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형이 감옥에 갔다. 최시중도 함께 갔다. 대통령의 집사인 김희중 제1부속실장은 잠적했다.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두언 의원도 시간문제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도 준비하고 있다. 왕차관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도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배건기 전 감찰팀장은 함바 비리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다음은 누굴까? 안 봐도 비디오다. 역사는 이렇게 5년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권 말기에 가서야 시퍼런 칼을 뽑아 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늘 이렇게 지치고 짜증이 난다.

사실, 살다보면 공짜라는 것이 눈앞에 아른 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것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한다.

고백컨대 나 또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가끔 눈앞에 어른거리는 공짜에 입맛을 다실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공짜를 거절하는 까닭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주는 사람이 아무리 조건 없이 주는 돈이라 할지라도, 받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것이 공짜라 생각하고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게 받은 뇌물 안에는 늘 비수 하나 정도는 숨어있기 마련이다. 뇌물을 받았으니 그 값을 하라는 요구다.

그때부터 권력은 뇌물의 노예가 된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도 여기에 발목이 잡힌다. 위에 열거한 사람 대부분이 이 경우다.

따라서, 권력을 지향하는 자라면 기본적으로 권력을 택할 것이냐? 돈을 택할 것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권력자 대부분은 권력을 사랑하면서 돈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요 며칠 대법관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세상의 옳고 그름을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엄청나게 높은 자리다. 그런데 청문회를 보니 참으로 기가 막힌 사람도 이제는 대법관이 되는 세상이다.

이렇듯, 누구보다도 정직한 마음을 품고, 선한 마음과 착한 마음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돈의 노예가 되어 가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사람이 보란 듯이 성공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 같은 범생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 단지, 지금 권력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어느 누군들 짧게 한 번 권력을 휘두르고 나서, 남은 인생을 욕되게 사는 걸 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털리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정의를 부르짖고 도덕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나중에 털고 보면 하나같이 개털이다.

고대 로마에선 개선장군의 시가행진 마차에 노예를 태운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을 계속 되뇌이게 했다고 한다.

“모든 영광은 지나간다. 당신도 한낱 인간임을 기억하라.” 권력을 쥔 자는 그 힘에 도취되지 말라는 고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권력자 비리는 왜 근절되지 않을까?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의 비리에 법은 늘 관용을 베풀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권력자의 부패에 대해 철저한 사회적, 법적 책임을 묻는다. 이는 국가경쟁력을 함몰시키고 나아가 국가를 패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그들이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진국으로 갈수록 부패는 뿌리가 깊고 일반화돼 있다. 그래서 부정과 비리는 늘 특권층의 단골메뉴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잘 살지만 부패한 나라’, ‘부패하지만 잘 사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연구대상이 된다.

일전에, 미국의 다이앤 윌커슨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미국 검찰이 40년형을 구형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의 혐의는 각종 인ㆍ허가를 받을 수 있는 편의 제공을 내세워 건축업자ㆍ술집 주인 등에게서 약 3300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맞다. 만약 우리나라 권력자들에게 3000만원 정도의 뇌물을 받으면 40년 동안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고, 법이, 법으로서, 만인 앞에 단호하게 얘기해 주면 지금처럼 권력만 잡으면 돈에 혈안이 되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을까?

미국 검찰의 이번 사례는 부패에 맞서는 엄정한 법 집행이 윗물을 맑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희망 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일수록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인사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제재해야 함을 법이 만인 앞에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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