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만의 문제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교육여건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지고, 도시의 인구증감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지역의 아파트 시세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음에도 여서동이나 문수동의 아파트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교육여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학부모의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대학 진학 기회가 달라지는 시대다. 의사집안에서 의사 나고, 법률가 집안에서 법률가 나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가 계층 이동이 자유로운 열린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지방의 수재나 가난한 집 자식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환경과 입시제도는 가난한 집 자식에게 더없이 불리하다.

항간에는 자녀를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어머니의 정보력과 학생의 체력, 그리고 아버지의 경제력이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요한 것이고, 내신·수능·논술 등 갖가지 과외를 받자니 학생의 체력이 필요한 것이고, 많은 과외비 때문에 아버지의 경제력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도 한 달에 100만원, 200만원의 고액과외비가 성행한다. 없는 집에서는 온가족 한 달 생활비인 이 금액이 있는 집에서는 한 아이의 과외비로 쓰여 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시장논리에서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 가난한 집 자식에게는 자신의 의지로 기를 수 있는 체력 외에 다른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고액 과외를 막기 위해 도입된 쉬운 수능도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학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어온지 오래다. 쉬운 수능은 난이도를 과외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결과, 과외를 많이 받은 학습능력이 부족한 부잣집 자식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자식이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가난한 집 수재가 공교육 기관에 의지해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 동안 부잣집 자식은 사교육시장에서 차별화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가난한 집 영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범재(凡才)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가난한 집 수재들을 보살피는 시스템은 없다. 더구나 지방의 가난한 집의 수재는 더욱 그렇다.

지역교육이 사는 방법은 이러한 것을 채워줄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부잣집의 아이나 가난한 집의 아이나 배움에 있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라는 것이 노인복지나 아동복지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복지도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교육은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공의 예산을 가진 여수시의 역량은 막중하다. 여수시의 교육예산이 43억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수교육을 개벽시킬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그 용도에 있어 지적받을 일이 많다. 이 문제는 다음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공교육을 꼭 학교 내의 문제만으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공교육은 지방정부에서 행하는 교육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지방정부 내에도 교육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예산만 학교에 배정했다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썼느냐도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 지역에 필요한 것은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느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현섭 시장과 교육담당공무원들이 지역교육에 간절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간절함이 없는 예산배정은 상당부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제 지역의 교육문제는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30만 여수시민의 간절함이 교육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수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자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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