일궜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우리가 못 일어설 이유가 없다. 여수가 현재 처한 여건으로 봤을 때 인구를 늘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보완해야 한다.

그 첫째가 여수교육을 반석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지금 여수산단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순천에서 출퇴근 하고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녀들 교육 때문에 가족은 타지에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로 외로이 사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교육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 중에서 직장은 여수에 두고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여수의 인구유입을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줄기차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을 살리는 최대 동력으로 '교육'을 꼽아 경쟁적인 교육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육 열의가 높은 학부모들이 '우수한 공교육'을 찾아 떠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교육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에만 맡겨뒀던 교육을 이제는 지자체가 직접 챙기면서 '지자체발(發) 교육 전쟁'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시민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 대한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화는 이제 더 이상 사치스런 유희가 아니다.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도시가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워진 도시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발달된 문화 인프라는 주민의 편리함과 도시경쟁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시민들은 지금 효과도 없는 대형 공사판보다 언제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나,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지혜로 가득 찬 도서관이 있을 때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 다음은 여수의 정치 선진화가 아닐까 싶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덕목과 지도자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가이다.
지도자가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그것이 오늘날 도시가 처한 운명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의에 빠진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더 이상 나쁜 짓 하지 말고 시민들이 어떻게 먹고, 입고, 살며 그 방도가 무엇인지 분명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정치는 참으로 쉽다. 정치가 쉽다는 것이 아니라 쉽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옳은 것은 쉽다. 쉽다고 생각하고 옳은 일을 계속해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시민들의 돈을 훔쳐 먹으려고 하니 항상 사단이 나는 것이다. 그 노력과 정신으로 시민들의 입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기업이 지역에 들어오면 일자리와 세수입이 늘어나고, 시장경제가 살아난다.
이렇게 찾아온 기업들은 지역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초기 투자액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허가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서비스를 개혁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상상력과 희망을 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꼭 해야 할 것, 후손에게 숙제로 남겨줄 것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그래서 해야 할 것은 방점을 찍어가며 하나씩 완성해 나가면서 시민에게 성공의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29만명이 무너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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