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민 여수경찰서장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아직 우리 주위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데
갑자기 다가선 추위에 걱정이 앞선다. 서로가 서로의 가슴을 보듬어 주면서 이 겨울을 지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사회나 국가의 문제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하고, 문제 제기하는 것을 무척 즐겨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혹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부터 솔선수범하고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지키기 싫고 남은 지켜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통법규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자동차는 해마다 6천여명의 사망자와 5만여명의 장애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사회는 교통사고로 2만여 가정에서 귀한 자녀를 잃었고, 5만여명의 자녀가 부모 중 한 쪽 또는 양쪽을 잃었다.

이러한 교통사고의 80~90%가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가 결국 나와 나의 가정을 파괴하고, 타인과 타인의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운전문화에 대해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 운전자 중 상당수는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 차를 몰기 어렵다거나, 좀 위반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경찰 앞에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지만, 잠시라도 감시가 소홀하면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만다. 경찰에게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여수만 봐도 교통질서가 무질서하다는 것은 여수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항이다. 도로 곳곳에서 남이야 불편을 겪던 말든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운전하는 이기적인 운전자와 보행자를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여수다.

교통질서는 한 도시의 문화수준이고 그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민의 의식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여수의 교통질서를 볼 때마다 이것은 정말 아니다 싶을 때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생각은 경찰서장인 나만이 느끼는 생각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여수경찰은 우리 도시가 세계박람회를 앞둔 선진 도시로서의 품격을 갖추게 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여수의 교통문화가 선진화되는 그날까지 보행자 무단횡단, 불법 주‧정차 행위에 대해 집중적인 계도와 단속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권력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교통문화의 선진화가 경찰들의 강력한 단속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당부 드리고 싶다. 교통법규 준수와 위반의 집행은 경찰의 몫만은 아니다. 그것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수시민 모두의 의무이자 권리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법과 양심을 수호하는 주체는 경찰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어야 한다. 따라서 법을 위반하고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이 단속하기에 앞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계도하고 홍보하고 감시해 주어야 한다.

혼자 편하기 위해 아무 곳에나 불법 주‧정차하는 운전자, 다른 운전자에게 함부로 삿대질하는 운전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 난폭운전을 자랑으로 여기는 운전자, 아무 도로나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혹시 나만 잘 지키면 되지 남의 일에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자신도 가끔은 그렇게 행동하니까 모르는 체하는가. 그렇게 해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법규 위반자들이 지금처럼 당당하게(?) 법을 위반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의 그러한 행위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법대로 살면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사회가 아니라, 법대로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나의 잘못된 작은 습관 하나를 고치는 것에서부터 이 세상은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여수가 대한민국 최고의 교통문화 선진도시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 경찰들은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계도하고 그와 더불어 강력한 단속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위대한 여수시민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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