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 지역아동센터------

어린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심성을 지닌 것 같지는 않다.



살아가면서 부대끼고 욕심을 부리다보니 착한 심성이 균형감각을 잃고 나쁜 길로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은 '돌산 지역아동센타’를 방문하고 느낀 생각이다. 여기 지역아동센타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결손가정 출신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예수나 공자나 석가나 모두 결손가정 출신임을 나는 기억한다. 결손가정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조손(祖孫)가정증가

우리 주위에 있는 결손가정 중에서 갈수록 부모가 없이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의 비중이 높아간다.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다.



손자,손녀가 부모 없이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은 전국적으로 5만8101가구 19만6076명으로 집계됐다. 가구 수 기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65%나 증가한 수치다.



조손가정뿐만이 아니다. 급증하는 이혼율 때문에 아이들이 편부나 편모와 사는 가구의 수는 과거 6년 동안 21.9%나 늘었다는 통계도 접한다. 이제는 이러한 안타까운 결손 가정들이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이 날은 소풍가는 날

지인으로부터 학교가 끝나고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모아서 저녁을 먹이고, 공부를 가르치는 애뜻한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한 곳이 바로 ‘돌산 지역아동센타’이다.



2007년 5월 개원하여 매일 80명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가 끝난 이후부터 늦은 밤까지 의지하는 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인근에 있는 동백초등학교가 소풍을 간 날이었다.



소풍가는 날, 점심은 아이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대사 중에 대사이다. 도시락이 없이 소풍가는 날은 기쁨보다 슬픔이 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백초등학교 김용섭 교장선생님이 급식비를 보조하고,



박성미 선생님과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아이들의 김밥을 쌌다. 한 보따리(?)를 건네받은 아이들이 학교를 향해 신나게 뛰어간다. 그들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앗~싸!”



80명의 저녁식사

학교가 끝나면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한쪽에서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독서를 지도하고 있다. 주방에서는 아이들에게 먹일 저녁준비가 한창이다. 가난한 후원자들이 조금씩 보내주는 월 20만원의 후원금이 전부인 이곳에서 매일 80여명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간식을 챙겨준다.



이 모든 경비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미 선생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매일 8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하다 보면 반찬 준비에서 설거지에 이르기까지 일손이 모자란다.



그 부족한 일손은 이곳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주위 어머님들이 짬짬이 일손을 보태준다.“운영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들 먹이고, 가르치는데 부족한 것이 많아 그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고 정작 본인의 고충은 뒤로 한다.



그러면서 저녁을 먹는 아이들이 자꾸만 늘어나 그것이 걱정이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이 지역아동센타를 운영하기 전에 중학교 체육선생님인 남편과 작은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결혼을 한 이후‘앞으로 10년 동안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다음에 그 뒤 10년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것을 1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이 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 봉급의 절반은 이 공부방에 투자하고 있는 눈치다.



여수에 29개 아동센타

여수에는 현재 29개의 지역아동센타가 있는데 그 중 25개는 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고, 4개만이 아직 지원을 못 받고 있는데 그 4개 중에 하나가 바로‘돌산 지역아동센타’이다.



이러한 지역아동센타는 학교가 끝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부분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인 이들을 모아서 공부를 가르치고, 저녁을 먹이고, 학교 숙제와 일기쓰기, 알림장까지 챙겨준다.



이렇게 어머니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는 곳이다. 며칠 전에는 이 80명의 아이들이‘아나바다’장터를 열었다고 한다.



지우개 하나에 10원, 연필 하나에 30원, 노트 한권에 50원, 이렇게 장터를 열어서 1,000원, 2,000원의 수입을 얻게 하여 돈의 소중함을 익히게 하고, 수익금의 1/10을 모아서‘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 토론을 하게 하였다고 한다.



꽃씨를 사서 공부방 주위에 꽃밭을 만들자는 의견, 우리들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에게 전해주자는 의견, 각양 각색의 의견들이 나왔지만 그들이 내린 결정은 양말 몇 개를 사서 동네 경로당을 방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기쁘게 해 드리자는 것이었다.



항상 받는 것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게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공부 방법이라고 박성미 선생님은 설명한다.



숨어있는 끼를 찾아



이 지역아동센타에서는 공부에서는 비록 조금 뒤쳐질지 몰라도 그들 속에 숨어 있는 끼를 발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국제청소년축제 동아리부분에서 뮤직드라마 ‘어머니 사랑해요’의 공연을 펼쳐 3등을 차지하기도 했고, 올해 하얀연꽃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셔놓고 ‘어머니 사랑해요’ 공연을 펼쳐 공연장 전체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는 이 아이들은 박성미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날개없는 천사’이다.



이 공부방에는 매일 초등학교 60명, 중학교 20명, 총 8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온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보통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다는 박성미 선생님의 귀뜸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아동복지에 대해서 너무나 서툴다”고 정부와 지자체의 아동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주눅 들지 않고, 밝은 마음으로 성장해 주기를 원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건실한 시민으로 자라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말도 한다.



빈곤이라는 것은 가난에 대한 빈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빈곤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어제는 이곳 공부방을 다니는 남매를 혼자서 키우고 계신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이곳을 오기 전까지 남매들이 불안해서 일도 못 다녔는데 아이들을 이곳에 맡긴 후로는 그나마 일용직이라도 나갈 수 있어서 천국이 따로 없다고 고마워 하더란다.



-----아동복지에 관심을 -----

그러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머니를 대신해 회초리를 들고 때려 달라는 부탁까지 하는 것을 보고 혼자 울었다는 박성미 선생님은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행복에 겨운 표정이다.



매일 “죽겠다. 죽겠다” 하는 기자와 너무나 대조적인 표정을 보면서 행복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곳은 저소득층이나 차상위 아이들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일반 가정의 아이들도 받는다고 한다. 결손가정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공부방에 다니는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과거 어려운 아이들만 있을 때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방과 후 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관계. 가정형태의 다양한 변화, 즉 '가족의 재구성'은 싫든 좋든 이미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진행되든, 최우선적으로 배려할 대상은 가족 구성원,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인권과 행복이다. 이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이 침한번 꼴딱 삼키면 도울 수 있는 것들이다. 박완규 기자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