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저 공사가 제대로 끝날까?” 많은 우려를 낳았던 각종 공사들도 박람회를 며칠 앞두고 착착 준공 되고 있습니다. 대단한 한국인이고, 대단한 여수인입니다.

박람회를 맞이해 오랜만에 여수를 찾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놀랍니다. 그리고 천지가 개벽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짧은 기간에 우리 여수는 많이 변했습니다. 박람회장 부근을 가면 옛날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강산이 변하듯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야말로 한산했던 수정동, 공화동 일대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최첨단의 시설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섰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변화된 이 모습에 지금 매료됩니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이고, 외적인 변화는 도시의 진정한 변화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진정한 변화는 겉이 화려한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도시민들의 마음까지 같이 변하는 내적인 변화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도시의 외형이 이렇게 변한 것만큼, 우리 시민들의 마음도 품위와 교양을 갖춘 모습으로 같이 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여수가, 도시의 외형만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라, 박람회를 계기로 사람까지 아름다운 도시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앞으로 우리 여수는, 박람회 3개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3개월 지난 다음에 우리 여수가, 사람 떠난 빈집처럼 썰렁한 도시가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박람회 분위기에 휩싸여 붕 뜬 마음으로 3개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모습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3개월 후의 여수 이미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엉망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외지에서 오신 분들은 박람회장 안이든 밖이든 우왕좌왕 할 것입니다. 환승 주차장이 어디 있는지,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앞으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햇볕가리개는 왜 안 만들어 놓았는지, 밥은 어디에서 먹어야 하는지, 어느 길이 막히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박람회장 외에 여수의 무엇을 봐야 하는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버스는 왜 이렇게 안 오는지, 택시는 왜 이렇게 안 오는지, 숙박료는 왜 이리 비싼지... 엊그제 예행연습 때, 우리가 잠깐 느낀 두려운 생각입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여수의 이미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박람회 이후에 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방안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관계자들은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뿐입니다. 1년 전에, 아니면 2년 전에 박람회 이후 활용 방안이 결정되고 준비되어도 시원찮은데, 이놈의 것을 아직도 검토 중이랍니다.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사후 계획이 자칫 졸속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그랬고, 박람회장 면적이 그랬고, 각종 지원이 그랬고, 부서간의 협조도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우리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믿어 왔다는 사실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창밖에는 헬기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옵니다.

날마다 VIP가 오고, 날마다 헬기가 날고, 날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지금, 이 모습, 이 분위기가, 우리 도시의 모습입니다. 뭔가 불안하고, 뭔가 산만하고.

우리가 박람회를 준비하는 지난 10년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갔듯이, 박람회 개최기간 3개월도 우리가 남몰래 방귀 한 번 뀌고 나면 훌쩍 지나갈 것입니다. 그 뒤에는 여수의 무엇이 남겠습니까? 정말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면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여수의 이미지와 여수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입니다.

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서 박람회가 성공했다 할지라도, 여수의 이미지가 바가지 도시, 무질서한 도시, 불친절한 도시로 낙인찍히면, 그 뒤에 여수는 어찌되겠습니까?

모두가 사이렌 소리처럼 정신없이 뛰어 다녀도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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