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모 증권회사 지점장을 만났더니 “며칠 전에 여수의 어떤 사람이 200억원을 들고 와 우리 회사에 예탁을 하고 갔다. 여수사람들이 그렇게 돈이 많냐?“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여수 사람들 돈 많은걸 이제 알았냐?”며 나름의 호기를 부렸지만 마음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기업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지역에서도 크게 장려할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 벌어야 할 돈이라면 기왕지사 지역의 기업인들이 버는 것 또
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었다 할지라도 충분한 돈을 벌었으면 지역사회도 한번쯤 살펴보는 것 또한 가진 자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특히 지역에서 이런저런 공익적 단체장을 맡으면서 자신에게 음으로 양으로 부여되는 권력과 지위를 활용해 부를 축적한 기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여수에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 대부분의 행태를 보면 돈은 지역에서 벌고, 쓰기는 다른 지역에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예를 들어보라면 줄줄이 늘어놓을 자신이 있다. 그러한 일을 일반 기업인들이 했다면 개인의 경제적 가치관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에서 지역민의 보이지 않는 배려 속에 부를 축적한 기업인이 그러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역에서 유지라는 말을 들어가며, 또 지역에서 어른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돈을 벌었으면 수입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지역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책임감 정도는 가져 주어야 옳다.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인데 무슨 잔소리가 많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계속해서 외지에 투자할 것 같으면 일반 기업인들과 같이 지역이 부여한 특혜나 사회적 권력은 내려놓고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말을 빙빙 돌려서 하려니 참으로 힘들다. 이렇다 할 선행도 베풀지 못하는 주제에 이러한 말을 하려니 더욱 힘들다.
그러나 지금 여수에는 재력 있는 기업인들은 많으나 지역사회에 선행을 베풀었다는 독지가는 아직까지 없다.

그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시민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여수의 기업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거금의 장학금을 쾌척했다는 기업인도 없고,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기꺼이 내놨다는 기업인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인들이 이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힘들게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여기서 언급하는 기업인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상당한 시혜를 받으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으면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지역경제의 주된 이익이 지역사회에서 재분배 되지 못하고 거듭해서 외지로 유출되는 것은 지역경제 전체로 봤을 때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부자들이 멋있게 돈을 쓰는 일은 선진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러한 사회는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사회다. 그 결과 지역사회의 각 학교에는 장학금에 여유가 생기고, 돈 없는 우수 학생도 공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날마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들이 있고, 엄마 없이 밥을 먹고, 엄마 없이 잠을 자고, 날마다 엄마 없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이라도 내 놓았으면 좋겠다. 기업인 누군가 이에 대한 본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 그의 뒤를 따라 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권력을 가지고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권력과 부, 그리고 명예를 누리는 만큼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해 주었으면 좋겠다.

부와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 자신이 받은 물질적 혜택의 일부라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온갖 자리는 탐하면서 명예나 특권만 좋아하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다면 그는 이미 사회지도층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사회 환원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에 각자가 답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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