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희 역사연구자·칼럼리스트
1991년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선거로써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부터는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도 주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지방자치제란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들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 지방자치를 성립시키는 기본조건으로서 주민자치(지방의회)와 단체자치(단체장)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작된 지방자치제도가 어느덧 20년이다.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 또는 ‘생활정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작 생활정치가 사회공익성과 주민공익성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상당하며, 일부에서는 지방자치제의 무용론까지 거론한다.

지방자치제이후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6%에서 29%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활정치의 현장인 기초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수시도 예외는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재정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2010년 7월 경기도 성남시가 호화청사를 짓느라 재정이 파탄에 이르자, 결국 빚 갚을 돈이 없다며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일본에서 자치단체가 부도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운영이 이슈화됐다.

2010년 12월 대전광역시 동구청에서는 일부 공무원의 12월분 월급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 일명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이 월급을 못 받을 정도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여러 기초자치단체에 이러한 위급상황이 있지만 쉬쉬하고 숨겼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2012년 4월 16일 경기도 용인시는 1조32억 원의 경전철 ‘에버라인’ 사업으로 인하여 공무원 5급 이상 간부 월급 3.8% 반납과 공무원 복지비용 등을 2016년까지 삭감하는 실질적인 전체 공무원의 월급 삭감 조치가 내려졌다.

위와 같은 사례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이외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치단체 재정위기’를 검색하면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상당히 위험스러운 재정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남도 기초자치단체는 그 위기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방재정의 위기가 상당히 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자치 실시 20년간 지방자치·지방분권은 진전됐지만 지방재정은 오히려 역행했다. 즉 국가사무가 지방사무로 이양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재원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일은 전가하면서 재원은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사회복지 분야 52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했으나 오히려 국고지원 비중은 감소해 지자체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정부는 골병이 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전시행정과 방만한 재정운영이 지방자치단체 재정 붕괴의 한축을 담당했다.

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에 동원된 각종 지방축제와 행사유치의 남발, 무분별한 개발사업, 생색내기 보조금사업, 과도한 업무추진비, 지방채 남발 등이 구체적으로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위와 같은 전국적인 상황에서 여수시는 자유로운가. 여수시의 재정자립도는 얼마나 되고, 현재 부채는 얼마 일까. 주민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여수시의회는 이런 부분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일까.

민선 5기 김충석 시장의 좌충우돌식 행정도 많은 논란이다. 용기공원에 박람회 주차장 건립, 중앙동 로터리에 이순신 동상 건립, 여수시청 정문 변경, 여수시 학동 문예극장 건립, 종화동 하멜전시관 건립, 중앙동 진남관과 고소대 연결 고가다리, 진남제를 거북선축제로 변경, 세계4대 미항 프로젝트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의 근간에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들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지방자치제의 근본을 주민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이 일차적인 책임이며, 지방자치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한 보완성이라는 고유기능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이 그 다음 책임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기초자치단체장(여수시장)이다. 당선되는 순간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주민의 의견수렴이나 공감대보다는 특정세력을 앞세운 여론조작과 분위기 띄우기식으로 시장 마음대로 하는 독선과 독단의 행정이다. 이미 결정된 여수시의회의 예산 편성도 막무가내로 호도하고 무력화하는 것은 일상화됐다.

시장의 임기는 4년이다. 4년 동안 저질러진 잘못된 행정의 결과는 주민의 몫이다. 잘 하면 잘 한 대로, 못하면 못 한 대로 견제와 비판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민의 방조는 주민을 무시하는 행정으로 이어진다. 주민의 무관심은 주민을 우롱하는 예산집행으로 나타난다.

성남시는 호화청사라는 달콤한 장밋빛에 취했으나 결과적으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나타났다. 용인시의 원대한 청사진으로 시작된 경전철 ‘에버라인’은 공무원 월급까지 삭감하는 조치로 이어졌다. 두 지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지역의 지방자치 현실은 어떠한지 지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보는 여수시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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