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꿈쟁이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서------------



저번 주 보도한 돌산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전화를 주셨다. 가슴 따뜻한 여수시민들을 접하면서 기자로써 작은 보람을 느낀다.







여수에는 29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우리 신문에서는 차례차례 이곳들을 방문해 그곳의 아이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까닭이다. 오늘 방문한 곳은 또 다른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꿈쟁이 지역아동센터’이다.



화양면 나진초등학교 정문 앞에 작은 농협창고 한 칸을 빌려서 세운 공부방이다. 바쁜 취재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한 시간이 토요일 저녁 9시 무렵이었다.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도착하니 공부방 담 너머로 기타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들린다.



♬ 뜸북뜸북 뚬북새, 논에서 울고...♬ 세상 살면서 아이들이 신나게 부르는 합창소리만큼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음 날이 일요일, 그 다음날이 어린이날이라 여기 공부방의 어린 식구(?) 20여명이 이날은 공부방에서 단체로 자기로 한 날이었다.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분은 주순미 선생님이다.



43살의 수줍은 노처녀 선생님이다. 오랫동안 이곳 나진에서 과외지도를 하다가 학교 끝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작년 7월에 공부방을 열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을 매일 찾고 있는 아이들이 35명 정도인데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이곳을 더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해 대기번호만 주고 그 아이들을 더 받지 못해서 안타까워한다.



나진초등학교의 전체 학생수가 104명 인 것에 비추어 볼 때 거의 1/3 이상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방과 후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진지역에는 그 흔한 학원 하나가 없다. 그래서 이 공부방이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마땅히 시간 보낼 곳이 없었다.



아이들을 챙겨야 할 보호자들은 논, 밭에 나가고 집에 없으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서 게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엊그제는 할머니 한분이 조그만 음료수 한 박스를 사 오시면서 “우리 손주가 컴퓨터 안하니까 너무 좋네” 하더란다. 이 공부방에 오면 어찌되었든 하루에 책 한 두 권은 읽혀서 보낸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 한권 읽으면서 온몸을 비틀던 아이들도 이제는 제법 의젓하게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순미 선생님은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꼭 내 새끼 키우는 것 같다”며 힘든 일을 견뎌낸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의 90%는 결손가정아이들이다. 그 중 상당수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조부모가정 아이들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도 2명이다. 그냥 방치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부모처럼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머리에 ‘이’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기 머리도 가렵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모두가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부를 때는 꼭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것 같아 가끔은 아이들을 꼭 껴안아 준다는 주순미 선생님은 “남들은 자식이 2명에 불과 하지만 나는 자식이 40명이나 된다”고 좋아한다.



이곳 운영비는 자신이 그동안 모아놨던 돈과 부족한 일부는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이 한 달에 2~3만원씩 도와줘서 그것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달이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공부방을 시작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자신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이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얘기한다.



이곳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모든 것을 주변에서 얻어서 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부방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생각 하나는 어떤 단체는 결코 배고프지 않는 아이들 40여명을 주말이나 방학 때 가끔 운영하면서 1년에 1억이 훨씬 넘게 타서 쓰는 곳이 있는 반면, 매일같이 찾아오는 배고픈 40여명을 위해서는 지원 한 푼 하지 않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여수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참으로 많다는 점이다.



오늘도 공부방을 나오면서 100원짜리 붕어빵에도 행복해 하는 우리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박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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