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 선거가 3개월 남짓 남았는데 아직 후보 간의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내가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후보자의 정책도 공약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도 자칫 12월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후진적 선거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여권에서는 일찍 박근혜를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지금도 여전히 못내못내 하고 있고, 민주당은 흥행도 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경선 중이다.

딱한 노릇이다.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한 까닭은 거기에 역동성과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이 없는 뻔한 싸움 같아서 국민들은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별 이변이 없으면 문재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문재인과 안철수는 최종 경선에서 다시 붙어야 하겠다. 왜냐면, 12월 대선에 박근혜를 상대로 둘 다 나오면, 둘 다 필패라는 사실을, 둘 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문재인과 안철수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미루어 짐작하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안철수는 정치의 정(政)자도 모르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이 아마추어 앞에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정당정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왜일까? 그것은 기존의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산으로 가는 교육정책, 그에 따라 방황하고 고통 받는 아이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부정부패, 대통령의 무능력과 독단 행정, 갈수록 더해지는 빈부격차의 심화.

이뿐만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터져 나오는 반인륜적인 살인, 성폭행, 그리고 성추행처럼 점점 추해져 가는 사회적 분위기, 이러한 것들 앞에 무방비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국민들.
그래서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하기보다는 정치의 정(政)자도 모르는 안철수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까닭이 아닌가 싶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하루하루가 변하기 때문에 뭐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희망은 우리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희망을 가지고 바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일까?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어지러워질 대로 어지러워진 사회질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으면,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어디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사회 어디에나 남을 비난하는 목소리와 욕설은 난무한데,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함이 부족하다.

누군가 그랬다. 선거는 무책임한 사람이 이긴다고. 뒷감당도 못하면서 화려한 말만 늘어놓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처럼. 박근혜는 ‘내 꿈이 있는 나라’를 내세웠다. 손학규는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웠다.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웠다. 안철수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그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보면 여당과 야당이 별반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다. 양쪽 모두 경제민주화가 간판이고, 대북정책은 어떠한 형태로든 유연해질 것 같다. 복지정책도 모두 강조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서로 차이가 좀 보이지만 큰 방향에서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그렇다면 결국 누구를 뽑으나 대한민국의 운명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인가? 아니다. 평생 저금만 해도 살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집값 앞에서, 청년들이 한없이 취직 준비만 하도록 만드는 직업의 양극화 앞에서,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 앞에 정책이 직면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금 서민들이 느끼는 이러한 고통을 단 한 번이라도 겪어 봤는가? 서민들의 고통을 단 한 번도 가슴으로 느껴보지 못했으면서 입으로 머리로, 무슨 정책을 내놓겠다는 얘긴가? 삶의 진한 스토리가 없는 인간 앞에서 우리의 감동도 없는 법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의 이성과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의 현실 앞에서 늘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투표를 할 때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보다는 그 사람이 어느 당 출신인지가 더 중요했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고, 시장은 시장답고, 선생님은 선생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언론인은 언론인답고, 사장은 사장답고, 노동자는 노동자답게 살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대통령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귀는 막고 입만 열린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국민 간에, 지역 간에, 계층 간에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게 하는데 온 마음으로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담대하게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국민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강하고 꾸준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