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억을 더듬는다. 흐뭇한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름휴가지에서 두 딸을 앞세우고 동네서점을 나오는 장면이다.

그 사진은 자신이 읽을 책과 두 딸에게 선물할 책을 휴가지의 동네 서점에서 구입해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분명 보여주기 위한 ‘쇼’다. 그러나 그 ‘쇼’에는 감동이 있었다. 그 작은 사진 안에는 ‘동네’가 있고 ‘서점’이 있고, ‘아이’가 있고, ‘자상한 아빠’가 있고 ‘휴가지에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따뜻한 단어들이다.

우리 정치인들께서도 유권자의 표가 필요할 때 행사장이나 재래시장을 다니며 힘든 몸동작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식들과 손자들 앞세우고 동네 서점과 도서관을 방문해 책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모습을 우리가 보고 “봐라. 책을 가까이하면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우리의 자식들에게 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죽으라고 행사장만 다니지 말고, 죽으라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도시계획, 도시미래, 도시회계, 지방행정..., 그밖에 이 땅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공부 좀 더 했으면 좋겠다.

도시의 지도자는 누가 뭐래도 정치인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우습게 알고 대놓고 비난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정치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는 그럼에도 이 도시를 주름잡고 있는 사람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에는 정치인의 생각이 중요하다. 이러면 어떨까? 정치인들이 학교를 방문해 ‘아프니까 청춘이다’ ‘엄마를 부탁해’ 같은 베스트셀러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 주면 어떨까.

자신의 한 달 의정비나 자신의 한달 급여를 몽땅 털어서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사랑한다’는 서명과 함께 감동적으로 읽은 책 한 권씩을 선물하면 어떨까. 그것이 비록 '쇼'일지라도 큰 감동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일종의 고도의 정치행위다. 자신의 공식일정뿐만 아니라 비공식 일정까지도 시민을 향한 감동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인들이 날마다 보내는 대(對)시민 메시지는 너무 딱딱하고 너무 뻔하다. 정치행위 어디에도 감동이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만들지 못한 메시지는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이야기에 울고 웃고, 그 감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시장상인을 찾아 손을 잡는 60년대식 ‘의례’에 감동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지금도 그러한 것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쓰임'이 우리 정치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정치인들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민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작은 배려와 마음으로 시민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시민들이 받은 그러한 감동이 지역을 사랑하는 애향심이 되고 나아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의 정치 영역 어디에도 감동이 없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일정 외에 시민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비공식 행위도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특히나 정치 신인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새로움이 없으니 감동이 없고, 감동이 없으니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이 겨울에 시민들에게 전할 따뜻한 감동을 준비해 보기를 바란다. 감동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정치인들이 전하는 따뜻한 감동은 이 겨울, 두꺼운 외투만큼이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